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에브리온 등 정부규제 역차별에 고전

 

◆ 다운로드 지고 스트리밍 활짝 ◆ 유튜브 등 외국 콘텐츠업체의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디지털 음원, 동영상 사이트 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지난해 1조9472억원을 거쳐 올해 2조3755억원, 2015년에는 3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속은 '외화내빈'이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점차 해외 플랫폼에 종속적으로 변하고 있어 전체 미디어 산업에 악영향마저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선 외국 업체는 갈수록 부유해지고 국내 업체는 가난해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가 해외 진출의 첨병으로 유튜브를 많이 활용하면서 국내 업체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음악이나 영상 제작자들은 글로벌 진출에 목말라 상대적으로 싼 가격이나 무료로 유튜브에 영상을 푼다.

반면 국내 동영상 사이트들은 제값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콘텐츠를 덜 올린다는 것이다.

M영상 업체 임원은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뮤직비디오와 영상을 유튜브에 먼저 공개하면서 현재 구글이 국내 콘텐츠를 싹쓸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광고 비용을 거의 받지 않는다든지 적게 받는 식으로 동조하면서 기형적 공생관계를 유지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업체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분열된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판도라TV의 '에브리온TV', 콘텐츠연합플랫폼의 '푹(Pooq)TV', CJ E&M의 '티빙(TVing)' 등 수많은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이 출시돼 있는 상태다. 이렇듯 대기업들이 돈을 중복으로 투자하면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규제도 한국 업체에 불리하게 돼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해외 업체는 콘텐츠업계 뜨거운 감자인 저작권ㆍ라이선스 등에 대한 규제를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서버가 해외에 있으면 국내법을 적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중견 영상포털 대표는 "정부 규제정책도 관리가 어려운 해외 업체보다는 관리가 손쉬운 국내 업체에만 치중한다"며 "중국 영상 사이트에 한국 드라마, 음악 등을 검색하면 주르륵 다 뜨는데 단속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업체들도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 대형 콘텐츠를 다루기보다는 국내 실정에 맞는 로컬 콘텐츠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스타의 영상을 독점 공개하는 것보다는 누리꾼들이 올리는 재미있는 패러디 영상 등 다양한 재미의 소재물로 이용자들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기존의 UCC(이용자 생산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은 기존 음원사업과 더불어 배우 김석훈ㆍ조한선과 전속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연예 매니지먼트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자사가 보유한 영상 기술 노하우도 살리고 있다. 최형우 판도라TV 대표는 "하루 650만명이 사용하는 케이엠플레이어(KMplayer) 운영을 통해 멀티미디어 유통채널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5. 21. 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