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블록버스터 10년 발자취③]한국 블록버스터의 미래
1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만들어진 블록버스터들이 그렇다고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승승장구한 작품들이 있는 반면, 거대 제작비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아야했던 영화도 적지 않았다.

좋은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의 삼박자가 어우려져 좋은 작품이 탄생했는가 하면,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한 부분이 부족해 관객들의 도마 위에 오른 작품도 있었다.

'단적비연수' '비천무' '무사' '태풍' 등은 연기력이나 연출력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받았다.

이에 비해 남북 문제를 처음으로 다룬 '쉬리', 한국전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 '웰컴투동막골', 한강에 괴물이 출연한다는 신선한 발상이 돋보인 '괴물', 배우들의 열연이 빛났던 '실미도' 등은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국 블록버스터가 세계 시장을 겨냥해 제작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따라가기란 어차피 요원한 일이다.

그렇다면 나야가야 할 방향 역시 자명해진다. 전작들의 성공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할리우드와 다른 우리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신선한 소재 발굴이 그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단순히 때려부수기만 하는 할리우드 괴수 영화와 달리, 괴물의 탄생을 한국이 처한 정치적 상황과 결부시켜 설명하고 괴물과의 사투 속에 가족의 의미를 담아냄으로써 한국은 물론 세계 언론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쉬리' 역시 금기시 됐던 소재를 스크린에 투영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으며, '웰컴투동막골'은 대결구도로만 그려졌던 남북한의 군인들이 친구가 되는 과정을 판타지와 함께 선보여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개봉을 앞두고 있는 '놈놈놈'은 일제시대 만주벌판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세 남자의 삶을 웨스턴이라는, 한국에서는 드문 장르에 실어 보여줄 예정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공개된 '놈놈놈'에 대한 평가는 매우 호의적이다.

중흥기를 지나 힘든 시기를 맞고 있는 요즘 한국 영화계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중규모의 영화가 없이 30억 미만의 몸집 작은 영화나 100억 단위의 큰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는 것. 이번 여름 역시 대작들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스펙터클한 볼거리와 스타들의 출연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힘든 시기를 이겨보려는 노력도 좋지만, 또 실패할 경우 영화계에 미치는 파장이 그만큼 클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성공한 영화를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 발굴에 힘을 기울여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꼼꼼한 기획력 또한 필수적이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님은 먼 곳에' '신기전' '놈놈놈' 중 또 어떤 작품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by 100명 2008. 6. 16. 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