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쓰레기로 석유 만든다

기사입력 2008-06-16 03:16 |최종수정2008-06-16 06:34
美서 개발… 미생물 섞어 1주일 숙성해 제조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기업이 톱밥이나 밀짚 등 농작물 쓰레기를 발효시켜 마치 맥주를 뽑아내듯 식물성 원유(原油)를 생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남샌프란시스코의 바이오 벤처기업 'LS9'은 식물 쓰레기를 먹어 분해시킨 뒤 원유 성분을 배설하는 미생물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개발했다. 이 유전자 조작 미생물은 사탕수수나 옥수수뿐 아니라 밀짚이나 톱밥 등 대부분의 식물 성분을 분해하고 10여종의 원유 성분을 배출한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자연 상태의 미생물을 이용해 사탕수수와 옥수수에서 에탄올을 추출하는 바이오 연료 기술은 이미 상용화돼 있다. 그러나 곡물을 원료로 쓴다는 점 때문에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가속화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LS9 관계자는 "새로 개발한 미생물은 식량을 쓰지 않을뿐더러 식물 쓰레기를 분해하고 원유까지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실험용 원유 발효·추출기는 1000L 용량의 스테인리스 항아리와 컴퓨터 통제장치로 구성돼 있다. 항아리 속에 톱밥 등 식물 쓰레기를 넣고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첨가한 뒤 발효시키면 매주 1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LS9은 "2011년까지 상업용 생산 시설을 갖출 계획"이라며 "브라질산 사탕수수를 사용할 경우 50달러의 비용이면 원유 1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미국의 원유 수요를 모두 대체하려면 시카고시(市)만한 면적(약 524㎢)의 시설이 필요하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LS9 이외에도 '아미리스(Amyris)' 등 몇몇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이 유사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보도했다.
by 100명 2008. 6. 16.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