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벼락 때문에 한국 영화 망칠라
투자자들, 스크린 채우기 위해 다작 요구 … 시설·전문인력 부족, 흥행 부담 ‘이중고’

이는 한국 영화가 극장 흥행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적이어서 한 편 벌어 한 편 수지타산 맞추기에 바쁜 ‘하루살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 미국 영화의 경우 극장 흥행수입이 전체 수입의 35%에 불과하며, DVD와 방송저작권 등 다양한 수익구조로 영화사들이 흥행 실패의 충격을 완화하고 자체 자본을 축적해왔다. 반면 한국 영화는 극장 수입이 75%에 달해 개봉 첫 주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중의 평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제작자와 투자자, 감독 등이 모두 함께 망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극장과 배급사의 힘은 비대해지는 반면 영화사는 극장의 하청회사로 전락한다. 영화가 드물게 한탕에 성공했다고 해도 외부 자본이 판돈을 쓸어 떠나버리면 영화계에는 남는 것이 없다.

심보경 이사 등은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빠져나갔던 돈은 금세 돌아오지만, 실망한 관객을 다시 극장에 오게 만드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최선중 PD는 “예전에 ‘X맨’ 같은 할리우드 영화는 한국 영화에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요즘은 ‘미션 임파서블3’의 탄력을 받아서인지 한국 영화 관객을 빼앗아간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 영화산업의 허약한 체질이 바뀌지 않으면 돈이 한국 영화를 망치는 역설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산업이면서 동시에 예술이기 때문이다. 전에 없이 많은 한국 영화를 만들면서도 근심을 숨기기 못하는 영화제작자들은 하반기의 블록버스터 ‘괴물’과 ‘한반도’가 편수 채우기에 매달리고 있는 한국 영화에 하나의 탈출구가 돼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by 100명 2006. 7. 4.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