"멀리 있어도 당신의 향기가 느껴져요" 오감 만족 인터넷 업그레이드 중
[중앙일보 2006-07-21 06:19]

[중앙일보 박방주] 일본 도쿄공대 니카모토 타카미치 교수팀은 96종의 화학물질을 혼합해 다양한 냄새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꽃.오렌지.사과 등 향기로운 냄새뿐 아니라 썩은 생선 냄새도 척척 합성해낸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를 이용하면 컴퓨터에 냄새 저장통과 그 통을 조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깔고 있는 사람끼리는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더라도 인터넷으로 냄새도 주고 받을 수 있다. 전자 카드에 사과를 그려놓고, 사과향을 발산하라는 명령어를 보내면 상대편의 냄새 통에서 사과향이 뿜어져 나오는 식이다.

보고(시) 듣고(청),만지고(촉), 냄새 맡고(후),맛보는(미) 인간의 오감(五感)을 재현해 인터넷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열기 위한 국내외 과학자들의 노력이 최근 들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일본의 냄새 합성 기술 개발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스마트인터페이스연구팀 박준석 팀장은 "보고 듣는 기술과 재현은 이미 평면적으로나마 이뤄져 있으나 촉각과 후각.미각 분야는 갈 길이 멀다"며 "냄새나 맛의 성분 분석도 초보적인 수준인 데다 그런 감각을 인체가 느끼는 과정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각용은 상품도 나와=후각은 초보적이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상품이 나와 있다. 트라이센스라는 회사는 냄새 통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팔고 있다. 이 회사제품은 20가지의 기본 냄새를 통에 따로따로 저장했다 필요할 때 몇 가지의 냄새 뚜껑을 열어 필요한 냄새를 합성해 발산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수많은 종류의 냄새 표현도 어렵지만 냄새를 순간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방안에 장미 향이 가득하다고 해보자. 다른 친구가 소나무 숲이 울창한 영상과 함께 소나무 향 정보를 보내왔다면 어떨까. 방안의 장미 향을 순간적으로 없애야 소나무 향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방안의 공기를 완전히 바꾸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냄새 분자의 분석이 제대로 안 돼 있기 때문에 냄새 합성에 대한 표준 역시 만들 수 없다. 이는 여러 업체가 냄새 합성 통을 만들었다고 해도 통신하는 사람이 서로 다른 회사의 제품을 설치했을 경우 장미 향을 보냈는데 받는 쪽에서는 썩은 생선 냄새가 날 수 있는 것이다.


◆촉각은 부분별로 아직 연구 중=촉각은 사이버 공간과 현실 사이의 틈새를 메우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관련 기술 수준이 아주 낮다. 우리나라에서는 KIST.한국전자통신연구원.주요 대학 등에서, 미국은 MIT 등 주요 연구소가 활발하게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기술 수준은 아직 낮아도 앞으로 교육과 오락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KIST 하성도 박사는 "촉감 인식과 전송 기술이 발전하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며 "원격 악수와 회의, 유적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IST는 촉감을 포함,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기술을 중점 과제로 선정해 연구하고 있다.

촉감 분야의 기술은 매끄럽거나 우둘두툴한 질감과 무엇인가를 잡았을 때의 느낌 등을 컴퓨터가 받아들이고, 그 촉감을 받는 쪽에서도 같은 느낌을 재현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질감 감지기가 붙어 있는 장갑, 몸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장치, 영상을 표현하는 대형 스크린 등 많은 장치와 기술이 함께 개발돼야 한다.

by 100명 2006. 7. 21. 0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