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둔화세 지속되자 위기감 고조

 

카드업계에 드리워진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고, 35년 만의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수수료 수익마저 급감했다.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은 '과도한 신용카드 사용이 가계부채의 주범'이라며 연일 규제를 쏟아내는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떨어진 수익을 메우기 위해 부가혜택을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고객들의 불만만 키워 적극 밀어붙이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카드 승인금액은 4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1조9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카드 승인금액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해외 신용판매, 기업구매카드 실적을 제외한 순수 국내 신용판매 승인실적(체크카드·선불카드 포함)이다.

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지난해 2월 24.9%에 달했지만, 12월 7.1%, 올해 1월 6.3%, 2월 3.4%, 3월 5.6% 등 5개월째 한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3년간 분기당 평균 증가율은 10% 중후반대를 유지해 왔지만 올해 1분기 증가율은 5.1%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5.6%)보다도 낮았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어든 데다가 여신금융업법 개정으로 카드사의 마케팅 활동이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생필품이 아닌 백화점(-14.7%), 인터넷상거래(-19.4%) 등의 승인금액이 전년 동월보다 크게 줄었다. 반면 편의점(28.0%)과 슈퍼마켓(9.8%) 등 생활밀접업종은 오히려 승인금액이 올라 '불황형 소비행태'를 보였다.

카드사들 수익엔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6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66억원)보다 13.9% 줄었다. 삼성카드(665억원)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7% 감소했고, KB국민카드도 충당금 일시감소 영향을 제외하면 순이익(656억원)이 7.9% 줄었다.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발급 억제를 골자로 한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한 2011년 말과 비교하면 30% 이상씩 줄어든 규모다.

이는 카드 사용이 감소한 데다 지난해 말 여신금융업법 개정으로 가맹점 수수료 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부문에서 수익을 올렸었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현금서비스 리볼빙 상환을 금지하는 등 각종 규제를 쏟아내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을 높이는 등 체크카드 사용을 장려하고 있어 카드사의 한숨을 더하고 있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보다 수익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카드사에 대한 고강도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카드사들의 수익감소는 계속될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줄어든 수익을 메우기 위해 슬그머니 부가혜택을 축소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부가혜택을 줄일 때마다 고객들의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사망 담보 보험에 대해 피보험자로부터 개별 서면동의를 받도록 지침을 마련하면서 내달부터 카드사가 1000만명에게 제공하던 사망 담보 단체보험 부가서비스도 중단되는 등 금융당국 규제로 혜택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지만 고객들의 일차적인 불만은 카드사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가뜩이나 고객들 눈치를 보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규제도 많고 경기도 좋지 않아 수익이 계속 줄어들 것 같다"며 "결국 부가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혜택을 줄일 때마다 이탈고객이 생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13. 5. 22. 0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