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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서비스의 수익 모델(profit model)을 고려할 때는 보편성과 특이성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보편성이란 그 수익 모델이 범용적으로 적용되는 상위 모델 혹은 개념을 말한다. 특이성이란 그 수익 모델이 다른 수익 모델과 구분되는 특성을 말한다. 이것을 고려하여 블로그의 수익 모델을 분석하면 보편성과 특이성은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 보편성 : 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넷 뉴스, 기록 보관 서비스
- 특이성 : 극심한 주제 편차, 높은 컨텐츠 집중도, 공개된 커뮤니케이션
수익 모델은 비지니스 모델에 기초한다. 왜냐면 비지니스 모델이라는 것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배포/유통하는 과정과 마케팅 방법 및 수익 구현의 방법을 설명하는 상위 개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지니스 모델을 언급하지 않고 수익 모델만 논의하는 것은 결국 다시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간의 낭비를 막으려면 블로그의 비지니스 모델을 먼저 그려야 한다.
수익 모델을 분석할 때 주의할 점은 보편성의 분석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편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특이성을 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수익 모델에 대한 연구는 해당 상품 혹은 서비스, 그리고 시장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했거나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는 자가 해야 한다. 이제 업무를 시작한 사회 초년생에게 농담으로도 '수익 모델을 연구해 보라'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또한 해당 직군에 다년간 근무하여 경력자로 인정받는 사람이라면 그/그녀가 어떤 직무를 담당하든 수익 모델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비지니스 모델이 존재하고 실효성을 검증 받은 직군의 경우 수익 모델 또한 공개되어 있다. 예컨데, naver.com의 주요 수익 모델은 "검색 서비스에 기초한 광고 상품 재판매"라고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hangame.com은 "게임 서비스에 기초한 디지탈 컨텐츠 재판매"라고 정의할 수 있다. jobkorea.co.kr은 "구인구직 컨텐츠에 기초한 기업 구인 광고"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하나의 업체가 단 하나의 수익 모델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주요 수익 모델과 부가 수익 모델이 존재한다. 주요 수익 모델은 회사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 주며 동시에 다른 부가 수익 모델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한다. 하나의 회사가전혀 서로 다른수익 모델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사업적 연관성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데, 삼성그룹에서 '에버랜드'는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과 비교하여 매우 이질적인 수익 모델을 구현하고 있는데, 삼성그룹의 지분지배 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블로그의 수익 모델에 대해 여전히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새로운 도전은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블로그가 매우 특별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는데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블로그라는 서비스가 점차 보편적이며 인기있는 서비스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나 그것으로 인해 파생된 새로운 기술은 RSS 정도를 제외하면 전무하다. 새로운 운영체제, 개발 언어, 하드웨어의 생산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것과 달리 블로그는 이미 존재하던 기술을 다른 방식 - 다른 관점 - 에서 재조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블로그의 수익 모델은 이미 존재하는 수익 모델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블로그라는 특이성에 집중하더라도 그 결과로 나오는 수익 모델은 특이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기존 수익 모델이라는 것은 제휴를 통한 상품 재판매라든가 컨텐츠에 타사 상품의 링크를 포함시켜 매출액을 분배하거나 저장 공간을 판매하거나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이 논의를 끝낸 것으로 보인다. 상당 시간 집중적으로 토론을 했을 것이며 이들은 그 결론으로써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아이템 골짜기" (며칠 전 Top Navigation Bar의 이름이 그냥 '아이템'으로 바뀌었다)라는 수익 모델을 공개했다. 또 다른 수익 모델은 블로그를 통한 기업형 광고 모델인데, 이것은 네이버가 오래전부터 검색 광고 시장을 통해익숙한 것이었다. 이것은 "브랜드 카페"나 "브랜드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의 이러한 수익 모델이 특이성이 부족한 선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트래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미 증명된 수익 모델을 내 버려두고 새롭지만 증명되지 않은 수익 모델을 도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회사에서 그런 도전을 용인할 리도 없다.
수익 모델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무언가를 어떤 가격에 팔고자 한다면 사려는 사람을 이해시켜야 한다. 너무 특이한 수익 모델이 실패하는 이유는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 지 이해 시키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복잡한 구조의 수익 모델에는 "단순한 가면"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다단계 회사나 네트워크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의 수익 모델과 분배 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그들은 그것을 설명하는 대신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모두가 부자되기"라는 단순한 가면으로 다가간다. 가면이 속임수일까? 그것을 속임수라고 생각한다면 수익 모델 자체를 고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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