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통해 '한국 문화' 세계화 이루고 싶어"
'와인 문화 전도사' 된 개성상회 딸 한상인씨
내년 佛 큰 샤토와 함께 한국 음식 축제 열 생각

▲ 한국음식과 생활 문화를‘평범한 아름다움’이라고 말하는 한상인씨는“프랑스 와인 루트를 거꾸로 이용해 세계로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명원기자mwlee@chosun.com
흰 양복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양복 안주머니에는 이름 대신 '美凡生'(미범생)이라고 새겼던 풍류인이 있었다. 인삼 거래로 이름났던 개성상회 한창수 회장은 "아름답고 평범하게 살자"며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8년 전 작고한 한 회장의 풍류를 외동딸 상인씨가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한씨는 14일 경기도 고양군 벽제 개성농장에서 'AVAH'(한의 친구, 와인, 문화) 창립 모임을 갖는다. 1958년에 북한산 밑에 자리 잡은 농장은 돼지 키우고 농사 짓던 곳. 한씨는 돈사를 개조해 집을 만들었고 선친이 아끼던 약 창고를 문화홀로 변신시켰다. 이곳에서 그는 한국 음식과 한국의 생활 문화를 와인에 묶어 세계화하는 일을 벌일 생각이다.

"한국의 와인 열풍에는 거품이 많아요. 만화책에 나온 유명 상표와 생산 연도는 줄줄 외워도 정작 생활 속에서 편하게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없어요." 그는 한국 음식의 '평범하지만 깊고 아름다운' 맛에 주목했다. 그래서 이번 AVAH 창립 행사는 와인과 한국 생활 문화로 엮었다. 집안 음식인 편수(표고와 오이를 소로 한 개성식 만두)를 메밀로 빚고 갈비구이와 연잎밥을 와인과 함께 낸다.

"내년쯤엔 프랑스의 큰 샤토(와인업체)와 한국 음식 축제를 해보려 해요. 샤토 오브리용과 이야기를 진행 중인데, 한국이 와인을 수입만 할 게 아니라, 거꾸로 와인 루트를 이용해 우리 문화를 세계에 내놓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한씨는 손님 치르기 좋아하던 선친의 성격을 자신이 그대로 물려받았다며 웃는다. 한 회장 시절, 개성농장의 특미는 보신탕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정치인, 작가, 예술가 등 손님들도 다양했다. "보르도 와인과 배받이찜이 진짜 잘 어울린다고 하잖아요. 그게 실은 여기서 시작된 거예요." 한씨는 개성농장을 평범함과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한국의 풍류를 가꿔갈 못자리로 삼겠다고 했다.
by 100명 2008. 6. 14. 1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