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마다 적지 않은 인력과 자금을 들여 다양한 사회공헌활동(CSR)을 펼치지만 의도와 달리 큰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울림이 없다는 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삿속이 빤히 들여다보이거나 마지못한 생색내기용이라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올해 국내 광고업계에서 자리잡아가는 주요 테마 중 하나가 바로 '진정성'이다.

항상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본분을 숨기지 않으면서 오히려 본업의 특성을 살린 호소력 있는 기획과 스토리로 소비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광고캠페인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를 통해 종래의 조급하고 배타적인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소외된 이웃·고립된 개인과의 상생을 자기성장 계획의 일부로 받아들인 세련되고 선진적인 기업 이미지와 비전을 심어주고자 한다.

이달 들어 전파를 타고 있는 SK텔레콤의 TV 기업광고 '가능성의 릴레이-전통시장' 편이 대표적이다.

정겨운 시장의 풍경과 인정 넘치는 상인들이 등장하는 이 캠페인은 정보통신기술(ICT)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전통시장을 주제로 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중곡제일시장 등과 협약을 맺고 ICT 기술과 경영·마케팅 솔루션을 지원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을 통해 곳곳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이동통신회사의 본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여느 기업들의 시혜성 지원사업과 차별화된다. 광고 자체가 주는 작위적인 느낌도 차단된다.

일동제약이 종합비타민 '아로나민'의 탄생 50주년을 맞아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아로나민 과일트럭' 캠페인도 눈길을 끈다.

이웃들에 대한 응원 댓글을 인터넷에 올리면 그 수만큼 쌓인 사과를 실은 과일트럭이 평소 비타민 섭취가 부족한 청년과 아이들,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을 나눠준다.

탑골공원, 종로, 대학로 등 서울에 이어 전국을 돌며 과일을 전할 예정인데, 이를 담은 TV 광고 '청춘' 편과 '희망' 편에는 소박하지만 잔잔한 울림이 있다.

국내 정수기 1위인 코웨이가 일일 물 권장량의 3분의 1만을 섭취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물 섭취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진행 중인 '물성장 프로젝트'는 돋보이는 기획력이 설득력을 갖는다.

경기 구리시 교문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깨끗한 물을 마시는 습관을 기르고 몸의 변화를 체험하게 하는 이 프로젝트는 6개월간 진행된다.

그 과정을 전달하는 TV 광고는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설탕 가득한 음료수를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는 청소년들의 일상을 차분하게 그려냄으로써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현대자동차는 진동센서와 진동스피커를 이용해 청각장애인도 음악을 감상할 수 뮤직시트를 개발해 농아학교에 기증하는 '더 브릴리언트 사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고객 응원이 1천건 모일 때마다 뮤직시트를 하나씩 마련하고 5천건이 모이면 5개의 뮤직시트와 빔 프로젝트가 구비된 멀티미디어관을 만들어준다.

이 프로젝트는 실제 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광고캠페인과 연계돼 한 편의 영화와 같은 감동을 준다.

SK플래닛 M&C부문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여활동을 소비자들의 가슴에 와 닿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업 활동의 소개가 아니라 참여와 공유를 통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최근의 기업 광고캠페인은 핵심 비즈니스 역량을 활용해 기업의 성장을 꿈꾸는 동시에 사회의 따뜻한 모습을 지키고자 하는 공헌활동과 연계함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by 100명 2013. 5. 25.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