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 부는 ‘하이브리드 바람’

기사입력 2008-06-12 12:21
[JES 김범석] 영화계에도 하이브리드 바람이 불고 있다. 하이브리드(hybrid)란 어떤 목표를 위해 두 개 이상의 요소가 합친 것을 말하는 용어.

최근 원유값 급등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하이브리드카도 전기와 기름으로 움직이는 차라는 점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영화계 하이브리드는 합작과 자본의 결합을 뜻한다. 이 같은 영화계 하이브리드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이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아시아 최고 수준인 800억원. 여름과 겨울, 1~2편을 나눠 개봉할 만큼 대작으로 알려졌다.

7월 10일 아시아 동시 개봉하는 이 영화는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의 자본으로 제작됐다. '적벽대전'에 100억원을 투자한 쇼박스는 일본의 에이벡 엔터테인먼트와 대만의CMC 컨텐츠, 중국의 차이나필름그룹과 함께 투자사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쇼박스 박진위 팀장은 이와 관련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 창출과 국내 영화 시장의 새로운 활로 개척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시도"라며 "제작비 대비 90% 가까이 선판매가 이뤄졌고 미국 등 30개국의 추가 판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계가 있는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지구촌으로 눈을 돌린다는 점에서 승산을 걸어볼 만하다는 얘기다. 특히 '적벽대전'은 8월 베이징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개봉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중국인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쓰촨성 지진으로 흉흉해진 민심이 이 영화로 치유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심리다.

'적벽대전'은 조조의 백만대군을 상대로 최고의 지략가 제갈량(금성무)과 손권(장첸)의 무사 주유(양조위)가 전략상의 요충지 적벽을 둘러싸고 벌이는 사상 최대의 전쟁을 다룬다.

이밖에 한국과 태국의 합작영화 '싸왓디캅'도 기획 단계이지만 큰 관심을 끈다. 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인 이 영화는 태국에서 촬영하며 한국 스태프와 기술력, 태국의 배우들이 다양하게 결합한다. 하정우와 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의 한·일 합작영화 '보트'와 최민수와 로버트 드 니로, 앤디 가르시아가 출연하는 '스트리트 오브 드림'도 하이브리드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각색한 한·불 합작영화와 김지운 감독과 영화사집 이유진 프로듀서가 손잡는 해외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건용 상무는 "'스트리트 오브 드림'과 박철수 감독의 해외 프로젝트를 비롯해 여러 투자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라며 "영화계에도 국경이 사라진지 오래다. 경쟁력만 갖췄다면 남미, 아프리카와도 결합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같은 하이브리드 시도가 충무로의 '돈맥경화'를 타개할 돌파구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by 100명 2008. 6. 12. 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