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한국은 무얼 먹고 살 것인가.

한국경제신문은 산업연구원(KIET)과 공동으로 미래 한국 경제를 이끌어나갈 '신(新)성장동력' 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공동포럼을 창설했다.

첫번째 연구과제로 설정한 것은 의료산업.최근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등으로 일부 첨단 의료·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과 성가를 인정받고 있지만 전반적인 의료산업 수준은 아직도 미흡한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전체의 석·박사 학위취득자 가운데 매년 15∼20%가 의료·제약 분야에서 배출되고 있는데도 국내 산업에서 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산업연구원(KIET)이 한국경제신문과 공동으로 지난 1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주최한 제 1회 KIET 산업경제포럼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첨단의료복합단지(클러스터) 조성의 효율성을 놓고 열띤 토론이 오갔다.


초청연사로 참석한 박기영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의료산업을 선진화해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삼아야 한다"며 "제약,의료기기,의료서비스가 한데 모여 시너지를 내도록 병원 중심의 첨단복합의료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의료산업이 새 경제 동력으로 유망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특정지역에 인위적으로 복합단지를 만들 경우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국내 의료계에서 기술발전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인적 서비스(human service) 향상이다.

국내 의료 현실이 흔히 '3분 진료'로 대변된다는 것은 인적 서비스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료부문에도 비민주적이고 가부장적인 일종의 파시즘이 존재한다.

의료산업을 과거사 청산 없이 경제살리기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적서비스 강화방안을 먼져 찾아야 한다.

◆홍성화 삼성서울병원 임상시험센터장

우리나라는 고급 인력과 첨단 장비,풍부한 임상치료 노하우를 보유한 세계 의료 연구개발의 보고다.

2000년 이후부터 국내에서도 외국 제약사의 임상투자가 시작됐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1년에 외국 15∼20개 투자팀이 방문한다.

정부와 유관기관의 체계적인 지원과 전략적인 투자가 뒷받침되는 복합의료클러스터가 설립될 경우 한국의 의료산업이 고부가화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일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의료기술이 발달한 미국은 국민 의료비 지출은 높은데 평균적인 건강수준은 낮다.

정부가 추구하는 의료선진화 모델이 의료양극화 모델일 수도 있다.

공적의료체계와 민간 의료체계를 어떻게 재정비할 계획인가.

◆박 보좌관

의료제도와 의료기술을 함께 풀려면 진도가 나가기 어렵다.

공공의료체계,의료수가 문제까지 얽히면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는 의료선진화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중 발전 여지가 큰 기술 부문을 우선 발전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영선 연세대 교수(경제학)

현재 정부 그림대로라면 막대한 돈을 들여 신도시 하나를 더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백지에서 새로 시작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병원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학)

정부가 어차피 병원 중심의 클러스터를 추진한다면 현재 수준 높은 병원들이 밀집한 도시에서 동떨어져 새로운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나라도 넓지 않은데 IT네트워크를 이용한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이진순 숭실대 경상대 학장

한정된 재원을 투입해서 뒤처진 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텐데 종전의 'n분의 1'식 나눠먹기 지원이 되풀이되면 경쟁력은 갖추지 못한 채 국가 재정만 낭비할 수 있다.

◆박 보좌관

국내 임상시험의 경우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임상부문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제약·병원·의료기기 수준이 함께 높아져야 한다.

초기에는 의료기기나 백신 신약 부문 등을 집중 지원하고 제약회사와 병원이 컨소시엄을 이루면 우선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차원으로는 인·허가나 특허 쪽 역량을 강화하겠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경제통상학)

국제 수준에 비춰 국내 의료부문 임금이 낮은데 클러스터를 만들면 해외 고급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으리라는 정부 구상은 안이해 보인다.

◆박 보좌관

국내에서 배출되는 석·박사 중 생명공학 부문이 20%에 육박하는데 산업비중은 3% 이하다.

그만큼 국내에 자리가 적다는 의미다.

석·박사들이 자리를 못잡고 외국에서 연구직으로 떠도는 경우가 많다.

민간 부문이 우수한 인력을 합당한 보수를 주고 쓸 수 있도록 민간 시장 확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장세진 인하대 교수(경제학)

클러스터를 조성하기에 앞서 신중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클러스터의 상당수가 실패했다.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주변 관련산업이 적정한 비용으로 생태학적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정부가 판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문제다.

정부 그림에는 투자에서 배제된 자들의 냉소에는 어떻게 대처할지,추진 과정을 어떻게 모니터링할지 등을 책임있게 따지는 역할이 빠져있는 것 같다.

◆박 보좌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사업성을 검토하겠다.

도시와 동떨어진 어느 한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제도적 틀과 기술적 틀을 어떻게 연계시킬지 계속 고민하겠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정부가 개입하면 기술 업그레이드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

스케줄 구상은 어떤가.

◆박 보좌관

클러스터가 일정 모양을 갖추는 데만 적어도 10년 이상 걸린다고 본다.

참여정부가 끝나기 전에 스케줄 디자인 정도는 끝내겠다는 구상이다.

정리=김혜수·김동윤 기자 dearsoo@hankyung.com
입력시각 08/21 18:08

by 100명 2005. 8. 22.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