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극장서만 보란 법있나
TVㆍ인터넷ㆍDVD 등 다매체 공개 잇따라

영화의 다매체 동시 개봉, `고육책`이냐, `혁명`이냐.

영화가 극장, DVD,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동시 개봉(멀티 플랫폼 릴리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 후 최소 몇 개월에서 1년간의 시차를 두고 DVD, TV 등을 통해 공개되던 전통적인 `홀드백(hold-back)` 방식을 깬 이 실험에 대해 세계 영화계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에는 제56회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영국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구안타나모로 가는 길`이 오는 3월 9일 TV, 극장, DVD, 인터넷 등을 통해 동시에 선보이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메이저 방송 네트워크 중 하나인 채널 4의 전파를 통해 상영되고 이튿날 극장과 DVD숍, 온라인에서 동시에 공개된다는 것이다. 극영화가 주요 4개 매체를 모두 포함해 동시 개봉하는 것은 세계 최초의 사례다. 새로운 배급 방식으로 미국 영화계의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거품(Bubble)`도 지난 1월 27일 온라인은 제외한 채 극장과 TV, DVD를 통해 동시 공개됐다. 마이클 윈터바텀과 스티븐 소더버그는 각각 베를린 황금곰상(2003년 `인 디스 월드`)과 칸 황금종려상(1989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을 받아 이미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받은 스타라는 점에서 세계 영화계에 단발성 해프닝을 넘어선 장기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CJ엔터테인먼트와 SBS는 장편 공포영화 4편을 제작해 오는 7월 4주간에 걸쳐 극장 개봉과 동시에 TV로 방영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모바일,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가지고 있는 KT, SKT 등 통신자본이 이미 영화산업에 깊숙이 진출해 있어 다양한 윈도를 통한 동시 개봉 사례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오히려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국내외 영화계에서는 `집단적이고 경이로운 체험으로서의 전통적인 극장영화 관람 방식을 부정하고 영화를 죽이는 행위`라는 부정적인 견해와 `과도한 극장 매출을 줄이고 영화의 다양한 생산과 수용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배급혁명`이라는 긍정적 반응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반양론에도 분명한 것은 다매체 시대 영화는 변화의 중심에 섰다는 것이다.

by 100명 2006. 2. 20. 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