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HD 영화 쏟아진다

2006.04.26/박혜영 기자

최근 HD 영화 제작이 부쩍 봇물을 이루고 있다. HD 영화로 제작된 <달콤, 살벌한 연인>이 극장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충무로의 내로라 하는 감독들이 HD 영화 제작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공수창 감독의 TV용 영화 <코마>,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 등이 각각 HD 카메라로 촬영중이거나 촬영을 마친 상태. 이 밖에 <마이 제너레이션>으로 주목 받은 노동석 감독의 신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신인 감독들의 옴니버스 영화 <어느날 갑자기> 등도 HD 영화로 제작 중이다.

HD가 필름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버려!
이처럼 최근 HD 영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영화 제작 환경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HD 카메라가 찍은 영상의 화질이 필름보다 못하다는 편견이 무색해 지고 있는 상황. 국내 첫 HD 장편영화 <욕망>에 참여했던 구재모 촬영 감독은 “이제 화면의 질감을 놓고 필름으로 찍겠다는 얘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며 “필름으로 찍은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도 디지털 후반 작업이 없었다면 미학적인 화면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HD가 필름을 능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함께 HD 장편영화 프로젝트로 선정된 바 있는 류승완 감독의 <짝패>는 HD 카메라로 촬영을 시작한 직후 결국 16mm 필름 영화로 전환했다. HD보다 필름이 자신의 영화를 제대로 표현하는데 더 잘 어울린다는 류승완 감독의 판단 때문.

방송사 노하우, HD 영화에 활용
HDTV를 통해 제작 노하우를 축적한 방송사들이 영화 제작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도 HD 영화의 제작 붐에 탄력을 붙이고 있는 요소. 노동석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KBS가 참여하는 HD 제작지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중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과 <오래된 정원><어느날 갑자기> 등에도 MBC가 공동제작에 참여한 케이스. <달콤, 살벌한 연인>의 윤석준 PD는 “MBC와 공동작업하면서 그들이 축적해 놓은 HD 작업에 대한 인프라를 활용하기 쉬웠다”며 “여기에 방송사의 HD카메라를 무료로 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고 귀뜸했다. 구재모 촬영 감독도 “HD와 관련한 방송사 스태프들의 숙련도가 더 높다”며 “<달콤, 살벌한 연인>의 경우 MBC의 하재영 촬영 감독과 조명팀이 합류해 일반적인 HD 영화의 경우 콘트라스트가 약한 점을 적절히 보조할 만한 촬영 노하우와 조명 기술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최근 HD로 제작된 TV 드라마 <궁>이 인기를 얻은데다, 역시 HD 영화인 <달콤, 살벌한 연인>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HD 영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연이어 쏟아져 나올 HD 장편 영화들이 그같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한국영화의 제작 환경에 일대 변혁의 계기가 될지, 충무로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by 100명 2006. 4. 27. 0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