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관객 1000만명 돌파 100% 믿을만한 수치? | ||
영화 ‘왕의 남자’ 관객이 지난 11일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은 대기록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기록은 어떻게 집계된 것일까. 특정 공신력 있는 기관의 수치가 아니라 개별 배급사가 발표하는 것이라 자연 의문이 생긴다. 이를 자세히 알기 위해선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 제도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5일 현재 영진위가 운영중인 통합전산망에 등록된 극장은 189개,스크린은 1038개다. 전국의 스크린이 1551개이니 가입률은 84%이다. 바꿔말해 16%의 극장들이 통합전산망에 가입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니 영진위의 집계상으로 ‘왕의 남자’는 아직 1000만명을 넘지 않았다. 14일 현재 870여만명. 그렇다면 ‘왕의 남자’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는 나머지 16%를 어떻게 집계한 것일까. 시네마서비스 배급팀에 따르면 실시간 집계 내부 전산망을 운영하고 있다. 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은 극장 중 ‘왕의 남자’가 상영되는 곳에 직접 사람을 파견한다. 이들이 극장에 직접 가서 매회 몇 명이 들었는지를 PDA나 휴대전화로 연락해오면 그것이 내부 전산망에 등록된다. 김지민 과장은 “우리 영화가 개봉된 곳 중 우리가 모르는 스코어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상무 과장은 “사실 각자 자기 회사에서 배급한 영화만 제대로 알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A라는 극장에서 ‘갑’이란 영화를 틀면 ‘갑’의 스코어만 알려줄 뿐이지 경쟁작인 ‘을’의 스코어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각각의 영화 관객수를 모두에게 알려주면 극장의 전체 관객수가 드러나기 때문에 꺼린다는 것이다. 만약 ‘갑’과 ‘을’이 박빙의 스코어라면 서로 최고라고 주장할 순 있지만 확실한 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서울의 경우 정동 스타식스 1개관을 제외하곤 모든 극장이 영진위 전산망에 가입돼 있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집계는 모호해진다. 대도시가 아닌 읍·면 단위에 1관씩 있는 극장은 지방업자가 ‘단매’라고 해서 스크린 10개 정도를 묶어서 한꺼번에 관리한다. 이 경우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실정. 관객 1000만명 시대,문화의 최첨단을 걷는 영화산업계에 아직도 이런 전근대적인 주먹구구식 관행이 남아 있다니! 공신력있는 기관의 발표로 100% 믿을 수 있는 투명한 수치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