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 `변종 바이러스` 동물실험서 항암 항체 생성

2006년 말 말기 암 진단을 받은 50대 남성 최 모씨. 부작용이 심해 더 이상 항암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자 그는 임상시험 중인 바이러스 치료를 선택했다.

천연두에 효과가 있는 '우두 바이러스'에 유전자 조작을 가한 바이러스였다. 7년이 지났다. 최씨는 여전히 건강하게 살고 있다. 놀라운 현상은 바이러스 치료를 중단했음에도 암세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 체내에서 암세포를 파괴하는 항체가 생겨난 데 따른 것이다. 변종 우두 바이러스를 개발한 연구진도 처음엔 이 사실을 믿지 못했다.

국내 연구진이 '변종 우두 바이러스(JX-594)'가 암에 걸린 동물 몸속에 들어갔을 때 암세포를 없애는 항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황태호 양산 부산대병원 간담도질환병원특성화센터ㆍ임상시험센터장과 김미경 부산대 약학대 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JX-594가 암에 걸린 동물의 몸속에서 면역 항체를 만들어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을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 16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JX-594는 암세포에 필요한 'TK 효소'를 이용해 증식한다. TK 효소를 빼앗긴 암세포는 곧 파괴된다.

JX-594는 정맥으로 환자에게 투여해도 혈액을 따라 온몸을 돌다가 종양을 찾아 달라붙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간암 말기 환자 30명의 임상시험 결과 저용량을 맞은 15명은 평균 6.7개월, 고용량을 맞은 15명은 평균 14.1개월 더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암 말기 환자에게 기존 간암 치료제를 투여했을 때 생존 기간(평균 3개월)보다 훨씬 긴 것이다.

연구팀은 JX-594 투여를 중단해도 종양이 자라지 않는 현상을 발견한 뒤 체내에 면역 항체가 생성됐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에 따라 최씨의 혈액에서 분리한 항체를 신장암 세포에 넣자 암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자궁경부암에 걸린 토끼에게 JX-594를 투여하고 28일 뒤 토끼의 혈액을 뽑아 항체가 포함된 물질을 추출해 냈다. 이를 자궁경부암에 걸린 또 다른 토끼에게 투여하자 종양 크기가 줄어들고 토끼의 수명이 연장됐다.

황 센터장은 "항체 물질을 투여한 토끼는 암세포 생존율이 20% 이하로 떨어져 종양이 파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미경 연구원은 "항체 물질을 투여한 토끼의 종양 크기가 절반 이하로 작아졌다"며 "몇 마리는 암이 완전히 제거돼 논문 작업이 끝난 뒤에도 생존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암 환자의 항체를 이용한 암 치료제인 '단일클론항체'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y 100명 2013. 5. 16. 0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