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은 무조건 도전해라"

[머니투데이 박창욱기자]중국의 명문 칭화대의 주요 교육이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문리삼투(文理渗透)'다. 문과적인 것과 이과적인 것이 서로 반응하고 교감하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

특히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이같이 유연한 사고와 다양한 경험을 가져야 경영자의 위치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MSN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이구환(43.사진) 상무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 PC의 세상

이 상무는 경북대 수학교육과를 나왔다.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마케팅 인사관리 등 과목을 열심히 들었죠. 2학년때부터는 공민학교에서 야학 교사로도 활동했습니다. 덕분에 가르치고 여러 사람을 만나 이해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학부를 마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들어갔다.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응용수학을 좀 더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먼저 졸업했던 KAIST 선배가 '앞으로 PC의 세상이 온다'며 한국MS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권유를 하더군요."

그 선배가 바로 현재 엔씨소프트의 김화선 부사장이었다. 이 상무는 1988년 한국 MS에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소프트웨어(S/W) 시장이 거의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도 훌륭한 선배 덕분에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게 됐지요. 저는 한국MS에 입사해서도 여러 좋은 선배들의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그것들이 모두 저를 한층 더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초창기 한국 MS는 대부분 개발인력으로만 구성돼 있었다. 프로그램 개발에 더해 기술지원에다 심지어 S/W 제품 포장까지도 직접 할 정도였다. 그러다 국내의 본격적인 S/W 시장형성을 앞두고 90년대초 새로 마케팅팀이 발족했다.

"새로운 부서에 자원했습니다. 당연히 마케팅 서적도 찾아 열심히 공부도 했구요. 회사에서 새로운 일이 나오면 용기있게 도전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 저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구요."

# 인터넷 전도사

그는 컴퓨터 서버 프로그램 제품의 마케팅 매니저로 활동하다 다시 새롭게 변신했다.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MS가 만드는 제품군을 모두 겪어봤습니다.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인터넷 시대를 맞아, 저희 제품이 인터넷 환경에서 얼마나 우수한지를 널리 전파하는 '이벤졀리스트(Evangelist)'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또 아예 97년도부터 인터넷 서비스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5년간 두루넷 서비스를 함께 수행했습니다. 사실 국내에 초고속 인터넷이 급속히 퍼지게 된 데는 저희 MS의 공이 매우 크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99년도부터 현재 MSN 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MSN 메신저 마케팅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 가장 인기있는 메신저의 하나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지요." 그런 그의 노력을 회사도 인정해줬다. 2001년 이사로 승진하면서 MSN 사업부 전체를 총괄하게 됐다. 하지만 현재 MSN은 국내 포털업체들의 강력한 위세에 눌려 있는 상태다.

"모 업체는 검색이 강하고 저희는 메신저가 강한 것처럼 각자 잘 하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또 잘 하고, 못하느냐는 시점마다 항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요구를 잘 파악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부적으로 된다는 확신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바탕으로 열심히 활동하면 기회는 언제든지 옵니다."

# 나만의 성

사회 후배들을 위해 들려줄 이야기를 부탁했다. "사실 제가 지금의 위치까지 승진한 것은 결코 제가 뛰어났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운이 좋았을 뿐이지요. 제 인생을 이끌어준 훌륭한 선배를 비롯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구요. 그래서 전 제가 만나온 사람들, 만날 사람들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을 물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성을 쌓아 나갑니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제가 쌓아온 성이 정말 훌륭한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훌륭한 삶의 기본은 역시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런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물론 제 자신부터 언행을 일치시켜 신뢰를 높혀야 겠지요."
by 100명 2006. 7. 10.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