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은정 기자]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안기부에 의한 이른바 '안기부 도청 X파일' 사건이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메신저 대화를 엿듣는 사이버 도청도 횡행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인터넷상에 타인의 메세지 내용을 몰래 훔쳐볼 수 있다는 이른바 사이버 도청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사이버 도청은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있는 불법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하기만 하면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어 사생활 침해가 더욱 우려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인터넷 메신저인 MSN메신저와 네이트온의 경우 사용자가 각각 700만 명에 이를 정도이며, 인터넷 메신저는 업무용이나 사적인 용도의 대화 수단으로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례=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피해를 본 직장인 이모(32)씨는 "직장동료와 상사에 대해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을 그 상사가 모두 알고 있었다. 처음엔 직장 동료가 상사에게 얘기했거니 했는데 알고보니 타인의 메신저 대화를 엿볼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나와 직장동료의 대화내용을 몰래 본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개인의 사생활이 극명히 침해당한 상황"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해자 이씨의 메신저 대화를 도청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같은 네트워크 상에 있는 모든 메신저 사용자들이 모니터에 나타나며, 이들의 대화는 도청 프로그램이 깔린 PC에 실시간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 타사의 직원이 이 프로그램을 갖고 다른 회사의 네트워크에 침입해 회사 기밀을 빼낼 가능성도 커 악용될 경우 해킹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즉 직장이나 학교와 같은 동일 네트워크 상이 아니라 원격 도청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어떻게 유통되나=사이버 도청 프로그램이 음지에서 은밀하게 유통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같은 불법 소프트웨어는 공개적인 인터넷 사이트에서 버젓이 유료로 팔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는 한 해외 인터넷 사이트는 '직장내 부하 직원들을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면서 미화 60달러(개인용)에서 180달러(기업용)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는 사이트는 체험 마케팅의 일환으로 15일동안 이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로드 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체험 마케팅을 이용, 네티즌들은 이 프로그램을 각종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려 놓아 누구나 손쉽게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메신저 업계, 속수무책= 국내 대표적 메신저 업계 관계자는 "메신저를 대상으로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나오다 보니 모든 프로그램을 모니터하고 차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한 (대화내용)모니터링을 현재로서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러한 모니터링 프로그램이 유저들 사이에서 퍼져있어 메신저 뿐만 아니라 이메일과 같은 것들도 모니터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프로그램 확산 우려= 전문가들은 "외국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라 국내에서 개발한 메신저에는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만약 국내 메신저를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쉽게 만들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여 "외국 메신저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에서 한글도 지원되도록 만드는 일은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쉬운일"이라며 사이버 도청 프로그램의 확산 가능성이 커질것을 우려했다.

◇해결책 없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전화가 아니라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서라도 남의 대화를 동의 없이 엿듣거나 엿보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사이버수사대는 "메신저 도청 프로그램이 접수된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비록 외국 사이트에서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어도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피해가 발생한 다면 인터폴을 통해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신저 대화 암호화 등 해결책 절실=전문가들은 메신저 업체들이 대화 내용을 암호화시켜 제공할 경우 이 같은 엿보기 프로그램의 횡포를 막을 있다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대화내용을 암호화시켜 제공하는 메신저 서비스는 없을 뿐 아니라 암호화 서비스를 위해 현재 메신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하기때문에 빠른 시일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대표 한 메신저 업체는 "이러한 프로그램들로부터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차후 메신저에 메세지 암호화 기능에 대한 지원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박은정 기자 pej1121@mydaily.co.kr)
by 100명 2005. 7. 26. 0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