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 남 / 보스턴컨설팅그룹 부사장


유럽 스트라틱컨설팅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역사가 비교적 긴 유럽과 일본에도 기업의 평균수명은 13년에 불과하며, 초대형 다국적 기업조차 평균수명이 50년 미만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기업들이 조기에 쓰러지지만 수백년씩 생존하는 유수한 장수기업들도 있다. 장수기업은 자신이 누구인지, 주변환경에 대해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람을 중시하는 가운데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지배한다. 이와같은 장수기업들의 특징은 여러 세대에 걸쳐 회사를 새롭게 만들어주는 기업문화 속에 표출되어 있고, 재화와 용역의 생산은 단지 기업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이뤄진다. 이번 호에서는 100년을 넘긴 성공사례로 3M社를, 50년을 못넘긴 실패사례로 글로벌크로싱社를 소개하고자 한다.

기업의 역사가 비교적 긴 유럽과 일본에서도 기업의 평균 수명은 매우 짧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평균 연령이 20년에 불과하고, 초대형 다국적 기업들 조차 평균 수명이 50년 미만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100년 이상 건재한 기업이 돋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의료기기 및 문구류 제조업체 3M은 올해로 101년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장수기업의 반열에 속해 있다. 3M은 기업의 역사가 오래 되었을 뿐 아니라 탄탄한 경영구조를 갖고 있으며, 기업에 대한 대외 인식도도 매우 긍정적이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창의력을 맘껏 발휘하고 혁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런 연유로 3M은 미국 언론으로부터 '굴뚝 산업의 승리, 성공적인 혁신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해 전세계 최고경영자(CEO)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M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10대 기업에 선정되는 등 세계 비즈니스 환경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3M은 최고 이사회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 기업이기도 하다. 최고의 이사회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된 GE, 존슨앤존슨, 텍사스인스트러먼트 등과 아울러 3M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참여도, 주주수익 실현 등의 요소에서 최고의 이사회를 가진 기업으로 뽑힌 것이다.

'밀주제조'와 '15%의 법칙'이 실현되는 곳

그렇다면 3M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첫째, 3M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동시에 경영원칙을 준수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보수적이고 튼튼한 경영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3M은 부채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향후 5년 간 적자를 기록해도 경영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금액인 1백억달러의 현금 유동성을 항상 확보해 두고 있다.
3M의 기본방침은 회사가 너무 빨리 성장하면 부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게 되고, 이것이 결국 많은 문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기업의 진짜 경쟁력은 호경기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불경기에 발휘되기 때문에, 불경기에 대비해 재무구조부터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3M은 오히려 불경기에 주가가 올라가는 강력한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둘째, 3M은 R&D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으며, 연구원 개개인의 역량을 자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촉진하고 있다. 전세계 60개국에서 1년에 연구개발비로만 10억~15억달러가 사용된다. 박사급 연구원만 1,200여 명이고, 일일 연구비로 지출되는 비용만도 약 3백만달러에 이른다.
미네아폴리스에 위치한 3M 본사에서는 하루 평균 4~5회의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연구결과와 프로세스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활발히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세계 각국의 유명 물리학자나 화학자 초청 세미나에서부터 연구원들의 심포지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연구발표 일정이 끊이지 않는 곳이 바로 3M이다.
또한 각 연구원은 본인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와 연구에 전적으로 몰두할 수 있도록 권장받고 있다. 3M 내부에서 이뤄지는 모든 연구는 '밀주제조(bootlegging)'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것은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서 상급자에게 반드시 보고하고 허락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이 재량껏 알아서 연구에 임해도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나아가 3M은 아예 근무시간의 15%를 자신이 개인적으로 수행하고 싶은 연구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회사 규정까지 만들었다. 이런 독특한 '밀주제조'와 '15%의 법칙'은 연구의 활성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
또한 연구원들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아 연구의욕이 고취된다. 연구원들은 개인별아이디어가 회사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6단계로 나누어진 각종 상을 받는다. 그 중에서 최고의 영예는 '칼튼 소사이어티' 상이며, 이 상은 3M의 노벨상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 상을 받은 사람에게는 승진과 함께 회사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혁신적인 성과를 낸 직원들을 '혁신의 선도자(Hero of Innovation)'로 지목하고, 그들이 사내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이것을 사내에서 자유롭게 기사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술직 직원이 경영에 대한 책임없이 부사장 직급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연구원들이 연구활동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3M은 연구원들에게 최상의 대접을 하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흔히 학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데 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3M은 결국 우수한 연구인력을 유치 및 유지함으로써 발전의 원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혁신과 개인 창의력에 대한 존중'의 기업문화는 성공의 열쇠

셋째, 3M은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공유하기 위해서 효과적인 KM(Know-ledge Management)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KM 시스템의 도입을 발표한 직후에는 3M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3M의 KM 시스템 하에서는 24개 이상의 기술에 대해서 끊임없는 점검이 이루어진다. 즉, 각 직원이 어느 분야와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 3M 관련 기술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대학이 어디인지, 기술적 수요가 있는 부분은 어디인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아울러 사내의 기술 계획 및 조율 위원회(Technical Planning and Coordination Group)에서는 베스트 프랙티스 사례와 핵심 경쟁기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하고 유지하며 R&D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등의 일을 한다.
아울러 KM 시스템을 통한 지식 교류를 보완하기 위해서 직원들 간의 조직적인 상호작용과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3M에서는 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을 전시하고 기술을 활용해 진출 가능한 시장이 어디인지 등을 논의하는 사내 모임을 정기적으로 연다.
또한 기술적 감사(technical audit)를 실시해 각 연구팀이 다른 연구팀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각 연구팀 간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짐으로써 각 연구팀의 기술 개발 상황을 서로 점검할 수 있으며, 기술개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혁신과 창의성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고유의 기업문화를 확립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세계적인 기업들은 저마다 고유의 기업문화를 갖고 있으며, 구성원들은 이를 철저히 공유함으로써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 존경 받는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
일견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회사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가치를 명확하게 정립하고 이것을 임직원과 공유하는 것은 초일류기업의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혁신과 개인 창의력에 대한 존중'이라는 3M의 기업문화야말로 3M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창의력 최우선주의의 경영원칙은 3M이 산업 역사를 바꾼 각종 상품들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었다. 자동차에 사용하는 마스킹 테이프에서부터 스카치 테이프, 쉽게 떼고 붙일 수 있는 편리함으로 사무용품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포스트잇 등의 히트상품과 수만 가지에 달하는 3M의 아이디어 상품은 바로 이런 창의성 우선의 경영원칙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M의 임원들은, 3M은 도전을 좋아하는 회사로 실패 때문에 상사에게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혁신과 도전, 창의성 발휘를 장려함으로써 3M에서는 개발한지 3년이 안된 신상품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3M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만도 517개에 이른다.
3M의 전직 회장 윌리엄 맥나이트는 3M의 기업가치를 하나의 원칙으로 정리해 이것이 자리잡게끔 만든 사람이다. 맥나이트는 직원의 이니셔티브와 혁신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1948년부터 3M직원들에게 확산시켰다. 3M이 기존에 갖고 있던 기업 문화가 맥나이트에 의해 체계화되었고, 이것이 일찍이 3M에 자리잡음으로써 3M은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가 성장하면 각 직원에게 개별적인 책임을 지우고 독립적인 이니셔티브를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직원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관대함이 요구된다. 우리가 권위와 책임을 지우는 직원들은 각자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있을 것이다." "경영진이 직원의 이니셔티브를 억누른다면 이것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상의 원칙이야말로 3M 가치의 근간을 이룬다.


미국의 의료기기 및 문구류 제조업체 3M은 올해로 101년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장수기업의 반열에 속해있다. 3M은 기업의 역사가 오래 되었을 뿐 아니라 탄탄한 경영구조를 갖고 있으며, 기업에 대한 대외 인식도도 매우 긍정적이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창의력을 맘껏 발휘하고 혁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런 연유로 3M은 미국 언론으로부터 '굴뚝 산업의 승리, 성공적인 혁신의 결정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다섯째, 3M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병행하는 도전정신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기업이다. 사실 3M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실패의 위기에 직면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3M은 이것을 잘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설립 초기에 광업을 시작한 후 실패 위기를 겪었으나 오히려 광업 진출을 계기로 광물을 다듬는 사포를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3M은 자동차용 왁스와 광택제를 개발했으나 다시금 실패를 거듭한다. 하지만 자동차용품 개발의 경험을 통해 방수테이프를 개발하게 되고, 이것이 결국 그토록 유명한 스카치 테이프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녹음용 테이프, 디스켓, 포스트잇 등 3M의 세계적인 히트 상품들은 모두 실패를 바탕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성공으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3M은 1930년에 개발된 이래 70여 년을 전세계인과 함께 한 3M의 간판상품 스카치 테이프, 1968년에 실패한 접착제 상품을 응용해 개발된 이래로 개인 메모 분야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포스트잇 등을 만들 수 있었다.
3M의 중흥을 일궈낸 월리엄 맥나이트 전 회장은 100년을 내려온 3M의 경영원칙을 이렇게 정의했다.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올바른 생각을 가진 종업원이 저지르는 실수는 경영진이 자신의 권한을 앞세워 종업원에게 지시를 늘어놓음으로써 발생하는 실수보다 훨씬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늘날과 같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성공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사업은 없다고 할 수 있다. 3M과 같이 위기를 이겨낸 결과를 통해 경험과 교훈을 확보함으로써 성공사업을 찾아나가야 한다.

여섯째, 3M은 세부적인 윤리경영 지침을 마련해두고 있다. 3M은 정교하고 구체적인 윤리기준을 세워두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사업과 관련해 협력자에게 연간 50달러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수 없다. 또한 도넛이나 커피 수준을 넘어서는 접대를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구체적인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명성을 구축하는 데는 20년이 걸리고 이것을 파괴하는 데는 단 5분이 걸린다."고 버크셔 해더웨이의 워렌 버핏 회장이 말한 적이 있다. 세계의 주요 대기업은 지난해 미국 대기업들이 회계부정 사건으로 잇따라 파산한 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윤리경영을 올해의 주요 경영 방침으로 정하고 있다.
3M은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윤리경영에 대한 관심을 일찍이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 국내 기업인들이 윤리경영을 위해 벤치마킹 하고자 하는 외국계 기업으로 3M을 꼽았다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3M은 "혁신의 역사 100년(A Century of Innovation)"을 자축했다. CEO 짐 맥너니는 "3M의 100년 역사를 가능케 했던 성공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기존에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 다른 어떤 경쟁업체 보다도 훌륭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훌륭한 역량을 갖추고 혁신을 선도하는 직원을 지난 백년 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3M 100년 성공의 행적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by 100명 2005. 7. 26.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