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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부터 탈출, 자유럽게 일한다 | ||
[세계일보 2005-08-05 20:18] | ||
5일 오전 6시, 아이 울음소리에 눈을 뜬 한국IBM 마케팅팀 박현진(30·여·성남시분당구) 과장. 출근하는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선 박씨는 인근 어린이집에서 30분가량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와 PC앞에 앉았다. 박씨는 PC에 설치한 텔레컨퍼런스(원격회의) 프로그램에 자신의 ID와 패스워드를 입력한 뒤 본사와 지방, 심지어 외국에 나가있는 동료와 간단한 팀미팅을 갖는다. 사내 동료와는 회사 자체 메신저 ‘세임타임’(Same-time)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외부에서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는 역시 집안 PC에 설치된 ‘IP 소프트폰’으로 해결한다.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며, 서울 도곡동 본사까지 부랴부랴 출퇴근하던 시절의 피곤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박씨는 한국IBM이 이달 1일부터 상시 운영하는 재택근무제에 참여한 직원 가운데 1명. ‘한국IBM은 6개월 전 시범 도입한 재택근무제를 이달부터 상시 운영체제로 바꿨다. 시범운영 결과, 참여 직원 25명 중 95%가 이 제도에 만족했고, 82%는 재택근무를 계속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박씨 또한 당장은 갓 돌이 지난 아이의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데 만족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절약된 출퇴근 시간을 자기개발을 위해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회사쪽도 사무실 유지비와 인건비가 절감되고 인력풀을 융통성있게 활용함으로써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는 이른바 ‘U(유비쿼터스)-워크’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각 기업들은 유·무선 정보기술(IT) 인프라 발전을 토대로 이동근무, 차량 내 업무, 재택근무 등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컴퍼니’ 구축에 한창이고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도 본격화하고 있다. ‘사무실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바람이 실현될 날이 멀지 않은 셈이다. 게임업체 ‘넥슨’의 김정주(37) 사장. 서울 역삼동 본사엔 그의 사무실이 없다. 넥슨 창업자이기도 한 김 사장은 주로 ‘게임 본고장’인 일본 도쿄(東京)나 ‘신시장 개척지’인 중국 상하이(上海) 등에 머문다. 본사 경영상태는 이메일과 메신저, 화상회의시스템으로 챙긴다. 거꾸로 본사에 들러 세계 각지의 지사를 총지휘할 때면 직원 책상을 빌려 쓴다. 김 사장은 “(직원들이) 세계 여러 곳에 흩어져 있지만, 마치 옆 사무실에 있는 것처럼 IT 인프라에 의해 유기적으로 묶여 있다”며 “시간이나 장소에 얽매여 일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SK C&C도 지난 1일 분당에 마련한 새 사옥에 재택근무나 탄력근무시간제 도입에 걸맞도록 유비쿼터스 개념을 활용했다. 건물 내의 어느 곳에서든 무선 랜을 쓸 수 있도록 한 이 빌딩은 이름도 ‘SK U-타워’다.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된 산·학·연 공동의 U-워크 포럼이 공식출범함으로써 본격적인 유비쿼터스 업무환경이 실현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포럼은 향후 한국형 U-워크 모델을 도출한 뒤 관련 기술이나 표준, 인증방안을 마련하고 응용서비스 및 시범적용 계획도 수립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공공부문과 일반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2008년부터 일반기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포럼 관계자는 “한국IBM을 비롯, CJ CLS, CJ 홈쇼핑 등 민간기업들이 도입한 재택근무는 U-워크의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며 “조만간 사무실에 책상이나 의자가 하나도 없는 기업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현택 기자 larchide@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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