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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의리가 만든다? | |
[부산일보 2006-03-09 12:12] | |
영화는 무엇으로 만들까? 초보적인 질문 같지만 대답은 의외로 간단치 않다. 누구는 감독이,어떤 이는 배우가,혹자는 필름으로 만들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런데 적지 않은 영화인들은 이와는 다른 견해를 보인다. 대개 영화의 출발은 시나리오라는 것. 그래야 투자자를 구하고,감독을 섭외하고,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필자의 생각은 또 다르다. 투자,즉 돈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01년 한국영화 흥행신기록을 작성한 '친구'의 곽경택 감독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3년을 방황했다. 그런 탓에 '친구'가 흥행에 성공하자 시나리오를 내팽개쳤던 투자자들은 뒤늦게 땅을 쳤다. 지난해 상반기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도 비슷한 경우다. 돈 대는 사람이 없자 시나리오 개발에서 촬영까지 무려 6년을 소비했다. 일본 중국 미국까지 오가며 촬영했던 '청연'도 촬영 중간에 돈이 없어 엎어졌다 가까스로 부활한 영화다. 이런 가운데 '왕의 남자'가 한국영화 흥행신화를 창조했다. 세간의 관심은 온통 이 영화를 빚어낸 이준익 감독과 배우들에게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누가 돈을 댔을까에는 관심이 적다.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 외형상 이 작품의 투자사는 시네마서비스다. 배급도 맡았다. 그러나 투자를 최종결정하고 '질러'를 외친 이는 시네마서비스의 대주주인 강우석 감독. 현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영화 '한반도' 촬영에 전념하고 있지만 그는 긴 안목을 가진 '승부사'답게 '왕의 남자' 탄생을 배후에서 조율한 숨은 주인공이다. 이 감독과 강 감독은 한살 차이에 틈만 나면 겨루는 바둑 실력(4급 수준)도 비슷하다. 10년 넘게 우정을 쌓아온 '영화 친구' 이 감독이 빚더미에 허덕이자 23억원을 성큼 건네준 이도 강 감독이다. 무담보에 그 큰 돈을 빌릴 수 있느냐고 의아해하자 이 감독은 "2천300만원도 아니고 하다못해 230만원도 빌리기 힘들지만 충무로에선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충무로 참새들은 "요즘 영화는 돈도 시나리오도 아닌 의리가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고 색다르게 입방아를 찧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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