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의 뜨거운 분노’…피해자들 KT 불공정 행태 폭로
[위클리오늘=조은국 기자] ‘을(乙)의 분노’, ‘갑(甲)과의 전쟁’이 통신재벌 KT로 옮겨 붙었다. ‘울트라 甲’인 KT의 횡포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KT는 갑질의 종합전시장”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22일 참여연대와 KT갑의횡포피해자모임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슈퍼갑 KT의 횡포로 인한 피해사례 발표회’를 가졌다. 이들은 이날 발표회에서 “KT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태로 중소기업, 중소상인, 대리점,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KT가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폐업 직전에 몰린 시설관리업체부터 납품거부로 인해 상장 폐지된 중소기업, 일방적인 사업 철수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 사죄하고 피해를 원상복구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현재 KT는 제주 7대 경관 국제전화투표 사기사건 등 고객기망행위, 노동탄압 의혹, 친인척 특혜 의혹, 수백억원에 달하는 배임 의혹, 실적 부진에도 고배당 강행 등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각종 의혹에 휩싸여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갑질’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甲질하다 자사 대리점에 소송당해 2007년 대리점 개설 당시 KT로부터 인테리어 비용 80% 지원을 구두로 약속받고 통합상품판매 대리점을 시작한 오영순 모일태인포 대표. 오 대표는 “문서로 된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KT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며 “KT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도 전산조작, 핸드폰 불법개통, 직원들에게 법원에서의 위증 강요 등 각종 범죄행위를 일삼으며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 대표는 현재 KT와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는 KT를 상대로 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심에서 법원은 KT에 792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2심을 준비 중인 그는 소송과정에서 KT가 전산을 조작한 증거를 찾았다고 강조했다. KT가 2006년 4월 단종된 LG-KF1000 단말기를 대리점에서 개통한 것으로 꾸민 전산조작 서류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사자도 모르게 자신과 자녀들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와 일반전화가 있다며 KT를 형사고소하고 담당직원도 위증죄로 형사고소했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1심에서 해당 대리점이 제기한 6억원 중 일부인 792만원을 대리점에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바 있어 해당 판매점 주장이 억측”이며 “오는 30일 2심을 앞두고 해당 판매점이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돈만 내면 신경 쓸 것 없다’ 빚쟁이로 내몰린 투자자 KT는 2010년 사무집기와 회의실을 구비한 오피스를 소자본 창업자 등에 단기간 임대하는 ‘KT올레서비스드오피스’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KT는 당시 경기도 성남과 서울 목동에 직영센터를 개설한 뒤 이 사업을 확장한다며 2011년 개인투자자 김혜정 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김 씨는 높은 입주율과 광고마케팅 지원을 제시한 KT와 KT올레서비스드사업 컨설팅계약을 체결하고 5억5000만원을 투자해 서울 명동 소재 KT중앙지사를 임대했다. 인테리어는 KT 협력사에서 시공했고 운영매니저도 KT자회사 직원이 왔다. 김 씨는 “KT 담당자가 오픈만 하면 3개월 안에 85% 입주율을 달성할 수 있고 전국 각지에 있는 전화국 빈 공간을 활용해 수십 개 센터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믿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돈만 내면 센터구축에서 컨설팅, 매니저 확보 등 모든 것을 KT가 해주니 투자자는 신경 쓸 것이 없다고 해 거금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오픈 3개월이 지나도 입주율은 바닥인 반면 매달 KT에 내야하는 임대료, 통신비용, 매니저 인건비 등 센터 운영을 위한 비용은 수천만원씩 들어갔다. 투자 1년만에 누적적자가 2억5000만원에 달한 반면 KT는 임대료로 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누적손실이 심각한 지경에서 KT는 느닷없이 올 3월 KT올레서비스드오피스 사업 자체를 접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김 씨가 대기업이 개인에게 투자를 권유했다가 사업을 철수하는 만큼 최소한의 책임을 져달라고 항의하자 KT는 “외부에 알리면 계약해지는 물론 민형사상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경고문서를 발송했다. 김 씨의 요구는 온라인키워드 광고만이라도 해달라는 것이었다. KT 관계자는 “올레서비스드오피스는 철수가 결정된 사항이 아니며 명동센터 임차인과는 센터개설 구축운영에 관한 컨설팅 계약만 맺었을 뿐 광고지원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면서 “지난해 9월 임대료를 월 800만원 감면해 연 9600만원의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KT 측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증명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자회사 일감몰아주기…거래업체 고사위기 KT의 출자회사로 10년 넘게 KT 보유 건물 403개에 대한 시설관리와 청소업무를 해온 굿모닝에프가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현재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 KT가 2009년 자회사 KT텔레캅 산하에 손자회사 KFNS를 세워 굿모닝에프가 맡던 일감의 절반 이상을 몰아주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KT는 본래 KT와 맺던 계약을 자회사인 KT텔레캅에 위탁해 계약을 맺도록 했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1%에서 4%로 올렸다. 굿모닝에프 측은 마진이 극히 미미한 시설관리업종임을 감안할 때 수수료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지만 차후 계약을 고려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굿모닝에프에 대한 KT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KT 퇴직임원을 굿모닝에프 등기이사 겸 총괄부사장으로 보낸 뒤 이듬해 KFNS 대표이사로 발령했다. 굿모닝에프 측은 “KT가 보유하기로 한 자사 지분 19%를 경쟁업체인 KFNS에 매각해 회사 가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경영노하우도 빼갔다”고 주장했다. 결국 굿모닝에프는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고 올해 KT와 남은 일감 계약마저 모두 끝나 폐업 직전까지 몰렸다. 굿모닝에프는 KT와 KT텔레캅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KT측은 이에 대해 “KFNS는 KT텔레캅의 자회사가 아니고 경쟁을 통해 용역을 받은 것”이라며 “굿모닝에프와 거래규모가 줄어든 것은 KT텔레캅이 조사한 품질평가에서 낮은 점수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굿모닝에프 관계자는 “2010년 3차례 실시된 품질평가에서 모두 89.81점, 88.32점, 98.61점으로 평균 92.25점을 획득해 물량조정을 받지 않아도 됐지만 KT텔레캅은 2010년 대비 34%(110억원)의 물량을 감축해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고 재반박했다.
납품계약 뒤 계약취소…거래업체 상장폐지 KT와 SK브로드밴드 등에 인터넷전화기를 납품하던 중소기업 엔스퍼트는 2010년 여름 KT로부터 중저가 태블릿PC 긴급 개발 요청을 받았다. 당시 SKT가 삼성전자 갤럽시탭 출시를 발표하자 KT가 부랴부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엔스퍼트는 제품 개발을 위해 자사 직원 십 수 명을 투입해 ‘K패드’라는 태블릿PC를 만들었다. KT는 생산된 제품 20만대 중 3만대를 우선 수취했다. 그런데 KT가 품질 문제를 거론하며 나머지 물량을 받지 않았다. 이후 몇 차례 계약 변경 끝에 엔스퍼트는 완제품 재고 8만5000대를 떠안은 채 수백억 원대 손실을 입고 결국 상장 폐지됐다. 안진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국민본부 사무처장은 “슈퍼갑의 횡포가 두렵고, 지금 하고 있는 일마저도 없어질까 봐 두려워서 얘기를 못하는 ‘을’이 있다”며 “통신재벌 KT는 지금이라도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피해배상, 원상복구 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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