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한국 휴대폰 기업들이 위기에 빠졌다. 세계 휴대폰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 2분기 노키아, 모토로라는 선전한 반면, 삼성전자, LG전자는 판매량과 매출액, 영업이익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수치를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중고가 프리미엄 휴대폰 전략이 실패했다는 분석과 함께 시장 대응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하고 있다. 반면,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저조한 실적을 보인 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 휴대폰 시장 환경이 과거처럼 국내 휴대폰 업체에게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당분간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과거보다 더 힘겨운 전쟁을 치러야 할 것 같다.

◆2분기 한국 휴대폰 업체 줄줄이 하락세

지난 분기는 수치가 증명하듯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반격에 한국 업체들이 맥을 못 춘 형국이었다.

노키아는 지난 2분기 6천80만개의 휴대폰을 판매해 48억6천만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수량면에서는 지난 해 동기 대비 34%, 매출면에서는 20%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5% 증가한 7억9천900만 유로를 달성했다.

모토로라도 지난 2분기 3천39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해 49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동기 대비해 판매량은 41%, 매출은 24%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25% 증가한 4억98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모토로라와 2위 경쟁을 벌이던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2천440만대의 휴대폰을 공급해 4조1천900억원을 기록했다.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으나 매출은 -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판매대수 뿐 아니라 매출면에서 모두 모토로라에 뒤지게 됐다.

LG전자도 지난 2분기 1천21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해 1조8천2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전분기에 673억원, 전년 동기 1천228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팬택앤큐리텔도 지난 분기 230만대의 휴대폰을 공급해 4천4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6.3% 올랐으나 매출은 오히려 -.6.4% 감소했다.

◆한국 휴대폰 군단 참패 원인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지난 2분기 실망스러운 성과를 낸 데는 우선 세계 휴대폰 시장의 포화를 들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유럽과 북미 시장은 이미 시장 점유율이 70~80%로 성숙됐으나 교체 수요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러한 시장 상황은 국내외 업체를 막론하고 무한 경쟁 상황으로 돌입하게 만들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저가 위주의 노키아, 모토로라 제품이 두각을 나타낸 반면 중고가 제품을 내놓고 있는 한국 업체들이 고전하게 된 것이다.

가격 경쟁은 특히 국내 업체들이 선전했던 북미 시장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인 결과 이익률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비단 한국 업체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노키아도 지난 분기 판매량을 늘리는데는 성공했으나 휴대폰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하는 결과를 감수해야 했다.

한국 업체들에는 이밖에도 악재가 더 있었다.

한국 업체들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3세대 휴대폰 시장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한국 업체들은 북미와 유럽에 3세대 EV-DO 및 WCDMA을 출시했으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3G 휴대폰은 고가 제품이었기에 저가 경쟁에서 더욱 고전해야만 했다.

노키아-모토로라와 한국 업체들간의 기술 격차가 줄어든 것도 우리 업체들에게는 타격이었다. 과거 삼성전자, LG전자는 MP3폰, 고화소카메라 폰 등 앞선 기술을 강점으로 한 휴대폰을 통해 차별성을 누려왔다. 하지만 이제 해외 업체들도 이러한 휴대폰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반면 MP3폰과 카메라폰 이후에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가질만한 새로운 기술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다기능 휴대폰들을 출시했으나 필요 이상의 기능들로 인해 가격 인상효과만 있을 뿐 시장에서 반응은 폭발적이지 않았다.

국내 업체들이 주춤한 틈을 타서 모토로라는 카메라와 MP3 기능들을 초슬림으로 구현한 혁신적인 디자인의 '레이저'를 내놓아 슬림폰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블루블랙폰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측면에서는 리더십을 가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리서치의 이정철 연구원은 "과거에는 국내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차별성있는 휴대폰을 고가에 판매하면서 시장을 키워나갔지만 점점 노키아, 모토로라와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험난한 길' 예고…'섣부른 전략 수정은 위험'

예전에 차별화된 시장에서 선점효과를 누리던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심화된 국제 경쟁 속에서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가 시장 위주의 시장 환경으로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고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올해 경영 목표도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하반기에도 15%를 넘지 않을 전망이다. 미래에셋리서치는 LG전자의 올해 휴대폰 공급량을 당초 5천600만대에서 5천400만대로 낮췄다. 팬택앤큐리텔은 올해 매출 목표를 2조5천억원에서 2조2천2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한편, 현재 시장이 저가 휴대폰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고 해서 섣불리 국내 업체들이 전략을 수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증권리서치의 권성률 연구원은 "저가 시장은 이미 노키아와 모토로라 중심으로 판이 짜여져 있는데 한국 업체들이 여기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더욱 수익률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선출시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출시 전략이란 경쟁사보다 고급 제품을 먼저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면서 지속적으로 신규 휴대폰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분기에는 신제품 출시가 없었던 것도 국내 업체들이 고전한 이유였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새로운 제품들이 잇따라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 예정인 단말기의 70%가 하반기에 몰려 있다. LG전자도 평택 통합공장과 가산 R&D센터가 안정화되면서 하반기에는 제품 출시가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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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100명 2005. 7. 29. 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