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국내 극장가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던 멀티플렉스 체인의 경쟁이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복수의 스크린, 쾌적한 관람환경, 편의시설 등에 주안점을 뒀던 제1라운드에 이어 이번 화두는 스크린의 화질이다.

▲ 아이맥스 영화관

CGV는 미국 아이맥스사와 독점계약을 맺고 상업영화용 아이맥스관을 연다고 밝혔다. 12월1일 용산과 인천점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10개관을 개설한다.

둘다 기존 영화보다 9-10배의 화질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안방에만 HDTV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 것.

우리에게는 63빌딩 상영관으로 소개된 아이맥스 영화는 지금껏 주로 자연다큐멘터리 위주였다. 이는 63빌딩에 설치된 아이맥스 상영관이 GT 방식이기 때문. GT는 근본적으로 상영관 높이를 18m로 요구하는 시스템이라 단관 운영이 불가피해 상업영화 상영에는 악조건이다.

이에 반해 CGV가 도입하는 MPX방식은 기존 상영관을 일부 개조해 공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디지털 리마스터링(DMR) 필름으로 변환한 일반 상업 블록버스터들을 상영할 수 있다.

아이맥스관은 요금 차별화를 가속화한다. 현재 CGV는 '일반 아이맥스 영화'의 경우는 평소 요금 그대로를 받고, DMR로 변환한 2D 영화는 1만원, 3D영화는 1만4천원을 받을 계획이다.

▲ 디지털 영화관

메가박스는 전 상영관을 디지털 상영관(D-시네마급 영사시스템)으로 전환한다고 공표했다. 내년 1월 코엑스점 16개관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32개관을 우선적으로 전환한다. 또한 CGV 역시 11월 용산점을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전국 266개관 전관을 디지털화한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영화관의 강점은 입장료가 지금과 동일하다는 것. 또한 디지털 상영관끼리 서버로 연결, 네트워크와 배급망을 구축할 수 있어 필름 프린트 등에 따른 제작과 배급 비용을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아이맥스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상영 역시 최근 감독들이 선호하는 추세. 특히 디지털 영화는 고화질과 선명한 음향뿐 아니라 자막 입히기와 화면의 색깔 전환 등에서 묘미를 발휘할 수 있다.

롯데 시네마는 지난 봄 오픈한 영등포점에 디지털관 1개관을 도입한데 이어 신규 사이트에도 지속적으로 1-2개의 디지털관을 도입할 전망이다.

▲ 영화 백배 즐기기

이 같은 스크린의 업그레이드는 물론 관객에게 관람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같은 영화라도 보다 실감나게 즐기기를 바라는 관객의 높아지는 눈높이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

특히 일반 상영관에서 아이맥스 시스템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혹자의 표현대로 '테마파크가 극장 안으로 들어온' 격이다. 화면 속 물체들이 생생하게 다가오고 그 움직임과 소리가 몸을 흔든다면 이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느낌.

각종 할인혜택으로 영화를 반값으로 보는 '할인족'들의 다른 한쪽에는 이처럼 질적으로 보다 월등한 환경에서 영화를 즐기고 싶어하는 관객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용산CGV와 메가박스 디지털관에서 상영된 '스타워즈 에피소드3'가 높은 호응을 얻은 것이 단적인 예. 이제는 디지털관을 찾아서 보는 관객들이 늘어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영환경 변화는 영화의 기술적 향상을 독려한다. HDTV와 HD영화가 배우들을 긴장시키듯, 업그레이드된 상영환경은 컴퓨터 그래픽 등 제반 기술의 발전을 가속화시킨다. '반지의 제왕'의 피터잭슨 등이 아이맥스 상영관에 열광하는 것도 그 때문.

▲ 콘텐츠 부족이 가장 큰 과제

그러나 발전된 하드웨어가 계속 유지, 확대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콘텐츠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한다.

CGV의 이지연 대리는 "사실 극장계에서 아이맥스나 디지털 상영관은 오래된 이슈다. 그러나 늘 콘텐츠 공급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현재도 과도기인 것 같다"고 밝혔다.

지금껏 국내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부분 상영 시도를 한 영화는 '친절한 금자씨' '어깨 동무' 등 8편이 있다. 감독과 극장 측의 의지로 시도됐으나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이 경우는 콘텐츠에 맞는 하드웨어가 부족했기 때문이지만 반대로 단 8편의 영화 때문에 전 상영관을 업그레이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에서는 2006년 하반기까지 1천개 스크린을 디지털화한다는 소식이다. 그 말은 할리우드에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 국내 상영관의 변화에 맞춰 이제는 한국 영화도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by 100명 2005. 10. 26. 0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