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재정상, NHK에 출연해 엔低 속도조절 언급]

-국채금리 한때 1년만에 최고치

국채 금리 1%p 오르면 日은행권 6조6000억엔 손실… 3%p 상승 가능성 있어 심각

-4월 수입물가 4년 반 만에 최고

소비 급감 초래할 가능성… 엔低로 에너지 수입價 올라 이달 전기요금 1.6~3% 인상


20일 도쿄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2.7엔대에서 움직였다. 엔화 환율은 지난 17일 뉴욕시장에서 달러당 103.21엔에 마감하면서 4년 7개월 만에 103엔 선을 돌파했지만, 상승 추세를 이어가진 못했다. 지난 19일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정상이 일본 공영방송 NHK에 출연해 "엔화 강세에 대한 조정은 대체로 마무리됐다"며 "엔화가 더 하락하면 국민의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 것이 환율 상승세를 꺾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 당국자가 엔저(低)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그동안 일본 수출 기업의 이익 급증, 주가 급등, 소비 진작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던 '아베노믹스'가 부작용을 낳을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아베노믹스의 '복병'은 국채 금리가 요동치고, 수입 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다. 국채 금리가 요동치면 안전자산이라고 믿고 투자했던 국채 투자자들이 국채 '팔자'에 나서면서 금리가 급등(채권가격은 폭락)할 우려가 있다. 수입 물가 급등은 소비자 물가 급등으로 이어져 주가 급등에 취해 지갑을 열던 일본 소비자들로 하여금 다시 지갑을 닫게 만들 수 있다.

일본 국채 금리 요동

중앙은행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뿌리는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의 국채 금리는 연초 이후 지난달까지 하락세(채권가격은 상승)를 보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4일 연 0.46%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렇지만 이달 초부터 급등세를 타더니 지난 17일에는 장중 한때 연 0.92%를 기록, 1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민기 코스모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 국채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로 갈아타면서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채 금리의 상승은 국채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지고, 이에 투자자들이 국채를 내다 팔면 다시 국채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트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본의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일본의 은행권은 6조6000억엔의 손실을 보고, 2~3%포인트 오르면 12조5000억~16조6000억엔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일본은행이 2조엔이 넘는 대규모 국채 매입에 나서면서 17일에는 국채 금리가 연 0.81% 수준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결국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일본 국채 금리가 요동을 친 셈이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일본 국채 금리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 목표로 2%를 제시하고 있는데, 현재 물가상승률이 -0.9%여서 인플레이션 상승분이 그대로 금리에 반영된다면 국채 금리가 앞으로 3%포인트 정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일본 정부가 막대한 이자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세원을 넓히고, 불필요한 지출을 삭감하는 과감한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화 정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입 물가 급등세

일본의 수입 물가 급등세도 아베노믹스의 복병이 될 조짐이다. 엔저(低)로 인해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수입 물가가 올라 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된다. 일본은행의 희망대로 물가가 적정한 수준까지만 올라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 괜찮지만, 물가가 급등하면 소비 급감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수입 물가는 지난해 하락세를 보였지만, 올 들어서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월 이후 월별 수입 물가 상승률은 8~10%를 넘나들고 있다. 4월 수입물가지수는 123.8로 4년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은 원전 가동을 거의 못 하면서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에 전력 공급을 의존하고 있는데,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에너지 수입 가격이 오르고, 이는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이 고통받게 된다.

이미 도쿄전력 등 일본 전력회사들은 이달에만 전기요금을 1.6~3.0% 올렸다. 이혜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소비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최신 전망치에서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0.4%로 보는 등 아직은 수입 물가 급등이 소비자 물가 급등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by 100명 2013. 5. 21. 0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