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들시들 … 요리사 쿡, 교체당하나



[뉴스분석] 오늘 1분기 실적 발표 … 잡스 후계자 '운명의 날'

주가 390달러로 반토막 나

포브스 “애플, 새 CEO 물색”

기대 이하 실적 땐 퇴장 신호

마지막 성적표를 받아들 것인가, 회심의 카드를 내밀 것인가. 23일(현지시간) 실적 발표를 앞둔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기로에 섰다. 혁신성이 떨어졌다는 평과 실적 부진 예상으로 연일 주가가 내려가 'CEO 교체설'이 나오고 있어서다. '모범생 CEO'에게 이를 극복할 계책이 있을지 세간이 주시하고 있다.

 21일 미 경제지 포브스는 인터넷판에 “애플이 비밀리에 팀 쿡을 대체할 새 CEO를 물색 중”이라고 월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주주와 투자자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2011년 8월 팀 쿡이 CEO로 취임한 이후 한때 702달러의 최고점을 찍었던 애플 주가는 지난 19일 390달러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 1위의 자리도 엑손모빌에 내줬다. 주주들은 몸이 달았다. “애플이 HP나 JC페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기술 전문성을 가진 이에게 CEO를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브스는 “23일 예상 외의 호실적이 나오거나 팀 쿡이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면 주가는 더 내려갈 것이고, 이는 그의 퇴장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팀 쿡의 취임 후 수치만 봐서는 나쁘지 않다.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실적이 처음으로 반영된 그해 4분기에 매출은 전년 대비 73% 성장했고, 그 다음 분기 역시 주당 순이익이 전년 대비 93%나 늘어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하지만 잡스의 후광은 거기까지였다. 이후 분기 순익은 감소했고 아이패드 판매도 예상치를 밑돌았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량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주식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이 회사 매출의 과반을 넘는 것은 위험하다”고 평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실적 발표를 낙관하지 않는다. 납품사들의 실적을 짚어보니 이 기간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공급이 전년 대비 20~30%씩 줄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8% 성장해 2009년 하반기 이후 가장 부진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쿡의 주 전공인 부품 공급·관리에도 잡음이 인다. 22일 대만 언론 타이완체인비즈니스데일리는 폭스콘이 조립해 납품한 아이폰 500만 대를 애플이 반품했다고 보도했다. 외관이 기준에 적합하지 않고 성능도 떨어진다는 이유다. 폭스콘이 이만큼의 아이폰을 재조립하려면 10억 위안(18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애플은 신제품을 내놓아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정책을 써 왔다. 그러면서도 순익은 도리어 늘었다. 한두 개의 주력 상품을 대량 생산하는 '최고 고객사'인 애플이 납품사와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팀 쿡이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이를 전담하던 시절, CNN머니 등 외신은 “애플은 부품 공급망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구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해 경쟁사를 압도한다”고 평했다. 그런데 아이폰·아이패드 판매가 기대에 못 미쳐 그 지위가 흔들릴 위기다. 전체 매출의 91%가 애플에서 나오는 오디오칩 제조사 시러스로직은 지난 분기 사상 최대 규모 재고를 남겼고, 폭스콘의 모회사인 대만의 혼하이 역시 13년 만에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문제는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137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유사시 현금을 풀어 주가를 끌어올릴 여력이 있다. 월가의 주요 애널리스트들이 여전히 애플을 추천 종목으로 꼽고 있는 이유다.

by 100명 2013. 4. 23. 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