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술, 영화산업까지 바꾼다>
[연합뉴스 2005-11-23 05:46]
(서울=연합뉴스) 류현성 기자 = HD(고화질)급 디지털 방송 본격화, DVD 보급확산 등의 영향으로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이 문화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영화산업에도 서서히 밀려들고 있다.

이른바 `디카'라고 불리는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를 빠른 속도로 밀어내며 이미 시장을 장악했지만 아직 영화산업에 있어서는 기존 필름의 아성이 굳건했던 것이 현실.

그러나 디지털 HD방송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위성 및 지상파 DMB(이동 멀티미디어방송)도 내달초 실시됨에 따라 방송분야를 중심으로 한 영상의 디지털화는 방송뿐 아니라 영화, 게임, AV가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영화가 결합된 디지털 시네마(D-cinema)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발전, 흑백영화에서 컬러영화로의 전환같은 기술변화뿐 아니라 영화 제작, 배급, 상영과 같은 영화산업의 가슬사슬(Value Chain)까지 뒤흔들 기세다.

디지털 시네마는 통상 필름 또는 디지털로 촬영된 영화가 디지털 작업공정을 거쳐 인공위성이나 미디어 전송을 통해 디지털 영사기로 극장에 상영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에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를 결합시킨 디지털 시네마는 1990년말 미국의 텍사스 인스투르먼트(TI)와 큐비스(QuVis), 월트 디즈니사 등이 아날로그 영사기를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 프로젝터,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현재 디지털 기술이 영화산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분은 제작이나 상영보다는 배급 부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권은경 연구원의 `가치사슬에 따른 디지털 영화산업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퀄컴사는 이미 2001년 12월 영화 `Ocean's Eleven'을 광케이블을 통해 북미 19개 스크린에 배급했다.

퀄컴은 또 테크니컬러(Technicolor)사와 `Qcom'이란 회사를 설립, 미국내 극장들에 디지털 시네마 영사기를 관련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형식으로 설치해주는 대신 자사가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 관객 1인당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워너 브라더스와 워너 재팬, NTT도코모와 NTT웨스트, 배급사인 도호 등 5개사가 공동으로 영화 `유령신부'를 광통신망을 통해 디지털 배급하는 시도가 이뤄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워너본사에서 송출한 디지털 영화를 일본의 NTT도코모센터로 전송한 후 NTT의 광통신망을 통해 도쿄와 오사카 극장에서 상영하는 방식이다.

이번 시도는 세계 최초의 디지털 배급이며 12월에는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이런 방식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작업이 진행중이다.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052640]F&H를 인수한 KT[030200]는 디지털 시네마 상영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KT는 현재 전국 1천700여개 극장에 광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비용 및 영화배급사들과의 관계정립 등에 대한 세부계획을 수립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통신회사의 네트워크망이 영화 콘텐츠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통상 완성된 영화를 극장에 배급하기 위해 필름 프린트를 제작해야 하는데 한 벌당 통상 2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며 "흥행이 예상되는 작품의 경우 350-400벌 정도의 프린트를 만들게 되는데 전국 1천400여개 스크린 수를 기준으로 할 때 영화 한 편당 프린트 비용만 8억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디지털 배급이 되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필름과 현상 약품의 수입을 줄이고 폐필름 처리에 따른 공해도 방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그러나 암호화를 비롯한 보안, 기술표준, 저작권 문제 등은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관광부는 2010년 이후 영화가 방송 및 통신과 융합되면서 급격하게 디지털 시네마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2009년까지 디지털 시네마 기술기반 구축과 디지털 상영관 마련 등을 위해 총 49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rhew@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by 100명 2005. 11. 25. 0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