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아닌데" KB금융만 보는 KT와 포스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 열린 KT 제31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석채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다 사측과 몸싸움을 벌인 주주가 구급차에 실려나가고 있다. 2013.3.15/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KB금융지주 경영진과 사외이사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어윤대 회장의 거취마저 불안해지자, KB금융과 비슷한 성격의 기업인 KT와 포스코가 사태의 추이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금융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의 분류에 들어가지 않는 민간기업이지만, 인사에 있어서 역대 정권의 영향력을 받아온 KT와 포스코가 '혹시나 KB금융 사태의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와 KT는 지난 2000년과 2002년 각각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민영화됐다.


이미 KT는 지난 15일 주주총회에서 한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 소액주주들이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이석채 회장이 퇴임해야 한다며 고성을 지르는 등 주총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것이다.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수사상황에 따라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는 불상사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남중수 전 KT사장이 검찰 수사로 물러난 것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남중수 전 KT 사장이 검찰 수사로 물러난 뒤 2009년 1월 KT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015년까지 늘어난 상태다.


여당 일각에서 이 회장의 진퇴여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까지 여의도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KT 주변은 더욱 뒤숭숭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포스코는 KT에 비해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현 정준양 회장의 전임자인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 1월 임기 1년을 남기고 정권 입김에 의해 전격적으로 중도 퇴임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2015년까지 임기가 늘어났다.


여기에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함께 일할 수 있다"고 공언하면서 발언의 파장이 미묘하게 퍼지고 있다.


민간기업인 KT와 포스코 회장의 진퇴여부와 임기에 대해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가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지만, 이들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모두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는 만큼 언제 어떻게 상황변화가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나 정부의 관계자가 이와관련해 아직 어떠한 공식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들 기업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기업 관계자들은 "KB금융 사태를 남의 일로 본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우리 기업과 직접 연관지어 생각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3. 20. 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