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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있어 성장은 산소와 같은 존재다. 성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조직은 타성에 젖고 무력감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기업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신(新) 성장 엔진 확보 전략에 관해 살펴본다.
기업도 늙는다. 실증 분석의 결과를 살펴보면 개별 기업의 수명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다.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의 상위 500대 기업처럼 크고 건실한 기업의 평균 수명도 고작 40년이며 일본과 유럽 기업의 평균 수명은 12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단순히 생존하는 것도 문제지만 살아 남아 번영하기란 더욱 더 어려운 일이다. 비즈니스위크지가 매년 발표하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천대 기업 순위를 보면 기업이 100위권 이내에 머무는 기간은 4.8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내일을 대비하지 않는 기업은 현재 성공의 규모가 아무리 거창하더라도 수년 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세상 모든 기업의 운명이 이와 똑같은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어려운 일이지만 분명히 세상에는 오랜 기간 살아 남아 번영을 누리고 있는 상당 수의 장수 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기업’의 저자 호이스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스웨덴의 ‘스토라’社는 700년, 일본의 스미토모 그룹은 300년 이상 살아 남아 번영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 장수 기업들이 보유한 ‘회춘’의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이들 기업의 탁월한 변신 능력을 들 수 있겠다. 기업의 활력이 떨어져 수명이 다하기 전에 새로운 성장 엔진을 끊임없이 바꿔 달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호이스가 연구한 전체 27개 장수 기업 역시 그들의 생애를 통해 평균적으로 최소한 한 번씩은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결국 핵심 사업을 전환하고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 것이다.
2003년 8월 현재 국내 상장 기업 678사의 평균 연령은 34.2년이다(설립일 기준, 자료: Kisline). 이들 중에서 80년의 수명을 넘긴 기업은 단 8개사에 불과하다.
일상적인 기대 수명을 뛰어넘어 장기 생존의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미래를 대비하는 기업의 준비된 자세가 필수적이다. 차세대 성장 엔진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성장 포트폴리오의 구축
차세대 성장 엔진 구축을 위한 검토 요소를 미래 사업 자체에만 국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신규 사업 육성의 핵심은 한정된 기업의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집행하느냐에 달려있고 이는 기업 내 다양한 사업들간의 연관성에 대한 고려 없이는 제대로 된 접근 자체가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사업의 강화에 너무 많은 자원을 집중해 미래를 위한 신규 사업 육성의 여력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신규 사업 육성에 너무 많은 자원이 투입돼 기업 전체가 위험해 지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 성장의 단계에 따른 포트폴리오식 접근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포트폴리오는 현재 주력인 <과실 사업>, 3~5년 후에 주력 사업이 될 <묘목 사업>, 향후 10년 이후에 주력 사업이 될 <씨앗 사업> 등과 같은 3가지의 성장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기업의 자원이 한 군데에 치우치지 않고 각 단계별 필수 활동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성장 포트폴리오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과실 사업으로 표현되는 주력 사업의 역할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신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충분한 Cash Cow의 역할이 되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MS사가 홈 & 엔터테인먼트, MSN, 기업솔류션, CE/모빌리티 등과 같은 4대 적자 신규 사업부를 유지하기위해 지난 해에만 10억 달러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아직까지 현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것도 윈도와 오피스 분야에서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며 400억 달러 이상의 내부 현금 유보액을 비축해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차세대 성장엔진 확보를 위한 5가지 황금률
성장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면 성장을 위한 기본적인 발판은 일단 마련한 셈이다. 그렇다면 차세대 성장 엔진 확보를 위한 기업의 구체적인 대응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가. 선진 기업의 사례를 통해 차세대 성장 엔진 확보를 위한 기업의 5가지 경영 포인트를 알아본다.
1. 미래 사업은 주변 사업에서 시작하라
기업이 신규 사업을 계획할 때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는 신규 사업은 반드시 ‘새로워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해당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보다 새로 떠오르는 산업에 진입하는 것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들 기업의 논리는 단순하다. 현재 자신이 속한 산업은 성장률이 둔화되고 경쟁이 치열해 수지 맞추기도 빠듯한 한마디로 말해 한물간 산업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경영의 현실은 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70년대부터 30년에 걸쳐 주가 수익률이 가장 큰 기업으로 1위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2위는 월마트가 선정 되었다고 한다. 항공 산업이나 할인점 산업은 이미 성숙할 대로 성숙하고 치열한 경쟁으로 유명한 산업인데도 말이다.
실제로 나이키는 주변사업으로의 확장을 통해 의류 분야라는 저 성장 산업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는 기업이다. 주변 사업이란 바로 기존의 사업에서 자연스러운 진화가 가능한 사업을 말한다. 즉, 80년대 후반 운동화 사업이 정체에 이르자 의류 부문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해 연평균 30% 이상의 매출 신장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루었으며 90년대 들어서는 운동 관련 장비 사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조깅용 시계, 골프 공 등과 같은 장비 사업 분야는 나이키에서 유일하게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사업 부문으로 2003년 현재 7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려 신발, 의류에 이은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확실히 자리 매김 하고 있다.
차세대 성장 엔진을 만들기 위해서 새롭게 부상하는 신규 산업에 너무 연연해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보다는 기존 사업 영역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더욱 더 현실적인 판단이다. 전혀 새로운 영역을 욕심내기 보다는 기존 사업의 잠재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려는 생각이 위험 부담을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2. 기존의 성공 법칙을 뒤집어 보아라
시장에서의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전략적인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성공 기업이라는 렌즈는 사업의 본질을 왜곡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점이 있다. 바로 과거의 성공 경험, 동종 업계에 국한된 근시안적인 사고가 성장을 가로막는 근본 원인이 될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커피 시장을 생각해 보자. 정제 커피 시장의 선두 주자였던 네슬레와 제너럴푸즈에게 커피는 그냥 먹고 마시는 ‘음식’에 불과한 상품이었다. 이미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 기업에게 스타벅스와 같이 커피를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바라보는 고급 커피 시장이 눈에 들어오기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이른바 성공 기업의 함정인 셈이다.
기업이 이와 같은 성공 기업의 함정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 메모리를 지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더 잘 보이기 마련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오늘날 그 기업을 일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핵심 사업조차도 포기할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17년 만에 처음으로 PC 판매가 줄어드는 위기를 맞아 델은 PC 중심의 사업 구조에 일대 혁신을 가하게 된다. 서버와 저장장치, 서비스 등 비 PC 품목으로 적극적인 다각화를 시도한 것이다.
더 나아가 델은 자사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직접 판매 방식마저도 버릴 수 있다는 자세를 보였다. “White Box System”을 통해 소비자와의 직접 판매가 아닌 일반 소매 시장에 자사의 컴퓨터를 납품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내 매출액의 약 30% 정도의 증대효과를 가져왔으며 PC 사업의 침체와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델은 작년 4분기 순이익이 32% 늘어나는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3.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임을 해야 한다
손자가 말하는 최고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이를 경영의 입장에서 해석한다면 업체간 과당 경쟁을 피하고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포지셔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런 방법이 있을까? 있다면 경쟁자가 없는 곳으로 포지셔닝 하는 방법과 경쟁자와의 협력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방안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경쟁자가 없는 곳으로 포지셔닝한 사례로는 할인점이라는 전통 산업에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월마트를 들 수 있다. 월마트는 기존 경쟁자들의 시장을 빼앗아오는 대신 경쟁자들이 포진하고 있지 않은 시골 지역을 우선 공략해 더 큰 시장을 창출해 내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었다. 또한 메이저 호텔 체인들과 직접 경쟁을 피하기 위해 주요 도시나 관광 명소를 벗어나 사람들이 많이 여행하는 고속도로 주변을 공략한 홀리데이 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사례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경쟁자와의 협력을 도모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신사업을 위한 협력은 미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신기술의 확보와 사업 규모 자체를 키우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가전 업체와 건설 업체가 만나 ‘사이버 아파트’라는 미래 홈네트워킹 사업을 주도한다든지, 통신 업체와 자동차 업체간의 텔레메틱스 사업 등과 같은 융복합 사업은 이와 같은 맥락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분명 근사한 일이다. 그러나 경쟁 자체를 지양하고 상호간 협력을 통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출혈 없이 성장할 수 있는 더 나은 대안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4. 아이디어를 사업 개발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라
신규 사업은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이 없는 즉흥적인 투자로는 향후 수익 창출의 길은 요원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금 운용의 효율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비용을 너무 냉정하게 분석하다 보면 기존의 시장과 자산을 보호하는데만 급급하게 되기 쉽다는 점이다. 무분별한 투자도 문제지만 신규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한 일이다. 신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몇 년 안에 수익을 내는 지와 같은 잣대로 사장시켜 버리는 것은 사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비용의 효율성 측면과 신 사업을 위한 장기적 관점 사이의 상쇄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Gateway Review System” 이라는 것이 있다. 주로 신약 개발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에 기업의 사활이 달려있는 미국의 제약 회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신 사업 관리 시스템이다.
이 신 사업 관리 시스템은 신 사업의 발전 단계별 핵심 활동을 명확히 규정해 향후 신규 투자를 위해 전제되어야 할 점검 항목들을 제시하고 있다. 즉, 신 사업 개발을 세분화된 점검 단계로 나누어 미리 규정된 조건을 만족할 경우에만 이에 상응한 투자가 집행되고 다음 단계의 개발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신 사업 관리 시스템은 일정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신규 사업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를 배제해 재무적인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장기적인 개발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5.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리더를 육성하라
기업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바로 환경 적응형 기업과 시장 창조형 기업이다. 환경 적응형 기업은 어떻게 하면 변화된 시장 상황에 잘 적응해서 돈을 벌까를 궁리하는 기업이고 시장 창조형은 기업 내부의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미래의 시장을 예견해 스스로 시장을 창조해 나가는 기업이다.
그러나 신규 사업 개발의 관점에서 본다면 환경 적응형 기업이 성공할 확률은 지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사업 계획 시점과 사업 실현화 시점에 시차가 존재해 많게는 10년 이후에나 실제 사업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시장 창조형 기업의 핵심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다. 기업의 대다수 의사결정이 최고 경영자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보았을 때 신 사업 결정을 위해 CEO가 지닌 통찰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세계 초우량 기업의 CEO는 해당 기업의 경영자이기 전에 업계 전체를 선도해나가는 뛰어난 통찰력의 소유자로 추앙 받고 있다. 실제로 인텔의 앤디그로브, MS의 빌게이츠, Siebel의 지벨 회장 등은 미래 경영학 분야에 있어 왠만한 경영 학자 이상의 베스트 셀러 작가다.
이들 CEO의 공통점은 단순히 현재 고객이 원하는 것에 대한 해답을 넘어 고객이 알 수 있는 것, 상상하는 것 이상의 미래를 보여주는 통찰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미래의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데 도움을 얻는 것 뿐만 아니라 자사의 기술적 우위성 및 미래 기회에 대한 준비 능력 등을 과시, 소비자로 하여금 무형의 신뢰감을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같은 무형의 신뢰감은 실제로 이들 CEO가 예측한 방향으로 산업 자체를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부가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실행을 통한 승리
이상으로 차세대 성장 엔진 확보를 위한 5가지 경영 포인트에 대해 살펴보았다. 물론 이 같은 포인트를 잘 활용한다고 해도 신규 사업의 기회를 잡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정말 어려운 일은 오히려 이제부터라고 보는 편이 옳다. 바로 실행의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사업 기회를 확보했다고 해도 이를 사업화로 연결시켜 기업의 주력 사업으로 만드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일이며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강한 실행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시장에서 고전하는 기업이 미래의 신규 사업으로 시장 상황을 일시에 반전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강한 실행력은 하루 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개별 구성원의 역량에 깊이 체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 활성화를 위한 강한 실행력은 성장을 위한 혁신 자체가 모든 구성원의 업무로 인식되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갖추어질 수 있다.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만큼이나 인적 자원과 조직 역량 강화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LGeri.com 남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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