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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5.07.11 11:00:32]
지난 1991년 알프스의 빙하에서 발견된 5천300년 전 `아이스 맨'이 신고 있던 신발을 재현해 본 결과 현대인의 신발보다 편하고 기능도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발 과학자인 체코 토마스 바타대학의 페트르 흘라바체크는 송아지와 사슴, 곰 등 세 종류 동물의 가죽과 마른 풀, 끈 등으로 만들어진 이 신발을 같은 대학 강사이자 마구제조가인 바츨라프 그레사크와 함께 재현해 냈다.
바타 대학은 세계적인 신발 왕국을 일군 것으로 유명한 토마스 바타가 창설한 대학이다.
두 사람이 독일 마인츠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외치'(학자들이 명명한 아이스맨의 이름)의 미라와 그가 신고 있던 신발을 그대로 재현해 낸 신발은 부피가 크고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것이었지만 흘라바체크는 "신어보니 대단히 편했을 뿐 아니라 거친 지형과 뜨겁고 찬 날씨에서 발을 완벽히 보호해주는 등 웬만한 현대인의 신발보다 더 훌륭했다"고 찬탄했다.
신발 바닥을 이룬 가죽은 얇았지만 발에 착 달라붙었고 충격 흡수효과도 컸으며 물집도 생기지 않아 마치 맨발로 걷는 것처럼 자유롭고 유연한 느낌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옛날 방식대로 나무의 얇은 속껍질을 꼬아 신발을 엮는 끈을 만들었고 송아지 가죽과 사슴 가죽으로는 신발 윗부분을, 곰 가죽으로는 신발 바닥을 만들었으며 고대 인디언들처럼 돼지 간 고은 것에 돼지 뇌수를 날것으로 섞은 찐득찐득한 물질로 가죽을 무두질했다.
이들이 본을 뜬 외치의 발은 현대인으로 보자면 12살 소년의 것 정도인 볼이 좁고 작은 발이었기 때문에 3켤레의 똑같은 모조품 외에 연구진의 착용 시험을 위해 몇 켤레가 더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죽신에 길고 부드러운 풀을 말려 넣고 마침내 외치가 살던 이탈리아-오스트리아 접경 알프스 산에서 이틀간의 현장 시험에 들어갔다.
눈 쌓인 영하의 산에서 시험에 참여했던 체코의 산악인 겸 험지 전문 산악화 제조업체 운영자 바츨라프 파텍은 신발을 신어본 결과 "놀랍게도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럽의 높은 산은 모두 등반한 경험이 있는 파텍은 "외치의 신발을 신고서도 이들 산을 모조리 등반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흘라바체크는 이 신발에 대해 압력 흡수성, 내열.내한성 등 여러 요인을 시험한 결과 방습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방면에서 현대 신발보다 기능이 낫다고 판정했다.
외치의 신발을 신으면 발이 젖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한 두 걸음만 걸으면 신발과 발 사이의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불쾌감도 사라지게 된다.
당뇨병 환자용 신발 전문가이기도 한 흘라바체크는 외치의 신발 속을 채우는 마른 풀처럼 압력을 분산시키는 재료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플라스틱 재료를 사용한 신발을 혐오하며 후세 사람들이 오늘날의 굽높은 구두를 `현시대의 어리석음의 증거'로 볼 것이라고 걱정하는 그가 외치의 신발을 신지 않는 이유는 단지 "패션 때문"이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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