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지진 참사속 결혼·이혼 급증 왜?

자연재해 후 배우자 향한 신뢰.배신감등 확인… 결혼등기소‘북적’

쓰촨(四川) 대지진이 중국인들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국가관, 민족관이 새로 정립되기도 했지만 인생관까지 뿌리째 흔들린 이들도 있다.

홍콩 원후이바오(文匯報)는 지진이라는 자연 재해가 부부와 연인의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는 시금석 역할을 하며 결혼과 이혼 급증이라는 후폭풍을 낳았다고 13일 보도했다.

지난달 12일 지진 참사가 발생한 후 쓰촨 성의 결혼등기소 5곳에서는 결혼 또는 이혼을 신청하는 이들이 평소보다 늘어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충칭(重慶)의 한 결혼등기소는 지진 발생 이틀째에 평소보다 30여쌍이나 많은 커플의 혼인신고를 받았다. 동시에 이혼 신청자도 평소보다 많았다.

여자친구와 함께 혼인신고를 하러 온 32세의 펑저우(彭舟)는 지진 때문에 결혼 결심을 한 경우다. 그에게는 8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으나 감정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결혼을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 피해지인 멘양(綿陽)으로 출장간 여자 친구의 생사 확인이 안 되자 이성을 잃은 자신을 발견하곤 감정의 정체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무사히 살아 돌아온 여자친구를 만나자마자 즉석에서 청혼을 했다.

반면 지진은 사이가 좋았던 부부를 갈라놓기도 했다.

37세의 마(馬)모 씨는 지진 전까지 남편과 사이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마씨는 12일 오후 지진이 일어났을 때 남편이 “빨리 도망가라”고 소리 친 후 혼자 뛰쳐나간 것에 분노를 느끼고 이혼을 요구했다. 그녀는 “이번 지진은 많은 부부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시험할 수 있는 계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남성은 지진 때 위험을 무릅쓰고 딸과 아내를 구해냈지만 지진 후 다른 여성과 남은 인생을 살기로 했다. 그는 “가장이기 때문에 아내와 딸을 구했지만 생과 사를 넘나드는 순간 진정한 사랑에 대한 소중함도 느꼈다”며 “책임감 때문에 유지해온 결혼생활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지진 후폭풍과 관련해 천팅 쓰촨대 화시(華西)병원 심리치료 전문의는 “사람들이 재난을 겪으며 받은 심리적 충격으로 사물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혼 물결과 관련해 “큰 일을 겪으면서 배우자에 대한 신뢰를 상실해 배신감을 느낀 경우도 있지만 원래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에게 결정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08. 6. 13.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