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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영화 본질, 의문 그리고 깨달음
실험영화의 현재를 보여주어 새로운 시각경험을 제공하는 서울국제실험영화제(EXIS: Experimental Film&Video Festival in Seoul)가 작년에 이어 9월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옛 허리우드극장)에서 열렸다.
서울국제실험영화제는 영화의 새로운 형식, 새로운 도전, 새로운 영감을 추구하는 영화제로 2회 실험영화제는 '영화? 영화!'라는 영화의 본질을 묻는 주제로 열렸다.
9월 7일 열린 개막식에서 박동현 집행위원장은 "'영화? 영화!'라는 슬로건으로 영화의 본질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경험을 하기 위하여 아방가르드 정신에 입각해서 슬로건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실험영화제 폐막식. ⓒ임순혜 |
실험영화제답게 개막공연은 한국 성기완의 음악과 스페인 라파엘 산체스의 영상이 어우러진 공연으로 시작되었고, 개막작은 홀리스 프렘튼의 <노스탈쟈>가 상영되었다.
개막작 <노스탈쟈>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홀리스 프렘튼이 이전에 찍어 두었던 사진을 한 장 한 장 전기 스토브에 얹어 불태우며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기독백적인 영화다. 사진작가로서의 자신이 영화작가로 변하는 정체성에 대한 영화로 정지된 사진이 불타면서 영화로 변모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사진이 다 타고나서 그 이전의 사진에 대한 나레이션이 나오며 사진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노스탈쟈>는 순간과 시간 멈춤과 움직임을 대표하는 사진과 영화 사이의 작가의 고민을 표현하여, 프렘튼의 입장에서 영화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주는 영화다.
2회 실험영화제는 홀리스 프렘튼의 회고전과 일본 실험영화 50주년 기획전, 국제경쟁부문과 국제 비경쟁부문의 네 가지 섹션으로 진행되었는데, 모두 17개국 96편의 경쟁작과 35편의 비경쟁작이 상영되었다.
9월 11일, 실험영화제를 닫는 폐막식에서 박동현 집행위원장은 "6일 동안 서울아트시네마에는 887명의 관객이, 스페이스 셀에서는 149명, 모두 1036명의 관객이 관람하였다"고 밝히고 영화제를 찾은 관람객들과 게스트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미국의 실험영화연구 집단인 엔솔로지 필름 아카이브의 로버트 할리, 카수에 토미야마 일본 이미지포럼 대표, 박지홍 단국대 교수, 장민용 서경대 교수 등 네 명의 심사위원이 심사하여 선정한 국제경쟁부문 수상은, 필름으로 만든 최고상인 '필름 매체상'에는 오스트리아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의 <세계의 거울, 영화; 에피소드1-3>(2005, 흑백, 93분, 35mm)이 선정되었다.
비디오로 만든 작품 중 최고상인 '비디오매체상'은 독일, 마티아스 프리츠 감독의 <빛을 향하는 나방들>(2004, 칼라, 18분 5초)이, 한국인이 만든 작품 중 최고상은 김시헌 감독의 <잠재적 슬픔>(2005, 칼라, 3분30초)이 선정되었다.
심사위원장인 로버트 할리는 "11개 부문의 너무 많은 경쟁작이었다. 어떤 작품은 2시간 길이도 있어 강행군을 하였다. 평생 이렇게 열심히 일해본 적 없다. 많은 작품, 좋은 작품, 새로운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심사평을 하였다.
박지홍 심사위원도 "요 몇 년 사이 이렇게 많은 실험영화가 만들어졌다. 잘 만든 작품도 많았다. 향후 2년간 실험영화 대량으로 볼 것 같지 않다"는 말로 작품 수가 많아 심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간접적인 표현을 하였다.
<세계의 거울, 영화; 에피소드1-3>은 1912년부터 1930년대의 오스트리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제작된 기록 영화를 구스타브 도이치 감독이 디지털로 재구성한 무성영화에 사운드를 입힌 영화로, 대사가 전혀 없고 이야기 줄거리도 전혀 없으나 촬영된 기록 영상을 재편집함으로써 자본주의와 세계대전, 파시즘과 식민주의의 자취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 영화라는 거울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상관관계를 제안하며 상징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 영화다.
마티아스 프리츠 감독의 <빛을 향하는 나방들>은 밤의 달빛을 향하는 나방들을 독일, 시베리아, 몽고, 이탈리아, 미국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표현, 주관적 개념이 형성한 실제의 상대성을 다루고 있다.
김시헌 감독의 <잠재적 슬픔>은 추상과 구상의 동등한 공존을 위한 실험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폐막식에서의 박동현 집행위원장. ⓒ임순혜 |
다음은 박동현 집행위원장과의 대화다.
- 올해로 2회를 맞는데, 실험영화제를 기획한 의도는 무엇인가?
"많은 영화제가 있지만 실험영화를 보여주는 공간은 많지 않다. 부천이나 전주영화제에서 일부 코너가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유행처럼 지나가는 경향이 있다. 실험영화 제작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험영화는 독립영화의 극영화나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독립영화 제작 지원도 안 된다. 그래서 실험영화를 모아 상영하여 실험영화의 현재를 보여주려 하였다."
- 올해 이름을 바꾸었는데?
"1회는 서울실험영화페스티발에서 올해는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발(EXIS: Experimental Film&Video Festival in Seoul)로 바꾸어 실험영화의 현재를 보여주려 하였다."
- 경쟁부문 작품 수는?
"작년에는 40편 정도였는데, 올해는 100편 정도가 들어왔다."
- 언제 제작된 작품들인가?
"올해는 2000년부터 2005년 제작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작품 수가 많아 내년에는 2005년과 2006년 제작 작품으로 한정하려 한다."
- 9월 8일 폐막한 서울영화제와 겹치는 작품이 있던데?
"네 작품이 겹쳤다. 우연히 겹친 것이지 비슷한 성격의 영화제는 아니다. 서울영화제 개막작인 <세계의 거울, 영화; 에피소드1-3>이 경쟁작으로 신청을 하였다. 서울영화제와 실험영화제가 상영작 발표를 같은 날 하였기에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는지 몰랐었다. 작품이 우수해서 <세계의 거울, 영화; 에피소드1-3>가 ‘필름매체상’을 받았다."
- 인디포럼이나 서울영화제에서도 실험영화를 상영하는데?
"큰 영화제에서 실험영화제가 일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현재의 실험영화 중심으로 갈 것이다."
- 관객 반응은?
"관객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의외로 고정 관객이 많은 것 같다. 작년에도 6일 동안 1000명이 넘었다. 올해도 비슷하다. 실험영화 고정층이 생겨나는 것 같다. 그동안 실험영화 소개가 너무 안 되었었다."
- 초청 게스트는?
"공식적으로는 심사위원인 로버트 할리와 이미지 포럼 대표인 카수에 토미야마다, 그리고 작가인 죠히 스코트, 이나 신스케, 시카고 예술대학학장인 다니엘 아이젠버그, 스페인의 라파엘, 토론토 이미지페스티발의 제레미 릭스비, 오버하우젠 프로그래머인 허버트 슈발츠 등 6분이 자비로 찾아 주셨다."
- 수상작 선정 기준은?
"예술이 경쟁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공정을 기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겼다. 네 명의 심사위원이 성향이 달라 많은 토론을 하였을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규모를 키울 생각은 없다. 작품이 많으면 기간을 늘릴 수는 있다. 그리고 실험영화가 개인 작업 위주여서 커뮤니티 형성이 잘 안되는데 실험영화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에 하는 실험영화 워크숍을 통해서 좋은 실험영화 작가들을 배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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