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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혁명, 주사위는 던져졌다 e충무로 시대 개막 1 | ||
[필름 2.0 2005-09-22 18:30] | ||
최근 문화관광부가 영화계 전문가들을 모아 디지털 시네마 비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시네마 구축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극장 디지털 혁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월 3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목련실. 좀처럼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함께 모였다. 이름하여 ‘차세대 디지털 시네마 비전위원회’ 첫 번째 회의가 열린 자리였다. 이충직 중앙대 영화과 교수와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장대익 선임연구원, 영화진흥위원회 박창인 영상기술부장과 <여고괴담 4: 목소리>의 최익환 감독 등, 8명의 비전위원회 위원들이 국내 디지털 시네마 구축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을 막 시작했다. 동석한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관광부 관계자들도 아직 미래가 불분명한 이 사업의 윤곽을 그리기 위해 진지하게 경청하고 토론하는 분위기였다. 문화관광부는 오는 2009년까지 디지털 시네마 구축을 위해 약 490억 원의 비용을 투입할 예정이라면서, 비전위원회를 통해 디지털 시네마서비스 정책 및 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시네마가 차세대 디지털 융합 환경에서 파급 효과가 큰 핵심 기술이며, 2010년 이후 세계 영화산업이 디지털 시네마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사실 디지털 시네마 산업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이미 민간 주도로 디지털 시네마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상당한 작업이 진척되고 있는 중국과 싱가포르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간 국내 디지털 시네마 산업은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한국 디지털시네마포럼’에서 논의돼 왔지만, 더 빨리 더 많은 과제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제반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게다가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체인들 역시 디지털 시네마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비용 문제 때문에 선뜻 나서기를 꺼려 왔다. 이제 그 중요성을 문화관광부가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꽤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아직 기획예산처에서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요,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같은 여타 관계 부서와의 줄다리기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비전위원회 회의를 계기로 디지털 시네마를 향한 국내 영화산업이 큰 도약의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형 디지털 시네마 아직 늦지 않았다
물론 이 모든 새로운 징후 가운데 가장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는 부문은 다름 아닌 디지털 상영이다. 디지털 상영의 장점은 이미 여러 차례 강조된 바 있다. 연간 600억 원이 넘는 영화 프린트 제작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극장 상영 이후 필름을 폐기하는 데서 발생하는 자원 낭비와 공해를 줄일 수 있으며, 관객들은 필름에서 체험하지 못했던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과 음질의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멀티플렉스 업체와 배급사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모두 조심스럽게 디지털 시네마를 실험해 왔다. 지난해 연말까지 국내 극장가에서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보유한 극장은 CGV용산과 CGV강변, 코엑스 메가박스, 일산 라페스타, 신촌 아트레온, 경주 EXPO 3-D, 아리랑 시네센터 등 7군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투모로우> <슈렉 2> 등의 외화와 <어깨동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우리 형> 등 한국영화가 디지털 상영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디지털 시네마 역사에 더욱 특별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구로 CGV와 잠실 롯데시네마에 디지털 영사 시스템이 새로 도입됐으며, <인크레더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시스의 복수> <마다가스카> <로봇> 등 3D 그래픽에 의존한 외화들이 디지털 상영됐다. 한국영화로는 <친절한 금자씨>가 점차 흑백으로 색이 변하는 디지털 버전을 선보여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아직 많은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디지털 상영에 필요한 기술 표준화가 아직 미비하다는 점, 그리고 아날로그 영사 시스템을 디지털 장비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과 관련한 쟁점은 여전히 디지털 시네마 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사안이며 앞으로 누가 주도권을 쥐고 영화 산업을 움직이게 될지 초미의 관심을 끄는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디지털 상영에 대한 영화인과 영화 팬들의 심리적 저항감도 상당한 편이다. 디지털 마스터링 소스의 색과 질감이 필름 비주얼의 깊이를 뛰어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2년 전 <태극기 휘날리며>의 경우 꽤 많은 비용을 들여 디지털 마스터링 소스를 제작했으나, 시사 이후 강제규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의 반대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더구나 디지털 상영되는 영화들도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시스의 복수>의 경우 디지털 상영관에서 한글 자막이 나오지 않아 상영을 중단해야 했던 사례가 있었다. <친절한 금자씨>는 영화가 상영되다가 중간에 끊기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디지털 상영이 이렇게 불안할 수밖에 없는 정확한 이유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 각 극장의 영사 담당자들은 영사기 및 서버 공급 업체들과 문제 파악에 나섰으나, 아직 정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디지털 영사 장비 업체들도 경쟁이 심한 데다 산업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제품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기술 표준화는 신속한 대처를 필요로 하는 문제다. 지금 디지털 시네마에 관심이 있는 전세계 영화 관계자들은 지역별로 또는 국가별로 데이터 전송 및 장비 시스템과 관련한 표준안을 내놓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할리우드 6대 메이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디지털 시네마 이니셔티브(DCI, Digital Cinema Initiative)를 결성하고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준비를 해왔다. 유럽에서는 유러피언디지털시네마포럼(EDCF, European Digital Cinema Forum)을 중심으로 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국가 단위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남미 대륙에도 국가 연합 디지털 시네마 단체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쪽은 역시 미국이다. DCI는 지난 7월 말 디지털 시네마를 위한 기술적 표준과 시스템 요구사항을 최종 합의했다. 디즈니, 폭스, 파라마운트, 소니, 유니버설, 워너 등은 DCI 회원사는 앞으로 이 표준안에 따라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으며, 극장 측에 그들의 영화를 상영하기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올 연말부터 자사 영화를 35mm 필름과 DCI 디지털 시네마 두 가지 포맷으로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DCI의 표준안이 전 세계 극장 산업의 현황에 비쳐봤을 때 상당히 고가의 장비 업그레이드를 필요로 한다는 것. DCI는 디지털 시네마를 위해 ‘JPEG 2000’이라는 고화질의 동영상 포맷을 채택했는데, 여기에 걸맞은 서버와 디지털 프로젝터를 갖춰야만 제대로 상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급돼 있는 디지털 영사 시스템은 1.3K(1280*1024)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반면, ‘JPEG 2000’은 최소한 2K(2048*1080) 이상, 가능한 한 4K(4096*2048)의 해상도에서 최적화될 수 있는 포맷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2K나 4K를 지원하는 영사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극장에서는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만든 영화를 디지털로 상영하는 것이 불가능할지 모른다.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할리우드영화가 전 세계 영화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DCI의 이 같은 결정은 많은 의문과 우려를 낳고 있다. 디지털 시네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디지털 시네마 비전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디지털 시네마 서비스 산업 발전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영상 선진국의 디지털 시네마 기술 동향 및 표준화 실태를 조사하고, 디지털 시네마 국내 기술 표준화 및 산업화 전략, 그리고 전문 인력 양성 방안을 수립하는 것도 이들의 목표다. 비전위원회는 두 개의 분과로 나뉘어 이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산업과 인력 양성 분야를 담당할 1분과(위원장 원용진)에는 김인수 시네마서비스 대표, 이현승 중앙대 교수, 심재명 MK 버팔로 이사, 박기용 영화아카데미 원장 등 산업 및 학계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기술 및 시스템 구축을 이끌어갈 2분과(위원장 김형준)에는 정제창 한양대 교수, 오옥태 KT 서비스기획본부 데이터솔루션 담당 상무, 장영욱 메가박스 영사실장 등 기술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비전위원회 첫 회의 이후 한 차례 모임을 가진 2분과에서는 오는 12월 비전위원회 로드맵 발표와 동시에 서비스 워킹 모델과 테스트베드를 구축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준 회장은 “중국과 싱가포르는 든든한 정부 지원을 받으며 이미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지원을 늦춘다면 IT 강국으로서 말이 안 된다. DCI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에 하루빨리 착수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 1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도 디지털 시네마가 논의된다. 10월 11일 ‘다지털 시네마 국제 네트워크와 기술 교류’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 미국과 일본, 중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이 패널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세미나 이후에는 중국 전영과학기술연구소와 영화진흥위원회의 기술교류 연대를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이왕호 영상기획팀장은 “미국의 DCI나 유럽의 EDCF와는 달리 아시아에는 아직 디지털 시네마에 관한 국제 교류가 없는 상태다. 동북아권의 국제 네트워킹과 서로에게 맞는 표준화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교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통신망과 결합된 디지털 시네마’라는 주제로 발제를 할 KT 오옥태 상무는 디지털 시네마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상무는 또 “KT는 위성과 통신 네트워크, 광 전송망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시네마에 적합한 기술 모델은 서비스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마련될 수 있다. 시장 반응이 적극적이어서 전국 1500개 극장이 단기간 내에 디지털 시네마로 전환될 수 있다면 산업적으로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디지털 시네마 전환에 대해 아직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CGV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기술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할 것이고, 고가의 장비를 들여온다 해도 얼마 후면 낡은 기계가 되어버린다. 먼저 투자하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 같다. 디지털로 영사할 콘텐츠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섣불리 시장을 만들어가기에는 아직 시기 상조”라고 말했다. 디지털 시네마 전환 비용을 두고 극장 측이 눈치를 보고 있는 만큼, 극장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시네마에 대한 논의가 지나치게 기술 중심주의로 흐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영화는 분명 기술 집약형 상품이지만,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는 문화적 가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비전위원회 회의에서 “디지털 시네마의 명분이 기술적으로 치우쳐 있다면 이는 산업자원부나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소관 업무가 되는 것 아닌가”라면서, “문화관광부의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시네마의 문화적 파급 효과에 대한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네마는 단지 극장용 영화 상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레저의 다른 영역을 아우르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상영관에서 뛰어난 프로 게임 경기를 영화처럼 상영하거나, 음악 콘서트를 열고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만일 디지털 시네마가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포괄할 수 있다면, 그 문화적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체 융합 시대와 새로운 영화(들)
SK 텔레콤이나 KT 등 통신자본의 영화계 진출은 충무로의 ‘비트화’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한 청사진은 나오지 않았지만, 양 통신사 모두 한국영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SK텔레콤은 700억 규모의 영화 펀드 구성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올 4/4 분기 즈음 앞으로의 사업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최근 싸이더스 F&H 인수를 마무리지은 KT도 영화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접촉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싸이더스 F&H가 모바일 사업부를 신설하고 게임을 제작 배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영화와 게임의 융합을 통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포석이다. 또한 KT는 제일기획과 함께 기업 마케팅의 일환으로 단편영화를 채택하기도 했다. <KT 프로젝트>(가제)라 불리는 이 3편의 단편영화는 각각 전화를 모티프로 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며, 곽재용, 정윤철, 김태균 감독이 20~25분 내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10월 둘째 주 KT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상에 공개되는데, 인터넷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스케일이나 연출의 밀도 면에서 장편영화 못지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SK 텔레콤 계열의 위성 DMB 채널 TU 미디어 역시 뉴미디어에 걸맞은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오는 11월 말까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과 함께 진행하는 'DMB 콘텐츠 발굴 및 육성을 위한 콘텐츠 공모전'도 그 일환이다. DMB에 걸맞는 영상 콘텐츠는 아직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금광인 만큼, 이번 공모전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의 경연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진화함에 따라 극장과 영화의 형태도 점차 바뀌고 있다. 올겨울 용산 CGV에 오픈하는 아이맥스 영화관에서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을 통해 3D로 재탄생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 개봉할 예정이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이라는 강력한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방송 윈도를 통합하고 있는 DMB는 ‘e충무로’ 시대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전통적인 영화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영화들과 끊임없이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 디지털 시네마는 영화의 생존을 보장하고 그 지속 가능한 가치를 생산하는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다. 디지털 시네마 산업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물꼬를 터야 한다” 이충직 디지털 시네마 비전위원회 위원장
영진위 시절에는 실무적인 필요에서 디지털 시네마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극장이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5~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는데, 최근 추세를 보면 3~4년 이내에 곧바로 산업화될 것 같다. 하지만 영진위 포럼만으로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다. 그간 포럼에서는 문광부에 꾸준히 디지털 시네마에 대한 제안을 해왔고, 문광부가 이를 받아들여 예산안을 책정하게 된 거다. 비전위원회의 정확한 역할은 무엇인가? 아직 디지털 시네마 구축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기획예산처에서도 민간 부문에서 투자할 비용을 국가가 대야 하느냐는 의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전위원회의 현실적인 목표는 그 예산을 따내는 것이다. 디지털 시네마의 문화적 산업적 중요성을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각 분과위원회의 구상과 비전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시네마의 산업적 효과와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1분과, 표준화와 영사기, 서버 등 기술적인 부분들을 해결할 2분과로 나뉘어 있다. 각 분과위원회 회의 내용을 8명의 비전위원회 위원들이 검토하고 종합한다. 아시아 디지털 시네마를 선도해나가겠다는 포부가 흥미롭다. 중국은 이미 많은 극장이 초보적인 단계에서 디지털화되어 있다. 일본은 기술적으로는 매우 앞서 있지만 결정 과정이 좀 느린 편이다. IT 강국인 우리가 기술 모델을 만든다면 일본이나 중국보다 한 발 앞서가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영화 전송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라면 동남아 국가들에 우리의 기술력을 수출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디지털 시네마의 미학적, 사회적인 효과는 무엇인가? 좀 나이 든 영화광 세대들은 필름 룩(look)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영화는 필름의 그 미세한 떨림과 느낌을 잡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 모니터를 켜고, 버추얼 세게와 더욱 친숙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좀 다른 시각 체계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에게 ‘필름 룩’이란 하나의 허상일 수도 있다. 이미 학교의 연출 전공 수업에서 16mm 단편 작업은 안 하기로 했다. 디지털로 전환해도 우리가 노리는 교육 효과는 충분히 나온다. 비용 문제 때문에 극장 업체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디지털 시네마 설비 투자는 업계에서 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 업계는 그냥 필름을 갖다 트는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다. 정부가 일단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디지털 영사시스템 설비를 위해 정부와 업체가 부분 분담을 한다든가, 정부가 저리로 융자를 해주고 나중에 회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위원장으로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나? 디지털 시네마는 세계적인 추세다. 저항해봐야 소용도 없고, 누가 선점하느냐 또는 시기의 문제다. 난 디지털 시네마가 정말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대작 영화뿐 아니라 독립영화계에서도 좋은 작품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걸 필름으로 전환할 필요 없이, 바로 디지털 영사 시스템으로 상영하게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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