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첨단 휴대폰이 갑자기 먹통?
[조선일보 2005-07-27 03:25]

TV·MP3·카메라 기능 합쳐지며 오작동 늘어
업체들 이미지 우려해 '쉬쉬'… 원인 못찾기도

[조선일보 백승재 기자]

김모(21·서울 고덕동)씨는 최근 구입한 신종 휴대전화가 ‘애물단지’가 돼버린 속상한 일을 겪었다. 김씨의 휴대전화는 고화질에 멀티미디어기능까지 갖춘 최신형 제품. 그러나 동영상, 사진 기능을 사용하자, 갑자기 화면이 하얗게 되고 작동이 멎는 ‘버그(오작동)’ 현상이 발생했다. 3주 동안 A/S센터를 오갔지만 원인을 찾지 못한 김씨는 결국 대체품을 받아 쓰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지금 버그와 전쟁 중이다. 최근 휴대전화는 MP3플레이어, 카메라, 캠코더, 휴대용 TV를 아우르는 최신 기술의 복합기기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의 견고성·디자인은 크게 발전했지만, 다양한 기능을 운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YMCA시민중계실이 2주 동안 접수한 버그 신고는 500건에 달했다. 최근에는 버그 사례가 더욱 늘었다고 한다. 전화 통화를 하는 도중에 문자메시지가 오지 않거나, 안테나가 2개가 표시되는 등 사소한 버그도 있지만, 화면이 갑자기 하얗게 변하거나, 배터리를 떼어낼 때까지 무한정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등 치명적인 버그도 적지않다.

버그는 삼성·LG·SK텔레텍 등 거의 전 업체에서 발견된다. 박정석 모바일사용자연합 대표는 “이제 버그는 업계 전체의 문제이며, 휴대전화가 앞으로 다양한 가정 기기를 통제할 예정이어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도 휴대전화가 PC에 버금갈 정도의 종합기기로 변하면서 버그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박문화 LG전자 사장은 “경쟁이 치열한 휴대전화 시장에서 제품을 빨리 내지 않으면 뒤처지고, 제품을 빨리 내려다 보면 사소한 문제를 모두 잡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염철진 과장도 “최근 휴대전화는 수십만항목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점검을 거쳐 출시되지만, 그래도 사용자가 쓸 ‘경우’의 수를 모두 따지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도 버그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업체들의 자세는 훨씬 적극적이다. NTT도코모의 경우 버그를 바로잡기 위해 1인당 CS(고객서비스) 금액을 책정하고 있다.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바로 판매 중지 및 리콜에 들어간다. 또 버그를 보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언론을 통해 알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업체들이 버그를 알리는 데 소극적이다. 제품 이미지의 손상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패치(보완프로그램)를 올리거나, 이벤트를 열어 핸드폰을 업그레이드 해준다며 슬쩍 패치를 깔아주는 경우가 전부다.

휴대전화 사용자 모임 ‘폰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희경 YMCA 간사는 “자동차처럼 휴대전화 메이커들도 결함이 발생하면 자발적으로 리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재기자 [ whitesj.chosun.com])

by 100명 2005. 7. 27. 0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