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를 퇴짜 놓고…야후는 구글의 품에 안겼다

기사입력 2008-06-13 13:02 |최종수정2008-06-13 16:42
야후, MS와 인수 협상 최종 결렬…구글과 검색광고 제휴

야후가 IT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의 끈질긴 구애를 물리치고,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청혼을 받아 들였다.

미국 야후는 12일(현지시각) 해외 언론에 잇달아 배포한 두 건의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인수 등 다양한 조건을 제시한 MS와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구글과 검색광고에서 협력할 수 있는 비(非)배타적 협력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야후는 구글의 검색 광고인 ‘애드센스(검색용 및 콘텐츠용)’ 등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연간 8억 달러 규모의 매출 증대 효과는 물론이고, 현금 유동성도 첫 12개월 동안 2억5000만~4억5000만 달러가량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색광고 협력은 첫 4년으로 시작한 뒤, 협의를 통해 최장 10년(3년씩 두 차례 연장)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MS는 지난 1월 31일 446억 달러(주당 31달러, 1월 31일 종가 19달러의 프리미엄 62%)에 야후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뒤, 협상이 신통치 않자 제안 가격을 496억 달러(주당 33달러)로 올렸으나 지난달 초 야후가 이를 거부하자 제안을 철회했다. MS는 이후에도 ‘온라인 검색부문 별도 매각’ 등 다양한 교류(alternative transaction) 조건을 내걸었지만, 야후는 단호했다.

심지어 일부 외신들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 “MS가 최근 주당 35달러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전했다. 야후는 구글과의 협력 발표에 앞서 여러 차례 내부 논의를 진행했지만, 지난 8일 회의에서 이사회는 당초 MS가 제안했던 주당 33달러에 야후 전체를 인수하는데 관심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제리 양(Jerry Yang) 야후 CEO는 자료에서 “우리는 검색과 디스플레이의 융합(컨버전스)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광고 시장의 차세대 주요 개발 목표라고 본다”며 “이번 구글과 협력을 통해 중요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구글 CEO 역시 이날 자료에서 “야후와의 협력은 더 연관성이 높은 광고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광고주들과 광고 게시자들에게 더 나은 광고 기술을 제공해 비즈니스 성공을 돕게 될 것”이라며 “보다 경쟁적이고 역동적인 온라인 광고 시장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오미디 코데스타니(Omid Kordestani) 구글 수석 부사장은 12일 공식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야후와 구글이 손 잡은 것은▲결코 인수합병이아니고, ▲업계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것도 아니며, ▲야후와 배타적 독점 계약도 아닐 뿐만 아니라, ▲구글의 검색 트래픽에도 영향이 없으며, ▲구글의 광고 단가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하며 이번 제휴의 정당성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야후에게 외면 당한 MS 역시 12일 공식 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MS는 “야후 인수 제안을 철회한 이후 수주일 동안, 양사는 ‘주당 33달러’ 거래 제안을 놓고 협의를 해 왔다”며 “지난달 3일과 18일에 거듭 밝힌 대로 MS는 야후 전체를 인수하는데 관심이 없지만, 우리의 제안은 향후 협의를 위해 여전히 유효하다”고 언급해 추후 전격적인 협상의 불씨를 남겨 놨다.

업계에서는 검색엔진 2위 업체인 야후와 검색엔진 1위의 구글이 협력함에 따라 반독점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S는 그 동안 야후와 구글의 손을 잡게 되면 구글이 미국 검색광고 시장의 90%를 과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해외 언론들은 민주당 상원의원이자 상원 반독점 소위원회의 유력 인사인 허브 콜(Herb Kohl)의 말을 인용 “야후와 구글의 협력에 대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야후과 구글 역시 이에 맞서기 위해 규제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경매방식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역시 이달 초 야후 이사회에 보낸 공개 e메일에서 “오는 8월 열리는 야후 이사회를 장악한 뒤 제리 양을 쫓아 낼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등 야후 인수를 둘러 싼 업계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by 100명 2008. 6. 14. 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