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이래 최대 위기 직면

불공정거래 조사… 불매운동 확산… 주가 연일 하락
욕설·밀어내기 등 ‘갑의 횡포’ 파문에 휩싸인 남양유업이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숨통을 조여오는 데다 편의점 업체들을 주축으로 불매운동까지 전개되면서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가 20여개 업체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당국에 고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사태가 유가공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개연성도 커지고 있다. 주가도 5거래일 연속 떨어져 ‘황제주’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협의회 소속 대리점주들이 8일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 이 회사 제품을 쌓아놓은 채 제품 강매 관행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범준 기자
◆“남양제품 안 산다”… 확산하는 불매운동

8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소비자단체에 이어 편의점 CU·GS25·세븐일레븐 점주 단체 연합회인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이하 전편협)는 성명을 내고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전편협에는 CU와 GS25의 ‘CU점주모임’과 ‘GS25경영주모임’, 세븐일레븐의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가맹점주협의회’와 ‘세븐일레븐경영주모임’이 모두 속해 있다. 미니스톱의 경우 경영주 모임이 없지만 일부 점주가 개인적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편협은 전했다.

회원이 1만5000명에 달하는 전편협의 불매운동은 남양유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세븐일레븐의 점주 협의체 2개 중 하나인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가맹점주협의회’는 하루 먼저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방경수 전편협 대표는 “회원(점주)들은 불매운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편의점은 남양유업이 아닌 편의점 본사에 직접 주문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양유업은 이번 불매운동이 대형마트로 확산될까봐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이미 4일 막말 파문이 불거진 이후 대형마트에서 남양유업 제품 판매가 20∼30% 감소했다. 국내 점유율 50%대인 분유와 주력 사업인 커피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니아층이 두껍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의 외면 속도에 따라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2의 유키지루시그룹 되나”… 업계 ‘전전긍긍’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자칫 “일본의 유키지루시그룹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키지루시유업은 한때 일본 유제품 시장의 40%를 차지했던 국민 브랜드였지만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2000년 오염된 우유를 출하해 소비자 1만2000명에게 식중독을 일으켰지만 회사가 사태를 방관했다. 그러자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소비자들은 등을 돌렸다.

이후 2002년 유키지루시유업 자회사인 유키지루시식품이 호주산 쇠고기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 사실이 언론에 의해 들통 났고 한 달 만에 유키지루시그룹은 시장에서 퇴출됐다. 남양유업의 현 상황이 유키지루시그룹과는 사정이 크게 다르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내친김에 업계의 오랜 관행인 ‘갑을 강박관계’를 근절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행위 등의 혐의로 이달 말 20여개 업체를 공정위에 신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연대, 전편협,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 등의 단체도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신고에 이어 검찰에 이 업체들을 고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by 100명 2013. 5. 9. 0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