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철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그들만의 독특한 성장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시스코, 표준화로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 전자제품 메이커에서 게임기업으로 변신한 소니 등 일등 기업들은 그들만의 꺼지지 않는 성장엔진을 가지고 있다.


스타벅스의 성장엔진은 정확한 사업기회 포착능력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업을 시작한 초기인 1980년대 미국인들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일 뿐이었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커피에 문화를 접목시켰다.

일등기업들의 성장엔진
여기서는 1987년 미국 서부 시애틀에서 커피숍 17개로 시작한지 15년만에 28개국 5689개의 매장을 가진 세계제일의 커피 체인점으로 성장한 스타벅스의 성장전략 분석을 통해 일등기업들의 핵심역량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스타벅스의 주가는 10년 전 기업공개를 한 후 2200%나 상승했고, 매출액은 매년 20%씩 성장해서 지난해에는 26억 달러를 달성한 기업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올해 9월 9일자에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브랜드로 스타벅스를 선정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한국시장에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인에게 생소하게 느껴졌던 커피전문점이 이제는 젊은 층을 대표하는 문화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커피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었던 한국 소비자들에게 ‘스페셜 커피’를 소개한 스타벅스는 한국인의 음료문화를 바꿀 정도로 인기를 끌며 대중화에 성공했다.
일등기업들의 성장엔진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필자는 이를 네 가지 차원에서 분석해 보았다.
먼저 성장엔진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변화를 감지하는 레이더 장치가 작동해야 한다. 사람으로 비유하지면 ‘눈’이 좋아야 한다. 예컨대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인지하고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사업기회 포착 능력을 지녀야 한다.
둘째, 포착된 기회를 자신의 사업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냉철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자사의 핵심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사람에 비유하면 ‘머리’가 명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역량이 적절히 구축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업기회를 발견해도 성장엔진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셋째는 엔진을 돌리는 힘이다. 엔진을 돌리는 힘은 내부에서 나온다. 바로 기업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사람의 경우 참여를 유도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장엔진이 지속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가치를 공유할 협력자가 필요하다. 사람의 경우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다리’가 필요한데, 이러한 추진력은 혼자가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 할 때 보다 효과적이다.
스타벅스의 성장엔진을 이상의 네 가지 차원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그들만의 독특한 성장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일등 기업들은 그들만의 꺼지지 않는 성장엔진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사업기회 포착능력
스타벅스의 성장엔진은 정확한 사업기회 포착능력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업을 시작한 초기인 1980년대 미국인들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일 뿐이었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커피에 문화를 접목시켰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Haward Shultz) 회장은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바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그리고 가족들이 모여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는데 주목했다. 이처럼 커피의 정서적 의미에 착안하여 미국에서도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바와 같은 편안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제공하는 것이 사업화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했다.
그는 이처럼 넓은 시야로 새로운 시장 기회를 파악해서 성장엔진을 점화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엔진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제공하면서 작동하기 시작한다. 스페셜 커피 사업은 커피의 질이나 그것이 서빙되는 방식에 관심이 많은 지식인이 주고객이다. 스타벅스는 고객들이 초대받은 분위기에서 프리미엄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매장을 꾸몄다. 잘 꾸며진 매장에서 고객은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바리스타(종업원)의 도움을 받으면서 고품격의 커피문화를 즐기고 사회적 교류와 재충전을 할 수 있다.
사업기회를 포착하여 이를 공략하는데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속도’이다. 스페셜 커피시장의 잠재적인 규모가 매우 크다고 판단한 스타벅스의 경영진들은 회사의 성장계획을 구상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빠른 속도로 시장을 공략해 나갔다.
“우리 전략은 어느 시장에서 발판을 구축하고 또 다른 도시로 확장하기 전에 그곳에서 강한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입니다.”라는 슐츠의 말에서 보듯이 한 지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음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시켜 나가는 속도경쟁으로 스타벅스는 경쟁자와 차별화 된 전국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핵심역량을 구축하라
성장엔진의 두 번째 조건은 포착한 사업기회를 자사만의 역량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사업기회를 포착했다고 해도 핵심역량이 구축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스타벅스 핵심역량의 본질은 스페셜 커피를 만들어 내는 프로세스를 정립하여 이를 전 매장에 균일하게 전파한 것이다. 커피는 엄격한 품질이 유지되지 않으면 맛의 차이가 확연히 나타나기 때문에 원두를 생산하는 농장의 선택에서부터 개봉 후 매장에서 판매되는 전과정에 있어 철저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 스타벅스는 이 전과정을 체계적으로 매뉴얼화 시켜 어떤 매장에서도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핵심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예컨대 커피는 생산국에서 직접 수입한다. 그리고 가공된 커피는 습기나 공기가 들어가지 않고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FlavorLock백에 담아 매장에 공급된다. 매장에서는 일단 개봉한 커피를 7일 이내에 소비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자선시설에 기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렇듯 프로세스와 시스템, 규칙과 효율성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실현될 수 없다. 비슷한 이유로 경쟁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프랜차이즈 방식을 선호한 반면 스타벅스는 회사내부에 매장 개발과 건설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여 매장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스타벅스만의 핵심역량을 공고히 하기 위한 선택이었고, 이로 인해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의 핵심역량의 본질은 스페셜 커피를 만들어 내는 프로세스를 정립하여 이를 전 매장에 균일하게 전파한 것이다.

구성원에 대한 배려
성장엔진을 돌리는 것은 사람이다. 아무리 훌륭한 핵심 프로세스가 구축되어 있다해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추진력을 받을 수 없다. “매장의 종업원들은 회사의 심장과 영혼일 뿐만 아니라 회사를 나타내기도 한다.”는 슐츠 회장의 말에서 보듯이 구성원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능동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광고매체는 매장의 종업원이며 이들과 고객들과의 상호작용이 진정한 고객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는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보상시스템을 구축했다. 스타벅스의 종업원들은 고객의 어떠한 요구에도 “Just Say Yes”라고 답하도록 교육받았고, 주간 20시간 이상 일한 모든 근무자들에게는 건강보험을 제공했다. 이러한 교육과 배려는 이직률 감소로 이어졌다. 90년대 중반까지 스타벅스의 이직률은 60%대로 패스트푸드 산업 시간직 근무자 이직률 300%대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낮은 이직률은 교육훈련비를 절감시키고, 나아가 균일한 서비스를 가능케 했다.

가치네트워크의 구축
성장엔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튼튼한 체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혼자 보다는 협력자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매장이 확장된 이후에는 브랜드 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협력자와의 가치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
스타벅스는 펩시콜라와 합작하여 수퍼마켓에서 병에 넣은 를 판매했다. 또한 아이스크림회사와 합작하여 커피아이스크림을 출시하는 등 제휴를 통한 혁신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이처럼 자사의 높은 브랜드 가치를 이용하여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영역을 확장하여 스타벅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가치 네트워크의 핵심은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자사가 가진 핵심역량을 최대한 이용하여 협력자와 자사의 가치를 최대화시키는 것이다.
한편 스타벅스는 해외로도 적극 진출하여 유럽, 중동, 아시아의 주요 거점 도시를 공략했다. 이러한 과정에도 협력자는 필수적이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Sazaby와 합작하였고, 한국에서는 신세계와 합작하여 파트너 관계를 형성했다. 이는 현지 시장정보를 체계적으로 학습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현지 파트너기업의 임원들은 시애틀에서 스타벅스의 제품ㆍ브랜드ㆍ조직에 대한 고밀도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다. 이러한 교류로 스타벅스의 핵심 프로세스는 전세계로 확장되어졌다.

끊임없는 자기 변신 시도
이상에서 보듯이 스타벅스는 시장기회를 포착하는 능력과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핵심역량의 구축, 구성원 만족을 통한 핵심역량의 차별성 강화, 그리고 가치의 적극적 활용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바로 업계 일등기업으로 부상한 그들만의 성장엔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성장엔진은 대부분의 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한번 발견한 사업기회가 영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고객의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그리고 한번 구축한 핵심역량은 상황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구성원에 대한 교육과 관계설정도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시장변화에 맞게 가치네트워크도 교체할 필요가 있다.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으려면 안정보다는 혁신에 기반하여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by 100명 2005. 7. 26. 2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