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영화제작가협회장 보면 한국영화 미래 보인다?
[헤럴드 생생뉴스 2005-09-15 08:41]
요사이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을 꼽을 때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 영화제작가협회 김형준(45) 대표다.


아시아를 누비며 한국영화 홍보에 여념이 없고, 국내 각종 행사에 쫓아다니며 한국영화산업 시스템 ‘선진화’에 목소리를 높이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영화사 한맥영화는 양동근 김성수 주연의 ‘모노폴리’, 형사 액션물 ‘카운트다운’, 한ㆍ일 합작 로맨스영화 ‘첫눈’ 등 4, 5편의 영화를 촬영하거나 기획하느라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김 대표는 13일부터 열렸던 다국적 투자은행인 크레디리요네(CLSA)의 연례 투자자 포럼에 참가, 한류에 대한 특강을 했다. 30여개국 1000명 이상의 투자자가 참가한 가운데 김 대표의 ‘한류특강’은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와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고 해외 투자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또 그는 문화관광부에서 490억원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시네마사업에서 로드맵 작성의 임무를 부여받은 ‘차세대디지털시네마비전위원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부산영화제는 물론이고 연말까지 도쿄, 프랑스 리옹,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 다니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다.


영어회화 실력이 네이티브 스피커만큼 유창한 그는 영국 일간 ‘더 타임스’부터 영화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까지 “한국영화를 다루려고 한다”며 불쑥 불쑥 걸려오는 전화 인터뷰에 시달리기 일쑤다. “내 영화를 해야 하는데 실속이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지만, 그는 그 모든 문제를 다룰 만한 날카로운 시각과 타고난 입심,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가진 정력가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가 영화계에 남긴 성과는 크다. 최근 불거졌던 배우 개런티 및 제작 지분문제에 대해 영화제작자들과 매니지먼트 회사 사이에서 문제 제기와 협상을 주도했다. 최근 “일을 치르고 난 뒤 노골적인 지분 요구 등의 문제는 많이 개선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또 그는 기술 표준화를 두고 각국 간의 경쟁이 뜨겁게 벌어졌던 비디오나 휴대폰시장보다 더 달아오를 분야가 디지털시네마라고 전망하고 국가적인 사업 모색을 위해 논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영화계 모든 이슈의 중심에 있는 그는 18세의 나이로 미국에 건너가 USC에서 재정학을 전공한 뒤 한국영화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 귀국 후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외화 수입업무로 시작했다.


그는 당시 한국영화에서는 흔치 않았던 로맨틱 코미디의 가능성을 보고 직접 시나리오를 쓴 ‘미스터 맘마’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때 강우석 감독과 맺어진 인연이 ‘실미도’ 제작으로 이어졌다.


그는 미래의 장르와 트렌드를 읽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링’과 ‘주온’ 시리즈를 수입하며 일본 공포영화를 소개했고, 한국 공포영화의 전성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제작해 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시실리 2㎞’는 제작자로서의 그의 색깔이 가장 잘 묻어 있는 작품이다. 청춘스타나 대규모 제작비를 쓰지 않고 코미디와 공포, 사회드라마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이다. 그는 향후에도 평균제작비에 장르적 색깔이 확실한 영화를 만들어낼 생각이다.


일본과 필름영화에서 눈을 돌려 미국 시장과 디지털시네마를 향후 화두로 꼽는 김 대표. 그를 보면 한국영화의 미래가, 적어도 그 일부는 보인다는 것이 영화계의 시선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by 100명 2005. 9. 27. 1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