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문예성 기자 = 미국 법무부가 AP통신사 기자들의 통화 기록을 비밀리에 대거 수집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P 측은 미 법무부가 자사의 뉴욕과 워싱턴, 하트퍼드 사무실, 공화당 기자실에 있는 AP통신 기자석 전화 2개월 간의 발신 기록에 대해 비밀리에 수집했다고 밝혔다.

수집된 자료는 작년 4월부터 5월까지 두 달 간, 총 20여 개 전화회선의 발신 기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기간 내 해당 전화기를 사용한 이 언론사 기자는 1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AP는 '유례없는 개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개리 프뤼트 AP 최고경영자(CEO)는 에릭 홀더 법무 장관에게 보낸 항의 서한에 "사법기관의 통화 기록 입수는 어떤 조사 목적이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수집된 정보를 반환하고 복사본도 폐기 처분하라"라고 요구했다.

법무부가 어떤 이유로 통화 기록을 수집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관계자들은 지난해 AP가 보도한 미 중앙정보국(CIA) 작전 관련 기사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AP는 2012년 5월7일자 기사에서 알카에다의 테러 시도를 저지한 CIA의 예멘 작전을 자세히 보도한 바 있다. 2012년 5월 오사마 빈 라덴 사망 1주년을 맞아 알카에다 예멘 지부는 미국행 비행기 폭탄 테러 계획을 세웠었다.

보도된 사안의 등급이 기밀 정보에 속하기 때문에 미국 사법당국은 해당 보도를 'CIA 작전 기밀이 위험하게 유출된 사례'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사법기관이 개별적인 기자의 전화 기록을 수집한 적은 있지만 언론사 사무실의 모든 전화기, 팩스기 기록까지 뒤진 것 등 대규모 수집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가운데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은 물론 오바마 행정부에 정치적 타격을 주는 등 파문이 커질 조짐을 보인다.

미 하원의 대럴 아이서 감시 정부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수사 당국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기 전 다른 대안을 찾아볼 의무가 있다"고 비난했다.

미 상원의 패트릭 리히 상원 법사위원장은 "개인정보 수집, 특히 언론의 취재원에 관한 정보 수집은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번 사건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받게 될 파장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애니 로빈슨 미국뉴스편집자협회 이사는 "이번 사건은 언론 자유에 대한 모욕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논란과 관련해 백악관은 이날 "언론보도 외에는 통화기록 입수에 대해 모른다"며 "수사는 법무부가 독립적으로 맡는다"고만 해명했다.

AP는 "오바마 행정부가 예전에도 안보를 이유로 언론 보도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가 기밀을 외부에 알린 인사를 수사·기소한 사례가 6번으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다"고 비난했다.

by 100명 2013. 5. 15. 0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