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섭섭하네” “적당한데”
![]() |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영화 ‘왕의 남자’. 초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일등공신으로 원작인 연극 ‘이(爾)’의 탄탄한 드라마가 꼽힌다. 그렇다면 영화가 연극에 지불한 원작료는 얼마일까. ‘왕의 남자’ 제작사인 이글픽처스는 수치 공개를 거부했지만 대학로나 충무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합해 볼 때 최하 1300만원,최고 2000만원이다.
이에 비해 영화계가 예상하는 ‘왕의 남자’ 수익은 무려 400억원에 이른다. 영화계에선 통상 관객 100만명당 30억원의 극장 수익을 거둔다고 계산한다. 따라서 1000만의 관객이 들 경우 극장 수익은 300억원. 여기에 DVD,비디오,TV 판권료 20억원와 해외 판권료까지 합치면 400억원은 거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순수 제작비 41억원에 홍보마케팅비 등을 전부 포함한 총제작비 64억원을 빼도 ‘왕의 남자’ 순익은 3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물론 이것을 제작사 혼자 갖는 것이 아니라 투자·배급사와 극장이 나눠가져야 한다.
이와 관련 최근 대학로에서는 “연극 ‘이’가 원작료를 너무 적게 받은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오간다. 흥행 수익과 연계한 러닝 개런티나 인센티브를 따로 계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작자인 김태웅씨가 받은 돈은 처음 계약 액수 그대로다. 공연제작사인 이다의 오현실 대표는 “‘왕의 남자’의 대박에도 불구하고 원작 ‘이’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2003년 연극 ‘날 보러 와요’를 원작으로 한 ‘살인의 추억’ 이후 지난해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웰컴 투 동막골’과 ‘박수 칠 때 떠나라’ ‘왕의 남자’가 잇따라 성공하자 대학로의 괜찮다는 연극들이 속속 영화화되고 있다. 연극 ‘남자충동’ ‘삼류배우’ ‘춘천 거기’ ‘마르고 닳도록’ ‘보고 싶습니다’ ‘정인’ 등이 영화 제작사에 판권이 팔려 시나리오 작업중이며 ‘김종욱 찾기’와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뮤지컬도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
원작자 김광림씨의 러닝 개런티 조건이 포함된 ‘살인의 추억’이나 원작자인 장진씨가 제작 또는 감독한 ‘웰컴 투 동막골’과 ‘박수칠 때 떠나라’ 등 일부를 제외하면 영화화되는 연극과 뮤지컬의 판권은 최고 2000만원 수준이며 1000만원이 채 안되는 작품도 있다. 이에 대해 희곡 작가인 박지선씨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영화 제작비에서 원작의 오리지낼러티를 너무 낮게 책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원작료에 대해 영화계나 일부 공연 제작자들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아무리 탄탄한 희곡일지라도 시나리오-캐스팅-촬영-편집 등 수많은 단계를 거치는 영화에서는 원안 또는 시놉시스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나리오 작업만 하더라도 수차례의 각색과 수정이 필요해서 새로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화 홍보대행사인 올댓시네마의 김태주씨는 “영화계에서도 시놉시스의 경우 500만∼2000만원,시나리오 1차 작업 단계에서 1000만∼3000만원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최근 영화화되는 연극에 치르는 원작료는 영화계 몇몇 스타 작가의 작품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공연제작사인 악어의 조행덕 대표 역시 “연극 ‘이’가 영화화될 때 받은 금액은 적당했다고 본다”면서 “‘왕의 남자’ 효과로 연극 ‘이’도 매일 매진을 기록하고 희곡집까지 불티나게 팔리지 있지 않느냐”고 역설했다.
조만간 크랭크인하는 영화 ‘전래동화 살인사건’의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화되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원작자인 장유정씨는 “외국과 비교해 국내 영화계가 시스템 면에서 작가의 가치를 높게 보지 않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연극계도 앞으로 극작가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상업적인 면에서 스스로 평가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잇따라 실패한 이유가 드라마의 부재라는 것을 되짚어 볼 때 탄탄한 원작 연극의 가치를 좀더 인정해줘야 되지 않을까 싶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