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비해 이야기가 빈약한 '한반도'
한국영화의 대표주자 강우석 감독. 그에겐 몇가지 특징이 있다. 그동안 ‘투캅스’ ‘실미도’ ‘공공의 적’ 등 글자수가 적은 제목의 영화가 흥행했고 직설 어법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라는 점. 그리고 비주얼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이는 어디까지나 강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되짚으며 유추해낸 경험적 성향일 뿐 수학적 인과관계 확실한 공식은 아니다. 다시말해 그가 얼마든지 긴 제목의 영화로 흥행할 수도 있고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정도의 미술을 구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13일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한반도’를 기존의 경향성에 대입해보면 어떤 모습일까. 결론은 이렇다. 확실히 비주얼은 진일보했으며 자기생각을 직설적으로 풀어 놓는 태도는 여전하고 세글자 제목의 ‘한반도’가 흥행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

먼저 비주얼 측면. ‘한반도’는 기존의 강우석 감독 영화중 그림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쓴 작품이다. 총 제작비 100억 원 중 절반이 미술과 세트, 컴퓨터 그래픽에 쓰였다. 제작비만 2억 원이 넘는 국정원 상황실을 비롯, 청와대 내부와 20여개의 크고 작은 세트가 제작됐다. 극중 몇 분 안되는 신에도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위해 100년전 대한제국의 어전을 포함, 고종의 처소였던 ‘장안당’과 명성황후의 처소 ‘옥호루’, 그 외 거대한 궁궐 세트도 고증을 거쳐 실제처럼 만든 것.

특히 정부종합청사 폭파신은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리얼리티를 구현했다. 건물을 실측, 6:1 비율로 제작한 미니어처를 사용한 이 장면은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견줄만한 실감나는 장면을 잡아냈다. 이외에도 스페이스캠을 사용해 군함 위를 훑거나 전투기 비행장면을 실제 항공촬영하는 등 스펙터클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하지만 직설화법은 여전하다. 이는 ‘한반도’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영화로 일본을 들이받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가 날 것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영화는 예술 장르가 아닌 하나의 선전 도구가 된 느낌이다. 국새만 찾으면 기존의 한일관계가 뒤바뀐다는 ‘황당한’ 설정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빈약한 내러티브와 친일과 반일이란 단순 이분법 구조가 두시간이 넘는 시간 내내 지속된다. 물론 감독은 이를 의도했다지만 영화를 도구화했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그렇다면 흥행은 어떨까. 언론의 비판적 평가에도 불구 강 감독은 흥행을 자신하고 있다. 개봉전 혹평에 시달렸던 ‘실미도’가 사상 처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경험도 있다. 게다가 반일과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건 점과 단선적이지만 시종 우직하게 몰아붙이는 호흡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수 있다. 하지만 관객을 가르치고 선동하는 듯한 태도에 거부감을 느낄 사람도 많을 듯.

세계일보 인터넷뉴스부

by 100명 2006. 7. 10. 1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