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영화가 기존의 영화를 대체 할 수 있을까?
2005/04/24 (일) 10:46
과거의 영화를 통해 영화의 미래를 생각해보고자 하는 영화제, 2003세네프(서울 넷 & 필름 페스티발)의 주제(Future of the Cinema)를 관객들과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한 세계적인 영화학자 토마스 엘세서 초청 강연회가 8월 24일 열렸다.
토마스 엘세서는 암스텔담 영화학과 과장으로 국내에서도 번역되어 소개된 '디지털 시대의 영화' 저자다. 이날 토론회는 영화사와 뉴미디어의 관계를 살펴보며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관객과 함께 모색해보는 자리가 되었다.
김성욱씨의 사회와 경희대 민인기 교수의 통역으로 진행된 '잊혀진 미래의 역사, 혹은 영화는 아직도 발명되지 않았는가?(The History of Forgotten Futures or Is the Cinema yet to be Invented?)라는 강연에서 토마스 엘세서 교수는 영화사의 많은 자료 화면을 제시하면서 초창기 영화에서 이미 오늘날의 디지털 영화의 화두가 떠오르고 있었음을 비교, 제시하였다.
그는 초창기 영화에서 보이는 상상력과 여러 가지 시도들은 현재의 디지털 영화에서의 시도와 다르지 않았음을 초창기 영화의 자료 화면을 예로 관객에게 보여주며 강조하였다.
그는 오늘날 "디지털미디어는 저렴하고 빠르고 신속하며 후반 작업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미디어로 환영을 받는데, 디지털 미디어는 여전히 초기 영화가 목적으로 하였던 우리의 눈, 마음을 현혹시켜 모든 불가능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주는 역할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오늘날 디지털 영화에서 컴퓨터 화면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미 100년전에 시도되었다며 실사와 캐릭터를 합성한 1940년도 미키 마우스의 예를 들었다.
"이런 시도들은 아직도 할리우드영화의 고전적 내러티브 방식에 영향을 주지않고 아직도 규범으로 존재한다"고 하고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발전이지 스토리텔링에서가 아니라 이미지 구현 시스템에 대한 논의일 뿐"이라며 디지털 시대 영화의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단호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영화의 새로운 실험과 아방가르드 활동은 이미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 초창기 영화시대에 개념적인 측면에서 유사하게 이루어졌다"며, 지금의 첨단CF는 "1903년 멜리에스의 영화와 관객의 시선을 깨고 규범을 깬 측면에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토마스 엘세서는 1895년 뤼미에르 형제는 '벽의 파괴'라는 작품에서 이미지가 거꾸로 돌아가는 장면을 보여주었으며, 베르토프의 'Kino Eye'책 표지를 예로 들며 영상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이미 100년 전에 시도하였음을 영상화면을 통해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디지털 영화는 다양한 가능성과 함께 경제적 가치를 수반해야 디지털 영화를 장악할 수 있기에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영화 자체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지는 않으며, 80년대 비디오의 등장은 삶의 변화를 가져왔으나 90년대는 이를 대체시킬 제품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모바일이 새로운 문화적 변화와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갈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모바일이 영화를 대체할 것이라는 데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영화를 보는 것은 소리와 영상의 결합뿐만 아니라 같이 하는 경험이기에 모바일로 대체할 수 없으며 영화는 영원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1895년 영화의 시작이 카메라의 존재와 영사기의 존재, 눈의 잔상의 발견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이 세가지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것이 지금의 디지털 시네마인데, 디지털 시네마는 기계적으로 녹음된 사운드, TV와 같은 전자적인 이미지, 텔레그램, 전화, 전보같은 기구들의 세가지 기준으로 디지털영화가 탄생되었다고 하며,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이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하였다.
강연이 끝나고 난 후 이러한 "디지털 매체로 인해 소통의 변화와 미학적 관점에서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데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하는 관객의 질문에 토마스 엘세서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는 예견하기 힘들다. 이미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가 담아내고 있는 창, 사회가 중요한 것이다", "디지털 영상의 즉시성이 이 시대와 교류할 수 있는 장점인데, 이 점이 영화와 영화를 보는 많은 사람에게 변화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또한 "시네마란 이름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관객의 질문에 대해서는 "1920년대 영화의 순수성을 이야기한 아방가르드조차 프로파겐다와 광고를 했다"며 "새로운 미디어가 출현했다해서 중요 매체가 없어지거나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영화 이론가로서 영화를 순수하게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였다.
"디지털 시네마는 기존의 사진적 이미지와는 달라 이미지가 곧 현실인데 디지털 이미지의 불멸성과 정보화된 이미지가 기존 영화의 본질과는 다르지 않은가?"하는 질문에 대해 "디지털 이미지는 이미지의 전통을 해체시키는 위협을 가지고 있는데, 오히려 기존의 움직이는 영상과 다른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보여주지 않을까? 그러나 기존의 사진적 이미지와 디지털 미디어는 영화의 본질인 인간의 병적인 이미지를 건드리는 같은 맥락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디지털 미디어가 영화 자체를 대체하거나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임순혜 기자 (smccc@hitel.net)
by 100명 2005. 6. 15. 1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