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글로벌 블루오션'에서 승부내라

<아이뉴스24>

갑을관계의 종속우려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업계가 대기업 자본의 유입을 거절 할 수 없는 이유는 전편을 통해 살펴봤다. 그렇다면 콘텐츠 업계와 대기업, 특히 통신회사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국산영화의 진흥과 영화산업의 육성, 지원을 담당하는 영화진흥위원회 김미현 정책연구팀장은 "대기업의 자본이 시장에 들어와 어떤 기능을 하느냐에 따라 업계 전체에 엄청난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대기업 자본의 권력화와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영화산업의 문화적 가치는 상당히 높지만, 기존에 대기업들이 활동하던 영역에 비해 시장규모가 큰 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영화제작가 측 발표 자료에 의하면 현재 국내 영화시장 규모는 7천 171억원 수준.

지난해 기준으로 이통 3사가 각각 SKT 10조원, KTF 4조 6천억원, LGT 2조 2천억원 규모의 서비스 수익을 발생시켰음을 고려하면, 영화 시장 전체 규모가 1개 통신회사 수익의 3분1에도 못미치는 셈이다.

따라서 새로운 수익 창출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통신회사들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을 움직인다고 해도, 콘텐츠 업계가 느낄 파장은 엄청날 수 있다는 게 김 팀장의 우려다.

영세한 콘텐츠 업계에 자본 수혈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소화 기능을 넘어서는 자본이 일시에 들어온다면 '돈의 흐름'에 따라 해당 산업의 판도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SKT 등은 대작 영화 3편은 만들 금액인 350억원을 자사 콘텐츠 서비스 중 일부분인 온라인 음악서비스 '멜론'의 마케팅 비용으로 책정해 운용하고 있다. 대개의 영화가 여러 투자자들에 의한 컨소시엄 형태의 자본을 통해 제작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 자금력인 셈이다.

이어 김 팀장은 "너무 많은 돈이 한번에 풀려 시장을 교란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이통사들이 그들이 예상했던 만큼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금을 일시에 거둬들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문화 산업은 발전가능성이 큰 분야지만, 그간 통신회사들이 음성통화 기반으로 조성했던 시장에 비하면 아직까지 '구멍가게' 수준이다.

따라서 영화 등 콘텐츠 업계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가 부재한 상태에서 시장에 진입한 통신회사들이 얼마간의 집중투자에도 불구하고 기대수익을 얻지 못하면 또 다른 '블루오션'을 찾아 떠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콘텐츠 업계는 얼마간 엄청난 공백에 의한 후유증을 겪을을 수 있다는 게 김팀장을 비롯,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기에 벤처 산업인 문화 콘텐츠 업계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통사들이 플랫폼에 실을 콘텐츠로서 안정적인 기획영화와 스타 위주의 영화 제작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얼마 안되는 파이를 두고 큰 자본이 움직이면서 입맛에 맛는 콘텐츠에만 돈을 쏟아붓게 된다면, 모두 다 별로 얻을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통신회사들은 협소한 국내 시장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이미 확인된 국내 콘텐츠 업계의 제작, 기획력에 자본과 마케팅 노하우로 힘을 실어 보다 넓은 세계, 해외 시장을 공략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영진위의 자료에 의하면, 2003년 기준 세계 영화시장 규모는 216억 8천만 달러. 우리돈으로 21조 7천억원에 이르는 시장이다. 이통 3사의 연간 국내 서비스 수익 총액이 17조원 남짓이었음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해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이통사들의 성에 찰만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에 세계 영화 관객의 절반 이상이 직, 간접적으로 한류를 경험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 인구라는 점 역시 국내 이통사들에게 글로벌 콘텐츠 그룹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기준으로 70억 8천 9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세계 영화 관객 중 55% 이상인 39억명이 아시아 인구다.


세계 영화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43.8%를 가져가는 미국의 관객 수는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시키고 있는 아시아 시장은 수익의 19% 정도인 42억 달러 수준, 우리돈 4조원을 조금 넘기는 적은 돈만이 아시아로 회수된다는 얘기다.

우리 통신회사가 지향해야 할 푸른 바다는 결국 이런 시장이 아닐까.

때마침 조성된 한류의 도도한 흐름이나 세계 영화제를 석권하고 있는 국내의 뛰어난 제작 능력 등을 십분 활용해 저변을 키우면서 아시아로 돌아와야 할 몫을 챙겨오는 것. 범 아시아적 가치를 담아 '아시아적인 한류'를 생산해 내는 데 경주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콘텐츠에 주력하고 있는 통신회사가 이런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면, 콘텐츠 업계와 이통사가 함께 웃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플랫폼 구축 능력 및 신규 서비스 개발 아이디어, 여기에 콘텐츠 유통 경험도 갖고 있는 통신회사와 영세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를 생산해 온 콘텐츠 업계가 서로의 강점을 결합시킨다면, 국내에 굴지의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업체 등장 가능성도 타진해볼 만하다.

이렇게되면 통신회사는 국내 콘텐츠의 해외 유통과 제작 활성화에 기여하고, 제작사는 고유의 제작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통신회사의 수직 계열화 과정을 지켜보며, '통신회사가 통반장 다하겠다는 얘기냐'고 반발하던 목소리 역시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시선을 멀리 두면, 중소 CP의 설자리를 빼았는다느니 영세한 콘텐츠 업계를 돈으로 휘젓는다느니 하는 오명대신 '글로벌 종합 미디어 그룹'이라는 이름을 얻을 만한 '윈윈 솔루션'을 찾는 일이 요원하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 이균성기자, 이관범기자, 함정선기자, 박연미기자]

/특별취재팀

IT는 아이뉴스24, 연예스포츠는 조이뉴스24

by 100명 2005. 8. 11. 0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