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가 민영화 이후 배당을 세배 가까이 늘리면서도 시설투자는 등한시하고 있어 정보기술(IT)시장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잦은 통신망 장애에다 신성장동력 확보가 ‘발등의 불’인 KT가 배당액 절반이 해외로 새나가는 고율 배당을 계속하는데 대해 회사 직원들조차 걱정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달 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주당 1000원의 중간 현금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중간배당에 나서는 것으로, 올 연말 배당(주당 2000원)까지 합하면 배당 수익률이 7.2%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무선 통신업계 평균 배당수익률 예상치 5∼6%를 웃도는 것이다.

KT의 시가 배당률은 민영화 원년인 2002년 1.61%에서 2003년 4.47%, 지난해 6.93%로 3년 새 네배 이상, 배당 총액도 2002년 2129억원에서 2003년 4215억원, 지난해 6323억원으로 197%나 늘었다. 특히 KT에 대한 외국인 지분 보유한도(49%)가 꽉 찼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배당금만도 3년간 6334억원에 달한다.

기업이 영업으로 얻은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KT의 내부 사정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배당 결정의 기준이 되는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조2555억원으로, 2년 전 1조9632억원에 견줘 36.0%나 줄었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데 필요한 네트워크 등 설비투자(CAPEX) 또한 2조2729억원으로, 이 기간 460억원(2.0%) 감소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컨버전스시대에 글로벌시장을 견인해야 할 KT가 ‘인기몰이식 주가관리’에 너무 연연한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KT의 초고속인터넷 백본의 트래픽량은 2002년 89.4Gbps에서 2004년 289.0Gbps로 223% 늘어나는 등 네트워크 사용량과 시설투자가 반비례 성장을 지속할 경우 지난 2월28일 발생한 통신망 불통사고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KT의 한 직원은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배당을 받으면 기분은 좋지만, KT의 앞날이 걱정이 되는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직원도 “일선 영업요원들은 ‘잦은 시스템 고장으로 불안해서 KT를 못 믿겠다’는 고객의 항의를 받고 있는데 경영진은 미래가치를 위한 시설투자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KT가 100% 국내에서 얻은 이익의 절반을 굳이 외국인들에게 건넬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 주가가 약세를 면치못하고 있는데다 외국인 지분 한도가 꼭 묶여 있는 것도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라며 “남준수 신임 사장 또한 KT 재무실장 시절 배당확대 정책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주주 이익 환원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현택 기자 larchide@segye.com

by 100명 2005. 7. 7.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