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5일 공개한 휴대전화 도·감청 수법은 충격적이다. 기술적 어려움이나 시간·공간적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도청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정원 수법은 아직 초보단계”라며 “최근 도·감청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휴대전화도 절대 안심할 수 없는 통신수단이 됐다”면서 정부와 관계기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휴대전화의 약점을 노렸다=휴대전화가 모두 무선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전파를 전달해주는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에는 일시적으로 암호가 풀리는 유선구간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국정원이 휴대폰 도·감청에 이용한 것도 이 수법이다. 휴대전화 도청대상자의 통화가 전달되는 기지국 주변에 도청장비를 설치하고 암호가 음성으로 해독(decoding)된 뒤 다시 암호화(encoding)하는 사이에 음성 자체를 도·감청하는 수법이다. 국정원이 1998년 5월부터 사용했다는 ‘유선 중계통신망 감청장비’가 그것이다.
수만개의 기지국 중 발신자와 수신자가 거치는 기지국을 정확히 알아야 도·감청이 가능하다.
◇암호로 된 전파도 가로채=CDMA는 원래 군사용 무선통신기술을 상용화한 것이라 도청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그러나 이마저 뚫었다. 휴대전화 사용자 200m 내에서 암호화된 무선내용이 기지국에 전달되기 전에 가로채 통화내용을 해독한 것.
국정원은 일반 기지국과 비슷한 크기의 도·감청 장비를 직접 싣고 다니며 통화자를 추적하는 수법으로 통화내용을 엿들었다.
이런 수법은 엄청난 장비가 동원돼야 하고 사용자가 기지국을 옮기면 감청이 중단되는 단점도 있다. 또 도·감청을 위해서는 대상자의 휴대전화 고유번호(ESN)도 알아야 하지만 국정원은 이같은 2중3중의 방어벽을 뚫고 통화자의 은밀한 대화내용을 도청해 왔다. 국정원은 45㎏ 정도의 ‘이동식 휴대폰 감청장비’를 99년 12월에 개발해 차량에 싣고 2000년 9월까지 약 9개월간 사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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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HSS사가 개발·판매한다는 CDMA 도청기 ‘G-Com 2066’. 이 회사는 2000년에 이 장비를 개발했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사진과 제원을 공개했다. |
◇복제폰은 실효성 떨어져=복제폰을 이용하는 수법도 한때 거론됐으나 실효성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복제폰을 사용하려면 단말기가 사용하는 망이나 단말기 고유번호를 모두 알아야 하는 데다 전화를 받을 때 동일권역에 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복제폰 방지를 위해 정부가 올 3월부터 모든 휴대전화에 복제방지 인증키를 탑재토록 해 도·감청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발전하는 도·감청 기술=전문가들은 “이론상 휴대전화 도·감청 구간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도·감청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도·감청은 시기적으로 2002년 3월 이전에 이뤄졌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못지않게 도·감청 기술도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최신 CDMA 방식의 휴대전화 역시 맘대로 도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 외국에서는 국내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온 무선구간을 도·감청할 수 있는 장비까지 개발돼 시판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문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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