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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의 유연성이 확대되면서 ‘일하기 재미있는’ 기업 만들기가 새로운 경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관료적이고 딱딱한 조직보다 재미있게 일하는 조직의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상품의 고객 제공 가치 측면에서도 ‘재미’가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는 등 이제 기업 경영에서 ‘Fun’은 새로운 키워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인에게 “재미(Fun)”라는 단어는 개인 생활에서나 요구되는 것이었고, 일(business)의 세계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용어였다. 특히 공사의 구분을 중요시 하는 동양적 엄격주의에서는 공적인 직장에서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성실성과 로열티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단 조직 생활에서 뿐 만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가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었다. 만약 어떤 기업이 “우리가 만들어서 판매하는 상품이 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가치는 다름 아닌 재미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십중팔구 그 회사 제대로 된 기업인가 하고 의심부터 하고 볼 것이다. 더욱이 만약 그 기업이 첨단 기술로 무장한 기업이라면 상황은 더욱 꼬일 수 있다. 많은 엔지니어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수많은 시행 착오 끝에 만들어 낸 제품의 가치를 한낱 “재미”로 격하시키다니...
그런데 정말로 “재미”있는 점은 우리의 이러한 고정 관념에도 불구하고 “재미”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경영의 현장에 파고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재미있는” 조직 만들기가 수많은 기업들이 내세우고 있는 경영 모토가 되었다. 아예 기업 사명 선언서 속에 추구해야 할 가치 중 하나로 재미를 명시해 두는 기업도 없지 않다. 한편 고객 가치 면에서도 재미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정상의 전기전자 메이커라고 할 수 있는 소니가 내세우고 있는 핵심 가치의 하나가 분명 엔터테인먼트다. 바로 고객의 재미와 흥미라는 가치를 상품화하는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오락기뿐 아니라, 메모리 스틱을 활용한 고기능 핸드폰, 각종 홈네트워킹 제품 등 이 기업의 주요 신제품은 소비자가 단순히 보고, 듣는 기본적인 가전 제품의 기능을 넘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재미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활용함으로써 다른 회사들이 누릴 수 없는 부가가치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고 보면 우리 기업들도 이제 경영에 있어 재미라고 하는 요소에 대해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 볼 시점이 된 것 같다. 구미와 우리의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 자주, 그리고 지배적인 단어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미라는 관점에서 경영을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 내부의 조직원이나 외부의 소비자 모두 인간이고, 따라서 이들을 재미있게 만들고 흥미를 유발시킴으로써 기업이 의도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미를 느껴서 얻고자 하는 행동의 결과가 다를 뿐이다. 하나는 “일하기 즐거운(Fun to work)”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하기 즐거운(Fun to use)”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두 가지 모두 기본적인 인간 욕구를 자극, 기업이 의도한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Fun to work”
IMF 사태 이후 우리 경제의 구조 자체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기업 경영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른 불가피한 혼란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고용 환경 변화이다. 지난 수년간 연공서열 및 장기 고용의 전통이 무너지고 인력 유동성이 급격히 확대되어 온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능력주의 인사 방식이 지배적 대안으로서 급속히 확대, 적용되고 있다. 개인 성과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 나고 있고 그 차등 폭도 확대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조직을 움직이고 조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힘의 근본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연공제에서와는 달리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보상의 수단으로 금전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절대적 차이 뿐 아니라 상대적 차이를 통해 개인의 실질적, 심리적 보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제한된 인건비 자원 하에서 유능한 인력의 근무 의욕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관료적 병폐를 최소화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다만 이것으로 조직 운영의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돈만으로 조직원을 동기 부여 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금전적 차등 보상이 일반화된 미국 기업들의 사례를 참조해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지나친 내부 경쟁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으로 유능한 인력조차 일 자체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팀워크에 나쁜 영향을 미쳐 오히려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성과에 의한 금전적 차등 보상이 지배적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일하기 재미있는 조직 만들기 이다. 예를 들어 Cisco의 경우 동료간 경쟁이 치열하기는 하지만 재미있게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CEO 자신이 참여하여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누는 야외 파티 등이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이런 자리를 통해 조직원 상하간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고 업무에서 쌓인 스트레스도 풀게 된다. 벤처로서의 강점을 지속할 수 있도록 관료적인 제도 등은 최소화함으로써 조직원이 업무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이 기업의 강점이다. 수많은 M&A를 통해 단기간에 급격히 성장해 왔으면서도 출발 당시의 조직 문화를 잘 유지하면서 낮은 이직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제반 노력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재미가 성과로
조직원이 일하기 재미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개인 단위의 차별적 보상 조차 포기하고 팀워크를 강조하는 한편, 조직 문화 자체를 의도적으로 이 방향으로 구축해 가는 기업들도 있다. 개인의 탁월한 역량 보다는 팀 조직원의 고른 역할 기여가 요구되는 서비스 업종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성공한 기업들의 예가 많다. 발전소 관리 회사인 AES나 민간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등이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조직원의 일하는 재미를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로 규정해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일자에 대한 파티, 할로윈 파티에서 변장한 채 나타나 조직원들을 놀라게 하는 CEO 등 사소한 이벤트성 사례에서부터 업무 수행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동기 부여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경영 방식은 여러 가지 점에서 평범한 기업들과 차별화 된다.
이들 기업의 경우 조직원들이 일 자체나 직장에서 느끼는 재미가 긍정적 사업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 그 첫째는 높은 직무 만족도를 통한 고객 서비스의 향상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정시 이착률과 낮은 짐 분실률, 그리고 높은 고객 만족도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 모두 종업원의 높은 직무 만족 및 몰입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일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이 기업의 전통은 심지어 종업원이 고객을 대하는 방식에도 이어지고 있다. 딱딱하고 기계화된 서비스 대신 창의적이고 때로는 엉뚱하기까지 한 고객 응대가 그것이다.
다른 항공사들과는 달리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조종사들은 정시 출발이 지연될 조짐이라도 보인다면 고객의 짐을 손수 나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기내 방송에서는 심심찮게 승무원의 농담 섞인 멘트를 들을 수가 있다. 특유의 반바지 차림 근무복으로 기내를 활발하게 오가면서 고객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확실히 정형화된 기존 항공사의 서비스와는 구별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즐겁게 일하고, 그래서 비행 여행 자체도 즐겁다는 분위기가 저절로 생겨나 고객에게 전염되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직원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자신감과 성취감에 의한 기업 성장이다. 일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조직원들은 대부분 직무 자체에서 더 높은 도전을 원하게 된다. 단순 반복적인 일보다는 한 단계 높은 목표를 추구함으로써 느끼는 만족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AES 같은 경우 발전소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 조건이 각 단위 발전소의 향후 수익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전문가 조직을 두지 않고 현장에서 모든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경험이 없는 조직원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기는 하지만 이를 완수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발전소 건설 및 경영에 나서게 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 기업은 미국 뿐 아니라 남미, 유럽, 중국 등 여러 국가에 까지 활발히 진출하여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성공 경험으로 충만한 조직원들의 존재 자체가 이 기업의 성장을 위한 핵심 역량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흥미로운 점은 AES나 사우스웨스트 항공 모두 업종 내 경쟁사 보다 높은 임금 수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기업은 스스로의 조직 문화에 만족하고 동조하는 조직원으로 구성되어 매우 낮은 이직률을 보여 주고 있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들 기업이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주가 수준도 대폭 상승, 자사주 분배 프로그램을 통해 상당한 과외 소득을 얻고 있는 점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회사에 근무하는 조직원들의 전반적 인터뷰 결과는 돈 보다 기업 문화가 좋고 일하는 분위기가 좋아서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결국 이 기업들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금전 만으로 조직의 활력을 담보할 수 만은 없다는 사실이라고 하겠다.
“Fun to use”
기업이 시장에 제공하는 가치의 대가로 생존한다는 사실은 재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가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업마다 다른 생각이나 정책을 가질 수가 있다. 이른바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의 차별화이다. 그런데 가치 제안은 상품에 따라, 혹은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음성이나 음악을 저장해 두는 녹음기라는 제품을 생각해 보자. 이 제품이 최초로 발명되었을 때는 물론 개인 고객을 타겟으로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세트 녹음기 형식을 빌어 간편한 형식으로 녹음과 재생이 가능해 지게 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진다.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충분한 크기와 가격 조건이 구비됨으로써 비로소 가전 제품화된 것이다. 그런데 가정에서의 사용이 시작된 최초에는 누군가의 음성이나 음악 등을 녹화해 두는 기본적인 기능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이 때에는 “기록”이라는 가치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재미있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소니라는 기업이 이 기계를 휴대용 워크맨으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그 가치 자체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 왔다. 잘 알려 진 것처럼 워크맨은 철저히 개인의 엔터테인먼트 도구로서 기존의 휴대용 녹음기와는 확실히 다른 컨셉트의 제품이었다. 좋아하는 음악 카세트나 방송을 통해 개인이 좋아하는 컨텐츠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즐기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때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생활의 기록 저장’이 아니라 ‘개인의 재미’쪽에 가깝게 변화된 것이었다. 녹화 및 재생이라는 기능은 동일하지만 즐길 수 있는 기능을 얼마나 충실히 갖추었느냐의 차이가 두 가지 녹음기의 차이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후자의 가치를 실현한 워크맨은 단순 기능 녹음기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큰 새로운 시장을 형성, 소니에게 큰 수익을 안겨다 주었다.
워크맨의 사례는 하나의 일과성 사건이라기 보다 이후로 지속될 트렌드의 출발점이라고 하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A/V 분야를 필두로 재미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 가치로 하는 수많은 제품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첨단 분야에서도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하지 않은 제품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예를 들어 플레이 스테이션 같은 게임기는 첨단의 오락기기이면서 IT기기라고 할 수 있다. 정보 통신 분야도 마찬가지로서 좋은 보기가 휴대폰이다. 우리 생활에 휴대폰이 침투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지만 벌써 음성 통화만 하는 제품은 구시대 제품이 되고 있다. 기본 기능만으로는 더 이상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의 대부분은 컬러 화면을 갖추고 있고 이를 통해 게임이나 음악 등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용도로 사용이 보다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또한 메모리 스틱 등을 내장, MP3 방식으로 PC를 통해 음악을 다운 받고, 이를 다시 휴대폰에 꽂아 사용하는 융합 제품도 나타나고 있다. 본격 출범이 예정되어 있는 3G 환경에서는 동영상을 무선으로 다운 받아 즐기는 등 전화라는 원래의 기능이 부(副)가 되고 재미와 관련된 기능이 오히려 주(主)가 되는 상황까지도 예상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나 기능의 출현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아직까지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e-book이라는 포맷은 전자 기기가 재미 추구 면에서 어느 정도의 단계로까지 진화할 수 있을 것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아 새로운 해리 포터 시리즈나 스티븐 킹의 신작 소설을 웹패드나 PDA같은 기기를 통해 읽는 것이 보다 확대될 것이다.
물론 현재 적절한 디바이스의 부재나 컨텐츠의 도용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e-book이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보다 간편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단행본의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가치에 대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소비자의 요구는 결국 비즈니스 기회라고 할 수 있고, 이 기회를 수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e-book 디바이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필립스나 제록스, IBM 같은 쟁쟁한 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PDA 제품들도 지금까지와 같은 사무용 용도를 벗어나 e-book이나 게임, 동영상 같은 재미추구 용도를 부가할 때 매출 신장에 날개를 달 수 있게 될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재미 추구는 인간의 보편적 욕구로서 광범위한 잠재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PDA 제품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팜(Palm)사의 경우 지난해 18만개에 이르는 e-book 타이틀을 판매, 전년 동기에 비해 40%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는 등 새로운 용도의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처럼 전자제품 분야에서 선진 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기존 기술 제품들이 부딪히고 있는 매출의 한계를 “재미 추구” 제품들을 통해 뚫어 보려는 시도가 활발히 일어 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니가 가장 앞서 나갔지만 여타의 기업들도 이에 뒤질세라 나서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뒤진다면 저가격 모방 제품으로 추격해 오는 중국 등 후발국의 도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 분야에서 마쓰시타전기의 경우 과거 제품의 본래 기능으로만 승부를 거는 시절에는 소니에 비해 우위에 있었지만, 엔터테인먼트가 보다 중요해 진 지금에 와서는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에서도 재미를 만족 시킬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통신 서비스나 항공 등에서의 사례는 앞서도 부분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항공 서비스의 경우 영국의 버진(Virgin)이 재미라는 가치를 내세워 차별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보기로 꼽힌다. 브리티시에어라는 거대 기업에 대항하여 후발로 출범한 버진은 기존 항공사의 딱딱한 분위기와 정반대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비행 여행이라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다가감으로써 단시간 내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일반석 자리에도 개별 디스플레이 화면을 부착, 원하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은 이러한 컨셉트 하에 도입된 차별적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용카드 서비스다. 근래 단순히 결제나 대출 등 기본 기능만 제공하는 은행계 카드들이 상대적으로 몰락을 경험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아 이자율이 낮고 가맹점 수도 많아 당연히 경쟁에서 유리할 것으로 생각되던 은행 카드들이 고객으로부터 외면 받아 온 이유를 ‘재미없고 진부하다는’ 특성을 빼고 설명하기 힘들다. 전문계 카드사들은 자금 조달 비용 등 상대적 불리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부가 서비스나 세분 카드 도입을 통해 지루하지 않고 쓰기에 재미있는 상품임을 증명해 왔다. 이 결과 특히 소비 성향이 높은 젊은 신규 고객들을 차지할 수가 있었다.
“재미”를 생각해야 할 때
이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정도의 단순 기능 제품의 시대는 끝났다. 재미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면 더 이상 고급의 고객을 끌어 들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시장에서 요구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조직 경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재미없고 신나지 않는 조직을 가지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 들이기를 희망하는 경영자는 시대에 뒤진 사람이다. 인재 유동화 시대에 이러한 경영자는 재미없는 상품을 가지고 인재를 유인하려는 부질 없는 짓을 하는 셈이다. 재미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기업 경영을 보는 것은 이러한 구태에 젖은 경영자들이 발상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LGeri.com 이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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