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大戰] CJ·오리온·롯데‘식품 3파전’서‘극장 3파전’
[조선일보 2006-04-08 03:24]

전국스크린 절반 장악, 진정 ‘영화’ 누릴 자는?

[조선일보 이동진기자, 어수웅기자]

이제는 ‘입’이 아니라 ‘눈’이다.

설탕(CJ), 초코파이(오리온), 껌(롯데)으로 승부하며 ‘입’을 즐겁게 했던 식품업계 3강이 극장가에서 2차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극장업계 3강으로 꼽히는 CGV(CJ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오리온), 롯데시네마(롯데)가 보유한 스크린 수는 274-126-204개. 여기에 CGV 자회사인 프리머스의 209개 스크린을 포함하면 총 813개다. 전국 스크린 1634개(2005년 말 기준)의 49%. 지금까지 세 기업이 극장업에 직접 투자한 돈은 약 5000억원으로, 이들의 투자증가 속도로 보면 2009년 무렵에는 전국 극장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3사는 극장뿐 아니라, 영화 제작-투자-배급까지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서 치열한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안정성·잠재력 합쳐 상호보완 구실

식품업계 강자들이 엔터테인먼트로 2차전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김태성 쇼박스 홍보부장은 “먹는 즐거움을 겨냥한 식품 산업과 보는 즐거움을 타깃으로 삼는 영화 산업은 대중 접촉성이 높다는 점에서 흡사하다”고 설명한다. 대중심리를 알 만큼 안다는 것이다.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이 낮은 식품 산업과 위험하지만 잠재력이 높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함께할 경우


상호보완적이기도 하다.

1998년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강변CGV를 건립하면서 시작된 ‘CGV 절대강자’ 시대는 쇼박스의 맹추격으로 지난해부터 판도가 좀 변하고 있다.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 영화가 휘청거리고 있는 사이, 오리온 쇼박스가 크게 약진했고, 그간 소극적이었던 롯데까지 제작-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1월엔 롯데가 투자한 영화 ‘홀리데이’를 CGV에서 조기 종영하는 바람에 큰 소동이 벌어지는 등 신경전도 치열하다.

관객증가율 주춤 “그래도 Go”

3사가 혈안이 되고 있지만, 극장은 만만치 않은 전장이다. 공급과잉 우려가 일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연 1억3517만명이던 전국관객 수는 2005년 1억4300만명으로 5.8% 증가에 그쳤다. 심지어 서울 관객은 2004년 4704만명에서 6만명이 줄었다. 그러나 이 극장들은 현재 2.95회에 불과한 1인당 관람횟수가 2009년까지 미국(5.1회), 호주(4.6회)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2009년 이후 상황은? 3사의 대답은 같다. “아무도 모른다.”

by 100명 2006. 4. 10. 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