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질문] ‘전미 박스오피스 몇 주간 1위’하며 선전한 영화가 막상 흥행 성적은 쪽박인 경우가 많습니다. 과대 광고인가요? 아님 우리나라에선 안 먹히는 미국영화 스타일이 따로 있는 건가요? ace (djtnemr@hanmail.net)
[답변] 나중에 무슨 욕을 얻어먹으려고 하지도 않은 1위를 했다고 뻥을 치겠냐는 게 영화계 인사들의 이구동성이다. 다만 ‘이건 분명 1등할 영화’라는 수입사 사장님의 전망(혹은 소망?)만 믿고 미리 보도 자료 배포했다가 대략 낭패였던 사례는 간혹 있더라고 전한다. 그렇다 한들 모든 외화의 흥행 성적이 일단 과대 광고일지 모른다고 의심부터 하는 건 참된 관객의 자세가 아니라고 관계자들은 말하는 바, 대박이 태평양을 건너와 쪽박이 되는 가세 몰락의 사유는 따로 있다. 이미 님께서도 의심하였듯 유독 한국에서 안 먹히는 미국영화들이 있다 이거다.
우선 할리우드 유색 인종 시네마는 한국 극장가에 발붙이기 힘들다. 자기 피부도 그닥 희끄므레하지 않으면서 한국인의 백인 사랑은 유별나다. 제아무리 미국에선 톱스타라도 흑인이면 일단 ‘생까는’ 게 한국 관객. 행여 허여멀건 파트너와 짝을 이룬 ‘바둑돌적(的) 캐스팅’이라면 모를까 지들끼리 뭉친 ‘콩자반적(的) 캐스팅’이었다간 극장 개봉 해봐야 파리 날리기 일쑤, 영화의 흥행을 얘기하는 데 파리가 앉기 십상이다. 그래서 한국 극장주들 머릿속엔 속칭 ‘깜둥이 영화’는 안 된다는 믿음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미국 극장주들 머릿속엔 '흑인이 나오면 기본은 한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한다. 영화 관람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여가 생활이다 보니 미국 인구 구성 비율에 비해 극장 관객 중 흑인 비율이 높기 때문이란다. 최근 미국에서 흑인 인구 수를 앞질렀다는 히스패닉계가 주연한 영화도 마찬가지 이유로 사랑받는다. 만일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영화 중에 유독 유색 인종 관객의 전폭적 사랑을 받은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했다 치자. 당근 피 보게 되어 있다.
둘째, 문화적 차이로 인하야 유독 한국에선 안 먹히는 장르가 있다. 우선 얼마 전 본지 특집으로 다룬 ‘할리우드 얼치기 패거리들’의 엽기코미디. 안 된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같은 특별한 예외도 있긴 하다. 그러나 <오스틴 파워> 시리즈를 비롯한 수많은 쪽박 사례를 들추기 시작하면 이런 예외를 들먹이는 게 심히 머쓱해진다. 그중에서도 이른바 SNL 사단(미국 TV 코미디 쇼 <새터데이 나이트 쇼 Saturday Night Live> 출신 배우들)의 영화를 큰돈 쓰며 개봉했다간 아주 사단 난다는 게 이 바닥의 정설이다. “웃는 타이밍은 다 달라도 우는 타이밍은 전세계가 똑같다”는 영화계 속설을 입증하듯 한국 코미디에는 2초 전부터 웃을 준비를 하는 반면 미국 코미디에는 2초가 지나도 웃을까 말까 고민하는 관객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간혹 극장에 온 외국인들이 뜬금없는 장면에서 신나게 웃어젖힐 때 그간 영어 학원에 쏟아 부은 돈을 아까워한 경험, 아마 다들 갖고 있을 것이다(외국인도 아닌데 함께 웃는 한국인들을 보면 더 밸이 꼬인다). 더구나 그런 '그들만의 코미디'는 번역도 문제일 수 밖에 없다.
할리우드 법정 드라마도 한국에선 아니 되는 장르다. 한 관계자는 “계속 말싸움만 하는 영화를 지겨워하기 때문”이라고 패인을 분석한다. 그래서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치고 한국에서 잘된 예가 별로 없다. 의외로 가족 영화도 아니 된다. 티격태격 패밀리가 마침내 대동단결의 통 큰 화해를 이루는 장면에서 다들 낯간지러워 한다는 게 이유다. 자고로 한국에선 결손 가정이 경쟁력 있거든. 유명한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 중 한국인은 잘 모르는 만화 원작. 당근 택도 없다. <스폰> <헬보이>가 대표적이다. <헬보이> 말이 나와서 말인데 주인공 몽타주가 우락부락하면 좀처럼 안 먹힌다. <스튜어트 리틀>의 앙증 버전 서생원이 나름 선전한 반면 미국 대박 <그린치>가 쪽박 찬 게 대표적 예다. 애플 파이로 풍차 돌리기라도 하지 않는 한 미국 남녀 고딩들의 청춘 로맨스도 찬밥 신세다. 우리 고딩들에겐 글자 그대로 ‘남의 나라 얘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캥거루 잭>마냥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뒤섞인 영화도 아니 된다. 모 아니면 도, 스리 고 아니면 독박의 가치관을 가진 한국인들 눈에 이게 뭐냐 이거지. 어중간하게.
대신 미국에서 쪽박이 한국 와서 대박으로 역전한 케이스도 적지 않다. <잔다르크>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선 개봉 첫 주 전대미문의 대재앙이라 손가락질받으며 고작 63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자꾸 안 좋은 추억을 끄집어내서 영화사엔 미안하지만 대략 미국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쯤 된다고 보면 된다.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당시 극장 관객 60만 명에 비디오 7만 장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대대로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역사 서사극 장르인 데다 감독이 뤽 베송인 게 컸다. 이렇게 베송이 아저씨가 먹어주니까 감독 말고 제작만 해도 뤽 베송 영화, 촬영장에 얼굴만 비쳐도 뤽 베송 영화, 개나 소나 뤽 베송 영화로 포장해 관객의 혼란을 부추긴 예도 적지 않다. 그런 영화는 냉큼 '퀵 배송' 택배로 돌려보내면 좋으련만.
[답변] 나중에 무슨 욕을 얻어먹으려고 하지도 않은 1위를 했다고 뻥을 치겠냐는 게 영화계 인사들의 이구동성이다. 다만 ‘이건 분명 1등할 영화’라는 수입사 사장님의 전망(혹은 소망?)만 믿고 미리 보도 자료 배포했다가 대략 낭패였던 사례는 간혹 있더라고 전한다. 그렇다 한들 모든 외화의 흥행 성적이 일단 과대 광고일지 모른다고 의심부터 하는 건 참된 관객의 자세가 아니라고 관계자들은 말하는 바, 대박이 태평양을 건너와 쪽박이 되는 가세 몰락의 사유는 따로 있다. 이미 님께서도 의심하였듯 유독 한국에서 안 먹히는 미국영화들이 있다 이거다.
우선 할리우드 유색 인종 시네마는 한국 극장가에 발붙이기 힘들다. 자기 피부도 그닥 희끄므레하지 않으면서 한국인의 백인 사랑은 유별나다. 제아무리 미국에선 톱스타라도 흑인이면 일단 ‘생까는’ 게 한국 관객. 행여 허여멀건 파트너와 짝을 이룬 ‘바둑돌적(的) 캐스팅’이라면 모를까 지들끼리 뭉친 ‘콩자반적(的) 캐스팅’이었다간 극장 개봉 해봐야 파리 날리기 일쑤, 영화의 흥행을 얘기하는 데 파리가 앉기 십상이다. 그래서 한국 극장주들 머릿속엔 속칭 ‘깜둥이 영화’는 안 된다는 믿음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미국 극장주들 머릿속엔 '흑인이 나오면 기본은 한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한다. 영화 관람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여가 생활이다 보니 미국 인구 구성 비율에 비해 극장 관객 중 흑인 비율이 높기 때문이란다. 최근 미국에서 흑인 인구 수를 앞질렀다는 히스패닉계가 주연한 영화도 마찬가지 이유로 사랑받는다. 만일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영화 중에 유독 유색 인종 관객의 전폭적 사랑을 받은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했다 치자. 당근 피 보게 되어 있다.
둘째, 문화적 차이로 인하야 유독 한국에선 안 먹히는 장르가 있다. 우선 얼마 전 본지 특집으로 다룬 ‘할리우드 얼치기 패거리들’의 엽기코미디. 안 된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같은 특별한 예외도 있긴 하다. 그러나 <오스틴 파워> 시리즈를 비롯한 수많은 쪽박 사례를 들추기 시작하면 이런 예외를 들먹이는 게 심히 머쓱해진다. 그중에서도 이른바 SNL 사단(미국 TV 코미디 쇼 <새터데이 나이트 쇼 Saturday Night Live> 출신 배우들)의 영화를 큰돈 쓰며 개봉했다간 아주 사단 난다는 게 이 바닥의 정설이다. “웃는 타이밍은 다 달라도 우는 타이밍은 전세계가 똑같다”는 영화계 속설을 입증하듯 한국 코미디에는 2초 전부터 웃을 준비를 하는 반면 미국 코미디에는 2초가 지나도 웃을까 말까 고민하는 관객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간혹 극장에 온 외국인들이 뜬금없는 장면에서 신나게 웃어젖힐 때 그간 영어 학원에 쏟아 부은 돈을 아까워한 경험, 아마 다들 갖고 있을 것이다(외국인도 아닌데 함께 웃는 한국인들을 보면 더 밸이 꼬인다). 더구나 그런 '그들만의 코미디'는 번역도 문제일 수 밖에 없다.
할리우드 법정 드라마도 한국에선 아니 되는 장르다. 한 관계자는 “계속 말싸움만 하는 영화를 지겨워하기 때문”이라고 패인을 분석한다. 그래서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치고 한국에서 잘된 예가 별로 없다. 의외로 가족 영화도 아니 된다. 티격태격 패밀리가 마침내 대동단결의 통 큰 화해를 이루는 장면에서 다들 낯간지러워 한다는 게 이유다. 자고로 한국에선 결손 가정이 경쟁력 있거든. 유명한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 중 한국인은 잘 모르는 만화 원작. 당근 택도 없다. <스폰> <헬보이>가 대표적이다. <헬보이> 말이 나와서 말인데 주인공 몽타주가 우락부락하면 좀처럼 안 먹힌다. <스튜어트 리틀>의 앙증 버전 서생원이 나름 선전한 반면 미국 대박 <그린치>가 쪽박 찬 게 대표적 예다. 애플 파이로 풍차 돌리기라도 하지 않는 한 미국 남녀 고딩들의 청춘 로맨스도 찬밥 신세다. 우리 고딩들에겐 글자 그대로 ‘남의 나라 얘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캥거루 잭>마냥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뒤섞인 영화도 아니 된다. 모 아니면 도, 스리 고 아니면 독박의 가치관을 가진 한국인들 눈에 이게 뭐냐 이거지. 어중간하게.
대신 미국에서 쪽박이 한국 와서 대박으로 역전한 케이스도 적지 않다. <잔다르크>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선 개봉 첫 주 전대미문의 대재앙이라 손가락질받으며 고작 63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자꾸 안 좋은 추억을 끄집어내서 영화사엔 미안하지만 대략 미국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쯤 된다고 보면 된다.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당시 극장 관객 60만 명에 비디오 7만 장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대대로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역사 서사극 장르인 데다 감독이 뤽 베송인 게 컸다. 이렇게 베송이 아저씨가 먹어주니까 감독 말고 제작만 해도 뤽 베송 영화, 촬영장에 얼굴만 비쳐도 뤽 베송 영화, 개나 소나 뤽 베송 영화로 포장해 관객의 혼란을 부추긴 예도 적지 않다. 그런 영화는 냉큼 '퀵 배송' 택배로 돌려보내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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