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구하기 빅3 연합전선 편다

기사입력 2008-06-12 17:1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올해 한국영화 흥행은 7월17일 이후 3주 사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3대 배급사(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주력작이 이 기간에 한 주 간격으로 잇달아 개봉되기 때문이다.

◇한국영화 여름 빅3 = 업계 1위인 CJ엔터테인먼트가 7월17일 포문을 연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은 일찌감치 이날로 개봉 일자를 확정했다. ‘반칙왕’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감독, 송강호·이병헌·정우성의 캐스팅만으로도 기대를 모아온 작품. 순제작비만 174억원에 달하는 대작으로, ‘디 워’를 제외하면 한국영화 사상 최대 예산이 투입됐다. 지난달 칸영화제에서의 호평으로 한국 관객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CJ 내부에서는 ‘1000만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괴물’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등 4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이 중 CJ가 주투자자였던 작품은 없다.

‘님은 먼곳에’

7월24일에는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제공·배급 쇼박스)가 개봉한다. 수애가 1971년 월남전에 참전 중인 남편(엄태웅)을 찾아 위문공연단에 들어가 베트남으로 향하는 아내 역으로 등장한다.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 등 이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정진영이 밴드 마스터 역을 맡았다.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에 이은 이 감독의 ‘음악 3부작’에 해당한다. 제작비를 아껴 쓰는 것으로 유명한 이 감독이 70억원 규모의 순제작비를 투입한 것으로도 화제였다.

7월31일에는 한석규·차승원 주연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관객을 찾는다. 안권태 감독(영화 ‘우리형’)이 연출을 맡았다가 곽경택 감독(영화 ‘친구’)이 도중에 합류해 공동 연출의 모양새를 갖췄다. 봄에 개봉 시기를 잡았다가 늦춰져 결국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다. 경찰청 특수 수사반 백반장(한석규)과 그를 사칭해 범행을 저지르는 안현민(차승원)의 대결을 그렸다.

◇개봉일이 왜 비슷한 시기에 몰리나 = 왜 하필 이들 기대작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경쟁을 해야 할까. 간략한 대답은 ‘관객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CJ CGV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최고 관객이 몰린 달은 8월(2191만명), 7월(1756만명), 1월(1609만명) 순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무리 관객이 많이 몰린다 해도 특정 영화가 관객을 독점하는 현상이 빚어지진 않을까. 관객이 적은 비수기라면 박스오피스 1위 작품이 관객을 ‘싹쓸이’하는 현상을 빚기도 하지만, 성수기의 경우 영화들끼리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쇼박스 최근하 대리는 “지난해에도 ‘화려한 휴가’와 ‘디 워’가 1주 차로 개봉했지만 각각 740만, 8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며 “여름방학 특수 때만 가능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도 5~6월 수많은 블록버스터가 매주 개봉해 박스오피스 순위 1, 2위를 다투며 흥행을 주도한다.

그러나 아무리 성수기라 하더라도 영화의 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특히 ‘시장 주도형 작품’이 있어야 관객을 극장으로 모을 수 있다. 일단 극장에 온 관객은 또다른 영화의 예고편, 전단지, 포스터 등을 접하며 정보를 얻는다. 특히 기다리기를 싫어하는 남성 관객의 경우, 원했던 영화가 매진되면 또다른 영화 표를 구매해 전체 관객수 증대에 기여하기도 한다. CJ엔터테인먼트 이상무 부장은 “10편의 다양한 영화가 있다고 해서 관객이 극장에 오는 건 아니다. 극장가는 ‘킬러 콘텐츠’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지난해의 경우 ‘디 워’가 없었다고 해서 ‘화려한 휴가’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을 것이라고 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영화는 각자 모을 만큼의 관객을 모은다는 뜻이다. ‘놈놈놈’ ‘님은 먼곳에’ ‘눈에는 눈…’은 서로 마주보고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마음으로 각개약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by 100명 2008. 6. 12.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