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호텔 최고층 1년에 12만 원? 방 빼!"

[신윤정 기자]

[앵커멘트]

특급 호텔의 가장 전망 좋은 층을 1년에 12만 원만 내고 써 온 사람, 바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인데요.

법원이 김 전 회장에게 호텔방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신윤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남산에 있는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대우개발은 1980년 호텔을 지으면서 최고층인 23층 전체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제공했습니다.

그러다 1999년 IMF 여파로 호텔을 팔게되자 김 전 회장은 대우개발 측과 25년 장기 임대계약을 맺었습니다.

임대료는 1년에 12만 원, 하룻밤에 328원 꼴이었습니다.

호텔을 인수한 씨디엘호텔코리아 측은 터무니없는 계약으로 가장 가치가 높은 층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호텔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대우개발 사장이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김 전 회장에게 막대한 재산상 특혜를 준 것은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 전 회장이 해외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호텔에 대한 권리를 유지하려 했다며,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해 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인터뷰:홍준호, 서울중앙지방법원 공보판사]

"경영자 가족에게 과도한 특혜를 제공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뿐 아니라, 이사회 결의 절차를 무시한 반사회적 불법행위로 보고 계약을 무효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계약 직후 김 전 회장은 해외도피생활을 했고 방은 7년 동안 거의 비어 있었습니다.

[녹취:호텔 관계자]

"사면된 다음에 한번씩 들르시기는 했다는데 거의 비어있었죠. 저희도 들어갈 수가 없어요. 무단 침입이잖아요."

김 전 회장은 계약한 지 9년이 넘어 갑자기 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더 이상 펜트하우스를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by 100명 2008. 6. 15.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