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ㆍCS) 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회사는 없다. 그러나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회사는 찾기 어렵다. 대부분 ‘친절’을 고객만족의 골자로 오해하고 있다. 고객만족을 번역어 그대로 해석한 탓이다.

일본의 경우는 한걸음 더 나아가 만족 수준을 넘어 감동시켜야 한다며 ‘고객감동경영’ ‘고객졸도경영’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그러나 친절은 고객만족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고객만족과는 거리가 멀다.
고객만족의 진정한 의미는 상품 기획단계부터 사후관리(AS), 수거, 폐기 등 마지막 단계까지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기획하고, 고객이 원하는 가격을 책정하고, 고객이 원하는 유통망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어느 단계 하나 쉬운 것이 없다. 특정 부서만 신경 쓸 일도 아니다. 전사적으로 고객의 마음속을 읽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정착될 수 있다.
고객만족경영을 친절로만 여기는 회사는 경쟁에서 한참 뒤처지게 된다. 아무리 친절하게 잘해 주더라도 상품이 원하는 것이 아니면, 가격이 맞지 않으면, 배달망이 불편하면, 자기가 원하는 서비스 방식이 아니면 고객들은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황하게 고객만족경영을 늘어놓은 이유는 저성장 기조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고객의 마음속을 속속들이 알아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세계적 회사들이 소비자 선호도의 세심한 변화까지 잡아내고 있는 만큼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히트상품을 내놓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기술력도 없고 마케팅 파워도 부족한 중소기업은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력감에만 젖어 있을 이유는 없다. 진정한 히트상품은 고객만족을 훨씬 뛰어넘는 새로운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고객만족은 기껏해야 고객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열심히만 하면, 예를 들어 포커스그룹 인터뷰나 소비자 선호도 조사 등에 시간과 돈을 들이면 고객의 마음도 알아낼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모든 회사들이 고객만족경영을 실천할 경우 새로운 상품을 내놓아 봐야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고객만족을 뛰어넘는 생각이란 무엇인가. 지난 20세기 중반 일본에 품질혁명의 불꽃을 댕긴 미국의 통계학자 에드워즈 데밍의 말에 힌트가 있다.
“고객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누가 전기를 만들어 달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진정한 ‘대박’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상품을 만들 때 만들어진다. 가만 따져보라. 사우스웨스트가 나오기 전까지 미국에서는 버스요금으로 승객을 실어주는 초저가 항공서비스를 상상한 사람은 없었다.
델컴퓨터가 중간상인을 없애기 전까지 컴퓨터업계에서는 주문생산 비즈니스 모델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김치냉장고가 나오기 전까지 김치냉장고라는 새 시장을 고객들을 상상하지 못했다.
고객이 모르는 것을 어떻게 찾아 상품화하는가. 우선 혁신가가 돼야 한다. 일반인들은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이 상품화돼 있지 않으면 찾다가 포기한다. 그러나 혁신가들은 자기가 쓰기 위해서라도 만들어 본다.
그 과정에서 희대의 히트상품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가가 되는 것이 쉬운가. 다행히 방법론이 나와 있다. 바로 가치혁신(Value Innovation)론이다. 고객들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내는 가치혁신의 방법들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권영설·한국경제신문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
by 100명 2005. 7. 26. 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